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예금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기업 대출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금리 인하 지침을 따르지 않는 은행에는 대출 증가 한도를 축소하는 등 불이익을 예고한 가운데 주요 국영 상업은행들도 연말까지 대출금리를 최대 2%포인트 낮추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19일(현지 시각) 현지 매체 VnExpress에 따르면, 베트남 중앙은행(SBV)은 전날 금융기관에 보낸 지침을 통해 만기 6개월 이상 예금상품의 공시금리를 최소 0.5%포인트 인하하도록 요구했다. 생산·경영활동과 정부 우선 지원 분야에 적용되는 대출금리도 연간 1.5~2%포인트 낮추도록 했다.
중앙은행은 은행 간 예금금리 인상 경쟁이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말 이후 일부 은행의 최고 공시 예금금리는 연 7.6~7.8%까지 상승했다. 우대금리는 별도의 고액 예치 조건 없이도 연 8.5~9.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 거부 땐 대출 한도 축소…국영은행도 동참
베트남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 증가 한도를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올해 남은 대출 한도를 조정하거나 내년도 증가 목표를 낮추고 더 높은 건전성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요 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응우옌 타인 뚱 비엣콤은행 회장은 지난 17일 중소기업 발전법 초안 관련 국회 토론에서 연말까지 대출금리를 최소 2%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BIDV은행 역시 18일 연간 대출금리를 최대 2%포인트 낮추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지난 15일부터 시행된 이 프로그램은 베트남 동화 표시 단기대출 가운데 정부가 우선 지원하는 산업과 분야를 중심으로 적용된다.
은행권의 금리 인하 움직임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베트남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평균 대출금리는 연 10.7%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1년 전 실행된 대출금리와 비교하면 약 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 과제…담보 중심 대출 관행 개선 요구
베트남 정부는 금리 인하와 함께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비엣콤은행에 따르면 베트남 전체 기업의 약 98%가 중소기업이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대출 잔액은 전체의 약 20%에 그친다. 뚱 회장은 지원 대상을 무분별하게 확대하기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대기업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 정책 자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담보 위주의 기존 대출 심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쩐 타인 먼 국회의장은 지난 17일 중소기업의 불투명한 재무제표와 취약한 경영 능력이 은행 대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현금흐름과 거래 자료, 납품계약 등을 활용해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보 자산이 부족하더라도 실제 사업성과 상환 능력을 토대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중앙은행은 대출 확대 과정에서 부실 위험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금융기관에 대출 심사 기준을 완화하지 말고 부실채권과 유동성 위험, 특정 기업이나 사업에 대한 대출 집중을 철저히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한편 베트남 은행권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서 기업의 금융비용을 낮추는 정책과 은행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재무정보 부족과 담보 의존도가 여전히 대출의 걸림돌로 지목되는 만큼 금리 인하와 함께 현금흐름 중심의 신용평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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