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의 비밀] ⑤ 가격표엔 없던 돈…소비자가 마주하는 '추가 비용'의 세계

<편집자주>

우리는 상품을 구매할 때 가격표에 적힌 금액을 먼저 확인합니다. 하지만 그 숫자만으로 상품의 가성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까요. 용량이 다르면 단순한 가격 비교가 어려워지고, 각종 수수료나 추가 비용은 최종 결제 금액을 바꾸기도 합니다. 가격표에 적힌 숫자와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 그리고 그 돈으로 얻는 가치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가격에 숨은 비밀’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가격의 구조를 살펴보고 소비자가 놓치기 쉬운 비용과 가치의 차이를 짚어봅니다.


“소비자는 실제 구매와 이용 과정에서 얼마나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을까?”
 
포장 주문 가격과 배달 주문 가격 비교 사진 사진 화면 캡처
포장 주문 가격과 배달 주문 가격 비교 사진 [사진= 화면 캡처]

배달앱에서 아침 식사 메뉴를 고르던 A씨는 포장과 배달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같은 메뉴인데도 배달로 주문하면 900원을 더 내야 했다. 여기에 별도 배달료까지 더해질 수 있다. 소비자가 처음 확인한 메뉴 가격과 실제 지출액 사이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기본 가격 외에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곳곳에 숨어 있다.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소비자가 미리 파악하기 어려운 ‘추가 비용’에 주목했다.
 
배달료 내도 음식값은 따로…매장·앱 가격 차이에 결혼서비스 추가금까지
경기도가 2023년 10~11월 도내 외식업체 1080곳의 메뉴 가격을 조사한 결과, 426곳(39.4%)에서 배달앱과 매장 판매 가격이 달랐다. 전체 조사 메뉴 5364개 가운데 배달앱 가격이 더 비싼 메뉴는 1426개(26.6%)로 집계됐다. 가격 차이는 최소 70원에서 최대 8000원이었다.
 
당시 경기도는 배달앱과 매장 판매 가격의 차이 자체는 사업주의 경영 판단에 따른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표시광고법이 검토 대상으로 볼 수 있지만 앞서 경기도의 사례처럼, 가격 차이를 별도로 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어떤 가격 정보를 제시했는지, 소비자가 어떻게 오인할 수 있는지, 적용되는 법 규정과 요건을 충족하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매장과 배달앱의 판매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가격 차이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알리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소비자가 주문 전에 가격 차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지, 가격 표시 방식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할 소지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배달 어플에 따라 같은 메뉴여도 소비자가 어떤 경로로 주문하느냐에 따라 부담하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치킨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타 플랫폼에서는 가격이 2만 6000원이었지만 배달의민족은 2만 7000원으로 나타났다. 직접 비교한 한 매장에서 배달의민족 메뉴 가격은 다른 앱보다 1000원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배달앱별로 메뉴 가격이 다른 이유는 개별 가맹점이 판매 가격을 직접 설정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메뉴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제시하더라도 개별 가맹점의 실제 판매 가격은 다를 수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추가 비용 문제는 배달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결혼서비스 분야에서는 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 등 이른바 ‘스·드·메’ 계약 과정에서 선택품목 가격이나 추가 비용을 소비자가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계약 해지 시 위약금과 환급 기준을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 16일 가격과 위약금 및 환급 기준 등 중요 정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전국 예식장 및 결혼준비대행업체 17곳에 과태료 부과를 사전통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관련 표시 의무의 계도기간이 종료된 이후 이뤄진 조치다.
 
美 올로, 매장 가격 유지하는 주문 앱 출시…최종 부담액 알리는 정보 공개가 관건
 
미국 배달 플랫폼 올로Olo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배달 플랫폼 올로(Olo)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 같은 문제는 해외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배달 플랫폼의 메뉴 가격 인상 관행에 대응해 매장 가격을 유지하는 주문 서비스가 등장했다. 미국 외식업계 주문 솔루션 기업 올로(Olo)는 지난 20일 소비자용 주문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의 특징은 참여 음식점의 메뉴 가격을 매장 판매 가격과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점이다. 기존 배달 플랫폼에서 음식점이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 등을 메뉴 가격에 반영하는 관행과 차별화한 것이다.
 
다만 메뉴 가격을 매장과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해서 배달에 따른 모든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올로의 시도는 추가 비용을 전면적으로 없애기보다, 소비자가 메뉴 가격과 별도 이용 비용을 구분해 판단할 수 있도록 가격 구조를 바꾸려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 자체가 언제나 문제인 것은 아니다. 배달 수수료와 계약 조건 등 사업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다르고, 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자신이 부담할 금액과 그 조건을 구매 전에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느냐다. 가격표에 적힌 금액이 실제 지출의 전부가 아니라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일 역시 가격 경쟁의 일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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