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중국산 메모리를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자 주요 고객사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앞세워 가격 인상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술 격차와 미국의 대중 규제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엑스(X·옛 트위터)에 "중국은 2028년 엄청난 양의 메모리 반도체(RAM)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3일에는 "마이크론은 메모리 가격과 관련해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다른 업체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특정 기업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업체들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도 중국산 메모리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존 터너스 애플 CEO는 지난 15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제약을 '절대적인 위기'로 규정하며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현재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을 시험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 영향으로 풀이된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15%, 낸드 가격은 15~20%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대규모 메모리를 구매하는 빅테크로서는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가격 협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하락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활용하려는 머스크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가격이 더 오르지 않도록 공급업체들에 비싸다는 신호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메모리가 단기간에 국내 제품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선단 공정의 양산 경험과 수율 안정화, 고객사 인증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중국 업체의 기술 추격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도 걸림돌이다. 애플이 중국 판매용 제품에 한정해 중국산 메모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가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올해 1분기 7.6%에서 2분기 9.5%로 상승했다. 회사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배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CXMT의 월간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은 2028년 말 50만~60만장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생산 확대로 스마트폰과 PC용 D램 등 공급 경쟁이 심화하면 국내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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