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칼럼] 2030년 'AI G3' 한국, 실행전략은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한국AI교육협회 회장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한국AI교육협회 회장]


2026년 대한민국의 인공지능(AI) 예산은 9조9000억원이다. 전년의 3배다. 지난 8월 전남 해남에서 국가AI컴퓨팅센터가 착공했고, 올해 1월 ‘인공지능 기본법’이 시행됐으며,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숫자만 보면 전례 없는 규모다. 그런데 같은 해 미국 4대 빅테크가 밝힌 설비투자 계획은 7250억 달러다. 우리 예산의 약 100배다. 아마존 한 곳이 한 분기에 쓰는 돈이 우리나라의 1년치 AI 예산을 넘는다. 2024년 2260억 달러에서 2년 만에 세 배가 됐다. 같은 방식으로 싸워서는 이길 수 없는 격차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앞서 있다. 미국은 민간 자본의 자율적 경쟁에 기대고, 중국은 국가가 장기 계획을 세워 자원을 배분한다. 둘 다 우리가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자본으로는 미국을 이길 수 없고, 국가 동원으로는 중국의 규모를 따라갈 수 없다. 다만 중국이 수출 통제라는 제약 속에서 적은 연산으로 비슷한 성능을 내는 길을 파고든 대목은 눈여겨볼 만하다. 제약이 특정 방향의 혁신을 촉발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당선 후에는 국정과제로 ‘AI 3대 강국'을 거듭 강조해 왔다. 지난 2월에는 ‘인공지능 기본계획’이 나왔고 9조9000억원의 예산도 편성됐다. 그러나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로드맵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목표는 선명한데 경로가 흐릿하다. 그래서 AI를 42년간 연구하고 가르쳐 온 학자로서 제안을 내놓는다. 정부와 지자체, 대학, 기업, 개인 등 5대 주체가 2030년까지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로드맵이다.

다시 앞의 숫자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가 아니다. "무엇을 3위라고 부를 것인가"다. 이는 말장난이 아니다. 목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해야 할 일과 성공 여부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AI 3대 강국은 세 가지로 나누어 정의할 수 있다. 첫째는 ‘모델 강국’이다. 세계 최상위권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하는 것인데, 솔직히 말해 어렵다. 필요한 자본이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둘째는 ‘활용 강국’이다. 산업과 공공 전반의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에서 앞서는 것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새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는 사회이고 적용할 현장이 조밀하다. 셋째는 ‘인프라 강국’이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등 AI 공급망에서의 지위이며 이미 상당 부분 달성돼 있다.

그렇다면 순서가 보인다. 인프라를 지렛대로 활용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자본으로 특정 영역의 모델을 노리는 것이다. 세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면 자원이 흩어지지만, 순서를 정하면 서로를 밀어준다. 우리가 가진 것을 세어 보자. 고대역폭메모리(HBM)는 AI 가속기의 필수 부품이고 그 시장을 한국 기업이 주도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날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를 가진 나라는 세계에 많지 않다. 조선과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모두 가진 것도 드문 조건이다.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로봇과 설비를 직접 다루는 피지컬 AI 국면에서는 실제로 물건을 만들어 본 나라가 유리하다. 공정 데이터는 인터넷에서 긁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약한 고리도 분명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보고서에서 한국은 종합 4위, 인구당 AI 특허 1위다. 반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 디지털 경쟁력은 15위로 아홉 계단 떨어졌고, 그중 인재 부문은 49위, 해외 고급 인재 유입은 최하위권이다. 지표가 엇갈리는 이유는 측정 항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드는 능력은 상위권인데 사람과 시장은 중위권이다. 이 비대칭이 대한민국 AI의 정확한 초상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낮은 항목이 높은 항목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인재가 빠져나가면 몇 년 뒤 연구 성과가 줄고, 산업 생태계가 얇으면 좋은 기술이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금의 높은 순위는 과거의 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짚을 것은 전력이다. AI 경쟁의 마지막 병목은 의외로 전기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하나가 소도시에 맞먹는 전력을 쓰는데, 우리는 수요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발전 설비는 지방에 흩어져 있다. 국가AI컴퓨팅센터를 해남에 둔 것도 이 구조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계통 접속 일정, 인허가 속도, 냉각용수, 주민 수용성 가운데 순수한 기술 문제는 하나도 없다. 전부 행정과 합의의 문제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국가의 AI 역량은 상위 1%가 아니라 나머지 99%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최상위 연구자 확보는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3강이 되지 않는다. 자연어로 원하는 것을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만들어 주는 바이브코딩(vibe coding)이 확산되면서 병목이 바뀌고 있다. 개발자 수에서 아이디어 수로 옮겨 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좋은 생각이 있어도 구현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직접 도구를 만들 수 있다. 공장의 반장이 자기 공정에 맞는 점검 프로그램을, 간호사가 인수인계 정리 도구를, 주무관이 민원 분류 도구를 스스로 만드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런 도구는 외주로는 나오지 않는다. 문제를 아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위험도 있다. 코드가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쓰면 보안 구멍이나 잘못된 계산이 그대로 현장에 들어간다. 그래서 만드는 훈련과 결과를 의심하는 훈련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그러나 이 지적이 뜻하는 바는 '가르치지 말자'가 아니라 '제대로 가르치자'다. AI 강국이 되려면 먼저 ‘바이브코딩 강국’이 되어야 한다. 이 전략은 정부 혼자 실현할 수 없다. 

정부는 연산 자원과 데이터, 전력이라는 고속도로를 깔고 예측 가능한 규칙을 만든다. 지자체는 데이터센터 유치에서 멈추지 말고 지역 주력산업의 전환으로 연결해야 한다. 유치 계약에 지역 기업과 대학이 쓸 연산 자원의 할당 비율을 명시하지 않으면 지역에는 전기를 쓰는 건물만 남는다. 대학은 AI 학과 정원을 늘리기보다 모든 전공에 AI를 결합해야 한다. AI 전공자에게 도메인을 가르치기보다 도메인 전공자에게 AI를 가르치는 편이 빠르다. 기업은 도구를 도입하는 것과 업무 절차를 다시 설계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보고서 초안을 5분 만에 만들어도 결재 단계가 그대로면 전체 시간은 줄지 않는다. 개인은 이직을 고민하기 전에 자기 일을 과업 단위로 쪼개 봐야 한다. 사라지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그 안의 과업이기 때문이다.

다섯 주체 중 하나라도 멈추면 나머지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GPU를 확보해도 쓸 연구자가 없으면 놀고, 대학이 인재를 길러도 갈 기업이 없으면 해외로 나가며, 기업이 AI를 도입해도 직원이 쓰지 않으면 비용만 남는다. 국가 전략은 결국 누군가의 월요일 아침 업무가 되어야 실현된다. 부족한 것은 예산이 아니라 결정이다. 저작물의 AI 학습 이용 범위를 확정하는 일, 모든 사업에 성과 지표와 종료 기준을 함께 세우는 일, 해외 인재 유치를 연봉 협상이 아닌 패키지 설계로 바꾸는 일은 큰돈이 들지 않는다. 규칙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규칙을 지키려는 국내 기업만 불리해진다.

2030년까지 남은 시간은 네 번의 예산 사이클이다. 길지 않다. 그러나 방향이 맞다면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다만 순위가 목적이 되면 측정되는 것만 좇게 된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의 돌봄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현장의 인력난을, 사라져 가는 숙련 기술의 보존을 이 기술로 풀어낼 수 있다면, 그때 3위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로 따라올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동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매일경제 기자 ▷대한경영학회 회장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숙명여대 글로벌융합대학 학장, 한류국제대학 학장, 융합국제학부·한류국제학부 교수 ▷한국AI교육협회 회장 ▷한국바이브코딩협회 회장 ▷문형남 브랜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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