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금도 방 구하기 어려운데, 1만명은…" 세종 공인중개사도 '절레절레'

  • 44개 기관 이전 발표에 투자 문의…거래 움직임은 아직

  • 올해 세종 전셋값 4.71%↑…임대차 수요 확대 촉각

15일 세종시 도담동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 공인중개사무소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사진장선아 기자
15일 세종시 도담동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 공인중개사무소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사진=장선아 기자]

“지금 있는 공무원들도 방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1만명이 더 내려오면 도대체 어디에서 살라는 건가요.”

15일 세종시 도담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의 대규모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세종시 출범 초기부터 14년째 중개업소를 운영해 온 그는 최근 지역 주택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전월세 매물 부족을 꼽았다.

정부가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44곳의 세종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 주택시장이 추가 이주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전 대상 기관의 공무원 정원은 9929명에 달한다. 현지에서는 기존 공무원들조차 임대주택을 구하기 어렵고, 매수를 고려해도 대출 부담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날 찾은 도담동은 정부세종청사와 가까워 공무원들의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청사까지 걸어서 1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공무원들은 아파트 전세를, 홀로 부임하는 공무원들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주로 찾지만 기존 세입자들의 계약 연장으로 신규 임대차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도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기존 세입자들이 계속 계약을 연장하다 보니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집주인들이 매매 호가를 크게 올리지는 않지만 전세는 기존 3억원 수준이던 물건을 3억5000만원에 내놓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둘째 주인 12일 기준 세종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말보다 4.71%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0.92% 하락해 매매와 전세시장이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전세 매물 부족에 일부 세입자들은 아파트 매수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대출 규제가 걸림돌이다. 보증금이 오르면서 차라리 집을 사려는 수요가 나타나도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전세를 구하지 못해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출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종시 도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장선아 기자
세종시 도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장선아 기자]
기관 이전 발표 이후에는 외지인들의 투자 문의도 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기대감으로 집값이 급등했던 2020년과는 자금조달 여건이 다르다는 반응이다.

당시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해 동안 44.93% 상승했다. 도담동 도램마을14단지 한림풀에버 전용 99㎡의 월별 최고 거래가격은 2020년 1월 7억5000만원에서 2021년 1월 13억원으로 1년 새 5억5000만원 올랐다.

한 공인중개사는 “2020년에는 2주 만에 집값이 1억5000만원씩 오르는 시장도 경험했지만 당시에는 대출이 지금보다 자유로웠다”며 “지금은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매수에 나서느냐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기관 이전에 따른 추가 주거 수요에 대비해 선제적인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전 대상 공무원의 최소 60%가 세종으로 이주한다고 가정하면 약 6000가구의 주거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수용할 만큼 주택을 공급하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2020년에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면 이번에는 실제 이주 수요가 발생한다는 차이가 있다”며 “세종에서 수용하지 못한 수요가 대전 유성구 등 인접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어 선제적인 주택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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