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콘텐츠의 경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인공지능(AI)으로 인해 다시 촉발됐다. AI 캐릭터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콘텐츠를 게임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콘텐츠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정의된 '게임'은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오락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로 정의하고 있다. 법이 아닌 사회적 통념에서 따지자면 가상세계에서 이용자에게 목적과 목표를 주고 이를 달성하도록 하는 행위를 뜻한다.
롤플레잉, 액션, 퍼즐, 어드벤처 등 장르는 서로 달라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게임의 본질이었다. 그러나 AI가 이용자의 입력에 따라 이야기를 생성하고 상호작용하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게임 개념만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AI 캐릭터챗 역시 게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의 기원 중 하나인 텍스트 기반 머드(MUD) 게임에서도 이용자들이 문자를 주고받으며 가상의 공간을 탐험하고 상황을 만들어갔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텍스트를 매개로 상호작용하며 게임 경험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AI와 대화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행위 역시 게임의 범주에서 살펴볼 수 있다”며 “AI 대화 서비스가 게임의 순기능을 전달하는 콘텐츠로 발전하려면 관련 학술 연구와 연구개발(R&D)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는 AI 캐릭터챗을 기존 게임의 영역에 포함시키기는 어렵지만 확장된 개념을 적용한다면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말한다.
A 게임사 관계자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게임은 이용자가 개발자가 만든 규칙에 따라 플레이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얻는 것”이라며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AI 캐릭터챗을 게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용자가 AI로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얻는다면 그것 역시 게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게임의 정의를 확장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는 게임과 AI 콘텐츠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개발자의 기획 의도를 꼽았다. 이 대표는 “게임은 이용자에게 의도한 경험이나 감정을 전달하도록 설계한 결과물”이라며 “캐릭터챗 역시 가상의 인격과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기획자가 의도한 경험을 유도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게임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쟁은 게임산업의 외연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게임사가 아닌 AI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의 메인 스폰서를 맡으면서 게임쇼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적인 게임 전시의 특색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AI 등 새로운 기술과 콘텐츠를 포괄하는 행사로 확장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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