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사던 2030, 극장까지 점령…'치이카와'가 뒤집은 박스오피스

박스오피스 1위 지키는 치이카와 사진CJ ENM
박스오피스 1위 지키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사진=CJ ENM]
귀여운 외모 뒤에 숨겨진 서늘하고 현실적인 세계관이 2030 세대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아동·가족 단위 관객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2030 성인 팬덤을 주축으로 박스오피스 판도를 뒤집은 영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의 이야기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하 '치이카와')은 누적 관객 수 187만 5607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9월 30일 개봉한 '치이카와'는 하반기 기대작인 '암살자(들)' '타짜4'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장기간 지키고 있다. 일본에서 먼저 개봉해 1133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역대 박스오피스 15위에 올랐던 이른바 '먼작귀(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들) 열풍'이 국내 극장가에도 고스란히 상륙한 셈이다.

이번 흥행의 가장 큰 특징은 유아동이 아닌 성인 관객, 그중에서도 2030 세대가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CGV 예매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해당 영화의 연령별 예매 분포는 20대가 42%, 30대가 20%를 차지해 2030 관객의 비중이 62%에 달했다. 10대는 13%에 불과했다. 성별로는 여성 관객이 69%, 남성 관객이 31%를 기록해 압도적인 여성 팬덤의 화력을 보여줬다.

이처럼 청년층이 열광하는 이유는 캐릭터의 귀여운 외형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매운맛' 세계관에 있다. 영화는 미지의 인어 섬으로 떠난 치이카와 일행이 토벌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앙증맞은 캐릭터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제초 작업을 하거나 라벨을 붙이는 노동을 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괴물을 토벌하며 불투명한 미래에 좌절하기도 한다. 이처럼 동시대 청년들이 직면한 불안정한 현실과 노동, 생존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담아낸 디스토피아적 서사가 2030 세대의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흥행 열풍은 단순히 영화 관람에만 그치지 않고 극장 밖 굿즈(기획 상품) 소비와 'N차 관람(다회차 관람)'으로 확장되고 있다. 용산 등 주요 지역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는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하는 현상)'을 방불케 했으며 영화관에서 주차별로 지급되는 한정판 특전은 N차 관람을 유도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치이카와'를 N차 관람 했다는 20대 관객 A씨는 "애니메이션 방영 때부터 좋아하다 극장판 소식에 바로 관람했다"며 "이후에는 주차별로 달라지는 특전 굿즈가 욕심나서 공지를 확인하며 N차 관람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치이카와 사진CJ ENM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사진=CJ ENM]

극장가 역시 이러한 팬덤형 소비 양상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CJ CGV 관계자는 "시리즈나 만화 원작을 통해 사전에 탄탄한 팬덤을 쌓아 올린 IP(지식재산권)의 영향력이 크게 체감된다"며 "초기엔 4DX 상영이 없었으나 팬덤의 수요를 파악해 4DX 포맷을 추가 편성했고, 배급사와의 협의를 통해 주차별 특전을 제공하며 관람을 독려하는 등 뚜렷한 팬덤 지향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영화 관람이라는 1차원적 소비에 머물렀던 극장이 이제는 캐릭터 팬덤의 굿즈 수집과 특전 인증이 결합된 거대한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파고드는 일)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탄탄한 서사와 2030 팬덤의 막강한 구매력을 등에 업은 '치이카와'가 침체된 극장가에 새로운 흥행 공식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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