개인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에 전달되는 신용정보가 달라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대출 승인이 거절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기존 신용등급을 계속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신용정보 제공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23일 금융당국과 신용정보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인 신용등급 산정 시스템 통합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 2010년 11월 한국신용정보와 한국신용평가정보가 나이스신용평가정보로 분할 합병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통합버전 시스템을 도입한 금융회사와 유료로 신용정보를 받는 개인고객들을 대상으로 새로 산출된 신용등급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버전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금융회사들은 기존 한신정과 한신평정의 신용등급 산정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고객의 실제 신용등급과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신용등급이 다른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통합버전 시스템을 도입하라는 공문을 거래 금융회사들에 발송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시스템 도입을 꺼리는 금융회사들이 있다"며 "오는 10월까지 시스템 통합작업이 마무리되면 모든 금융회사가 통합버전 시스템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통합버전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서민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저축은행, 캐피탈사, 지역 신용보증재단 등이라는 점이다.
기존 신용등급 산정체계에는 연체 횟수나 금액, 개인 신용정보 조회기록 등 불량정보가 많이 포함돼 통합버전 시스템보다 신용등급이 낮게 산출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자영업자인 A씨는 최근 운전자금이 필요해 경기신용보증재단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A씨의 신용등급을 3등급으로 책정했지만 경기신용보증재단은 합병 전 한신정 시스템을 활용해 A씨를 6등급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들은 고객들의 신용리스크를 보수적으로 책정하기 위해 통합버전 시스템과 기존 시스템을 모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달 초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조치에 나섰다.
이종호 금감원 신용정보팀 팀장은 "아직도 기존 신용등급 산정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금융회사 명단을 입수하고 있다"며 "이들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통합버전 시스템 도입을 촉구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신용정보 제공을 중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 같은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애꿎은 서민들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나이스신용평가정보와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스템 통합작업이 완료되기 전까지 새로 산출된 신용등급을 제공하지 말거나 기존 시스템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한 신용평가사에 두 종류의 신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면 해당 신용평가사와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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