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투자 1위 싱가포르에 뺏길라…韓 기술 경쟁력 키워야

  • 싱가포르 1~9월 투자액 128억달러…한국과 격차 빠르게 좁혀

  • 반도체·AI 투자 유치하려는 베트남… 2030년 3000억달러 목표

  • 현지기업과 협력 강화해야…기술 이전·공급망 참여가 관건

그래픽챗gpt 제작
베트남에 대한 싱가포르의 투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한국과의 누적 외국인직접투자(FDI)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그래픽=챗gpt 제작]


베트남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시장에서 싱가포르가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올해 신규 투자 규모에서 한국을 크게 앞지르면서 한국의 누적 투자 1위 자리에도 변화 가능성이 생겼다. 베트남이 외국인 투자 유치의 무게중심을 단순 생산시설 확대에서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확보와 자국 기업 육성으로 옮기고 있어 한국도 투자 규모뿐 아니라 기술 경쟁력과 현지 산업과의 연계 측면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현지 시각)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올해 1~9월 대베트남 등록 투자액은 약 128억5000만 달러(약 17조3359억원)로 국가별 1위를 기록했다. 2위 한국보다 31억 달러 이상 많은 금액으로, 같은 기간 베트남에 유입된 전체 외국인 등록 투자액의 25% 이상을 차지했다.

싱가포르의 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6%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약 60억 달러 늘어난 수준이다. 신규 사업에 등록한 투자액만 92억6000만 달러를 넘어서 베트남 전체 외국인 신규 프로젝트 투자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기존 사업을 확대하거나 현지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투자도 이어졌다. 싱가포르 투자자들이 기존 프로젝트에 추가로 등록한 금액은 23억2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베트남 기업에 대한 지분 출자와 주식 매입 규모도 12억6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 여전히 누적 투자액 기준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누적 등록 투자액이 1015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한국과의 격차는 약 27억 달러로 좁혀졌다. 올해 신규 투자 흐름이 이어진다면 누적 투자 순위에서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

이 같은 투자 확대는 베트남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본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나타났다. 올해 1~9월 베트남의 외국인 등록 투자액은 5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년 동기 대비 76.4% 이상 증가했다. 실제 집행된 투자액도 210억7000만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반도체·AI 투자 유치 집중…2030년 최대 3000억 달러 목표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 규모를 확대함과 동시에 투자 유치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베트남 정치국이 지난 6월 8일 발표한 결의안 10호에는 2030년까지 2000억~3000억 달러의 외국인 등록 투자를 유치한다는 목표가 담겼다. 신규 등록 투자액의 75%를 기술력과 자본력, 경영 역량을 갖춘 선진 경제권에서 확보한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특히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 육성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글로벌 기술기업 최소 3곳의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하고 베트남 기업 1만곳을 다국적 기업의 공급망과 가치사슬에 참여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 수도 하노이에서는 과학·기술 분야가 외국인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하노이 재무국에 따르면 올해 1~9월 하노이가 유치한 외국인 투자액은 40억6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문·과학·기술 활동에 유입된 투자액은 약 22억4300만달러로 전체의 55.2%에 달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분야 투자액은 약 3억9400만 달러, 정보통신 분야는 3억5210만 달러로 집계돼 과학·기술 분야와 큰 차이를 보였다.

베트남은 반도체 산업의 자체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2030년까지 반도체 설계기업 최소 100곳과 소규모 반도체 제조공장 1곳, 패키징·테스트 공장 10곳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과 연결해 자국 기업의 기술 역량을 높이려는 것이다.

과제는 외국인 투자 확대가 베트남 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부 민 크엉 교수는 베트남이 글로벌 기업 유치와 수출 확대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외국인 투자기업과 현지 기업 간 연계는 아직 잠재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베트남 기업이 외국인 투자기업의 현지 조달 비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지 기업과의 협력이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파트너십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누적 투자 규모에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과 기술 협력, 현지 기업의 공급망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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