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모시모시] 일본 철강은 왜 인도로 향하는가

사진JFE스틸 홈페이지
[사진=JFE스틸 홈페이지]

제철소는 이사를 갈 수 없다. 장사가 안된다고 간판을 내리고 다른 동네로 옮길 수 있는 가게가 아니다. 막대한 돈을 들여 터를 잡으면 그곳에서 오랫동안 철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 그래서 철강회사가 어디에 투자하는 지 살펴보면 앞으로 어느 나라에서 돈을 벌려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일본 철강회사들이 인도에서 생산시설을 키우고 있다. JFE스틸과 일본제철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서로 다른 기업이며 인도에서 손잡은 상대도 다르다. JFE는 인도 철강기업 JSW스틸과, 일본제철은 네덜란드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과 함께 사업을 벌이고 있다.

JFE스틸은 지난 23일 JSW스틸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인도 오디샤주 삼발푸르 제철소의 연간 조강 생산능력을 450만톤에서 950만톤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두 배가 넘는다. 조강은 철강제품으로 가공하기 전 단계의 강철을 말한다. 고로와 압연설비 등을 새로 갖춰 2030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이유는 수요 전망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철강협회가 이달 발표한 올해 철강 수요 증가율 전망은 일본 0.9%, 인도 7.9%다. 내년 전망도 일본 1.7%, 인도 8.0%다. 일본도 회복이 예상되지만 인도와는 속도가 다르다. 철을 파는 기업으로서는 주문이 빠르게 늘어나는 시장에 더 많은 돈과 인력을 쓰려 할 만하다.

인도가 증가율만 높은 것도 아니다. 인도의 올해 철강 수요 전망치는 1억 7240만톤이다. 내년에는 1억 862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해 늘어나는 수요만 1380만톤이다. 아직 실적이 아닌 전망치지만 철강회사들이 인도에서 사업을 확대하려는 배경을 보여준다. 
 
JSW Steel Limited(以下、JSW)は、このたびインド東部地域オディシャ州において、一貫製鉄所を運営する合弁会社「JSW JFE Steel Limited」を設立し、4月24日にインド オディシャ州 サンバルプル市の工場内にて、発足式を執り行いました。
지난 4월 JFE스틸과 인도 JSW스틸이 일관제철소 운영을 위한 합병회사 설립에 합의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JFE스틸] 

집을 지으면 철근이 필요하고 철도를 놓으면 레일이 필요하다. 자동차와 냉장고에도 강판이 들어간다. 세계철강협회는 인도 수요를 이끄는 요인으로 기반시설 건설과 민간 부동산, 제조업의 성장을 꼽았다. 건설 현장과 공장에서 철을 찾는다는 얘기다. 어느 한 업종의 호황만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 

수요가 늘면 일본에서 만들어 배로 보내는 방법도 있다. 현지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는 훨씬 큰 부담이 따른다. 공장을 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원료와 전력, 인력과 운송망을 확보하고 설비를 안정적으로 돌려야 한다. 그 부담을 안고도 현지 생산을 늘리는 것은 인도 고객의 주문에 가까이서 대응하고 시장에 오래 자리 잡으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JFE가 인도 사업에 붙인 이름에서도 이런 의도가 드러난다. 회사는 삼발푸르 제철소를 일본 내 동·서일본제철소에 이은 ‘세 번째 일관제철소’로 자리매김했다. 해외 투자처 하나를 더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자사의 주요 생산거점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일관제철소는 철광석에서 쇳물을 뽑고, 불순물을 줄여 강철을 만든 뒤 이를 눌러 펴는 공정을 한곳에 갖춘 제철소다. 철강재를 들여와 자르거나 표면을 가공하는 공장보다 생산 범위가 넓다. JFE는 지난해 12월 합작계획을 발표하면서 출자액으로 1575억 루피(약 2700억 엔)를 제시했다. JSW와 지분을 절반씩 갖는 합작사업 전환은 올해 3월 마무리됐다.

경쟁업체인 일본제철도 아르셀로미탈과 함께 운영하는 AM/NS인디아를 통해 인도에 투자해왔다. 하지라 제철소의 연간 조강 생산능력을 약 900만톤에서 1500만톤으로 늘리는 사업이다. 일본제철이 2022년 발표한 관련 생산설비 투자계획은 약 4100억 루피(약 7300억 엔)였다.

AM/NS인디아는 증설과 함께 항만·전력 관련 시설 인수도 추진했다. 제철소에는 원료를 들여오고 제품을 내보낼 항구가 필요하다.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생산에도 차질이 생긴다. 고로와 압연 설비에 투자하는 것만큼 공장 밖의 기반시설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해외에서 직접 철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챙길 일이 많은 사업이다.

포스코 역시 인도 생산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미 마하라슈트라에서 연간 180만톤 규모의 냉연·도금공장을 운영한다. 철강재를 얇게 누르거나 표면에 아연을 입혀 자동차 등에 쓰는 제품으로 가공하는 곳이다. 델리와 첸나이 등에는 철강 가공공장도 두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4월 인도 JSW스틸과 합작투자계약도 맺었다. 지분은 각각 50%다. 오디샤주에 연간 조강 생산능력 6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기존 냉연·도금공장이 철강재를 가공하는 곳이라면 새 제철소는 철광석에서 쇳물을 뽑는 공정부터 갖추려는 계획이다. 기존 공장은 가동 중이고 새 일관제철소는 건설 추진 사업이라는 차이가 있다.

포스코와 일본 JFE스틸은 각각 인도 JSW스틸과 손잡았다. 일본제철의 파트너는 아르셀로미탈이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인도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동안 인도 기업들도 이들의 기술과 자금을 활용해 사업을 넓히고 있다. 한·일 철강회사들의 투자 성과와 함께 인도 업체들이 얼마나 경쟁력을 높일지도 지켜볼 일이다.
 
사진JFE스틸 홈페이지
[사진=JFE스틸 홈페이지]

수요가 늘어난다는 전망 만으로 투자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JFE의 새 설비 가동 목표는 2030년이다. 공사를 마치고 생산을 안정시킨 뒤 늘어난 물량을 팔아야 한다. 여러 기업이 생산능력을 확대하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 질 수 있다. 수요 전망표의 증가율과 기업이 실제로 거두는 이익 사이에는 긴 시간이 놓여 있다.

제철소는 주문이 들어온 뒤 서둘러 지을 수 있는 공장이 아니다. 부지를 확보하고 설비를 갖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한 뒤 움직이면, 이미 다른 회사가 고객을 잡고 있을 수 있다. 일본 철강업체들이 인도에 돈을 넣는 데는 이런 사정이 있다. 앞으로 팔 철강을 위해 지금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인도 시장이 커진다고 투자한 기업 모두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현지 철강업체들도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다. 공장을 짓는 동안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고, 공급이 수요보다 빠르게 늘면 가격 경쟁도 거세진다. 일본 기업들이 인도에서 확보해야 할 것은 공장 부지만이 아니다. 그 공장에서 나온 철강을 꾸준히 사줄 고객이다.

포스코도 같은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경쟁하던 철강업체들이 인도에서는 현지 기업과 손잡고 생산 기반을 넓히고 있다. 인도에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 앞섰다고 할 수는 없다. 자동차 회사가 요구하는 품질을 맞추고, 약속한 때에 제품을 공급하며, 그 과정에서 이익을 남겨야 한다. 해외에 공장을 세우는 것과 그곳에서 사업을 키우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일본 철강의 인도행은 한국에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기업들이 현지에서 고객을 늘리면 한국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물량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 철강업계가 일본의 투자 규모와 합작 상대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일본 철강업체들이 인도에 짓는 공장은 앞으로 수십 년간 철강을 팔기 위한 기반이다. 포스코는 인도 시장의 성장을 반기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일본 철강기업의 동향을 살펴 대응해야 승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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