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이 곧 1년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나란히 10% 안팎 오른 가운데 강남권 과열과 투기 수요를 억제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약속한 것은 국민 주거안정이었다. 세입자의 불안을 빼놓고 성적표를 매길 수는 없다.
당시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실거주 의무로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를 제한하고,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집값이 15억원을 넘으면 4억원, 25억원을 넘으면 2억원으로 낮췄다. 고가주택의 차입 매수를 억제하고 실거주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설계였다.
그 의도가 일부 작동한 흔적은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상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올해 10월 5일까지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40%, 서초구는 3.35%로 서울 평균 10.42%보다 낮았다. 최근에는 두 지역 모두 9주 연속 하락했다. 고가주택의 차입 매수와 갭투자에 제동을 건 효과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세제 변화 등도 함께 작용했으니 전부 10·15 대책의 공으로 돌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억제한 수요만 보고 옮겨간 수요를 놓치는 데 있다. 대출을 활용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큰 중저가 주택에 실수요가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성북구 매매가격은 16.52% 올랐다. 강남을 바라보며 안도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싼 집을 찾던 사람들의 선택지는 더 비싸졌다. 거래량이 줄었다고 투기 수요만 걸러졌다고 볼 수도 없다. 자금이 부족해 매수를 포기한 실수요자까지 성과로 계산해서는 곤란하다.
중저가 지역이 올랐다고 지역 간 격차가 줄었다며 반길 수도 없다. 이미 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자산가치 상승이지만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진입장벽이다. 강남과의 가격 차이가 좁아져도 자기 월급과 집값의 거리가 더 벌어졌다면 주거 사정이 나아진 게 아니다. 양극화는 강남과 강북 사이에만 있지 않다. 같은 동네의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도 있다.
전세는 더 직접적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9.96%, 성북구는 15.64% 올랐다. 아실 집계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10월 15일보다 이달 10일 16.6% 줄었다. 전체 임대주택 재고와는 다르지만 새 전셋집을 찾는 사람에게는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뜻이다. 매매는 대출 문턱이 높고 전세는 구하기 어렵다면 더 비싼 월세나 더 먼 집을 고민해야 한다.
가령 5억원짜리 전세가 10% 오르면 추가 보증금은 5000만원이다. 모든 갱신계약이 그만큼 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갱신청구권을 소진하고 새 계약을 구하는 가구는 오른 시세를 마주한다. 목돈이 없어 월세를 섞으면 저축 여력이 줄고, 외곽으로 옮기면 통근과 돌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책이 시간을 버는 동안 세입자는 돈과 시간을 더 쓴다.
물론 공급 부족과 월세화까지 겹친 전세난을 10·15 대책 하나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세입자가 집을 사면 전세 수요도 줄어든다. 그러므로 실거주 규제가 지역별 임대 공급과 수요에 미친 영향을 함께 검증하고 부작용을 고쳐야 한다. 수년 뒤 착공 목표만으로 이번 계약 만기를 넘길 수는 없다. 기존 세입자의 거주를 지키면서 거래할 여지를 넓히고, 지역별 과열과 전세 사정을 따져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 입주 가능한 공공임대와 취약가구의 보증금·월세 지원도 서둘러야 한다.
갭투자 억제는 정책 수단이고 국민 주거안정은 최종 목표다. 수단이 작동했다는 설명만으로 목표에 도달했다고 할 수는 없다. 강남 집값이 진정됐다는 소식은 반갑다. 그러나 그 소식으로 세입자가 오른 보증금을 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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