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공짜 포토샵 뚝딱, 어도비 본뜬 '크래프팅 앱스' 화제

사진 편집은 '포토샵', 영상 편집엔 '프리미어 프로', 책이나 잡지를 출간할 땐 '인디자인'. 미디어나 디자인 업계 종사자라면 어도비 생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어도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싼 구독료와 과도한 중도 해지 수수료 등으로 사용자들에게 어도비는 애증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 '아트크래프트'라는 개발팀은 어도비 소프트웨어를 본뜬 무료 소프트웨어 모음집 '아트크래프트 크래프팅 앱스(아트크래프트)'를 공개했다. 포토샵을 모방한 '포토크래프트'를 필두로 벡터크래프트(일러스트레이터), 필름크래프트(프리미어 프로), 라이트크래프트(라이트룸), 이펙트크래프트(애프터 이펙트), 디자인크래프트(인디자인), PDF크래프트(아크로뱃 프로) 등 어도비의 핵심 유료 소프트웨어 7종이 무료로 공개되면서 글로벌 커뮤니티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사진아트크래프트 캡처
[사진=아트크래프트 캡처]


아트크래프트의 가장 큰 특징은 어도비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인터페이스, 단축키, 워크플로우까지 그대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이에 어도비 소프트웨어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별도의 재학습 과정이나 적응 기간 없이 그대로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앤트로픽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인 '클로드 오푸스 5.5'를 통해 단기간에 진행됐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 개발을 주도한 브랜던 토머스는 AI와 러스트(Rust) 프로그래밍 언어를 조합해 불과 수주일 만에 어도비 주요 생태계를 재현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크래프트는 AI가 프로그램 기능을 직접 쓰도록 하는 '에이전트 네이티브' 방식을 채택해 미래형 창작 환경까지 내다보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직접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명령을 내리면 간단하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에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기존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직 출시 2주…기능 부족하고 보안·저작권 우려도

하지만 폭발적인 화제성과 별개로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포토크래프트 초안이 깃허브에 최초 공개된 이후 2주 동안 업데이트가 거의 매일 진행됐지만 아직 포토샵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부분은 세부 기능의 완성도 부족이다. 겉모습은 포토샵과 매우 비슷하지만 핵심적인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고 작업 과정에서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포토샵의 파일 형식과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거나 CMYK 인쇄 표준 출력 시 오류가 발생할 것이라는 실무자들의 걱정도 크다.

사진포토크래프트 캡처
[사진=포토크래프트 캡처]

AI 바이브 코딩을 통해 단시간 내에 만들어진 만큼 검증이 필요하고 보안 문제가 존재한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사람이 세밀하게 검증하지 않은 코드는 예측 못한 보안 취약점을 내포하기 쉽다. 더군다나 누구나 소스코드를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는 오픈소스 구조 특성상 악성코드가 포함된 제3자 배포본이 퍼질 위험도 존재한다.

저작권 침해 논란 역시 피할 수 없는 걸림돌이다. 아트크래프트 팀은 앱 개발 과정에서 어도비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실제 소스코드가 단 한 줄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이른바 '클린룸 설계' 방식이다. 쉽게 말해 어도비 프로그램의 내부 코드를 훔쳐본 것이 아니라, 철저히 외부 사용자 관점에서 기능과 동작을 분석한 뒤 AI와 함께 처음부터 코드를 새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는 남는다. 소스코드를 복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도비가 수십 년간 구축해 온 레이아웃, 도구 배치, 아이콘의 시각적 형태와 고유 단축키 체계까지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은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도비가 본격적인 법적 공방에 나설 경우 프로젝트 자체가 존립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포토샵 99% 구현이 목표…AI 시대는 이제 시작

각종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트크래프트 개발진은 향후 수개월 내에 포토샵과 포토크래프트의 기능 유사도를 99%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체 발표에 따르면 현재 포토크래프트는 포토샵 전체 기능의 약 76%를 구현해 냈으며, 완성도 측면에서는 기존 포토샵 대비 45% 수준까지 도달했다. 복잡한 기능을 쓰지 않는 입문자들이 무료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아트크래프트 사태의 본질은 AI가 끌고 갈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있다. 앞으로 AI를 활용한 자율적인 코딩 플랫폼의 발전, 그리고 전통 앱과 AI 에이전트 간의 긴밀한 연동이 가속화될수록 거대 거품으로 유지되던 전통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보편화될수록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종말론)' 현상이 재출현할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값비싼 구독료와 불공정한 계약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던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일까? 과연 AI의 파괴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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