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국회의원(국민의힘,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은 일반고 특화훈련 사업이 직종 선정과 성과관리 모두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며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반고 특화훈련' 사업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조기 취업을 희망하는 일반고 3학년 학생들에게 직무 기술을 가르쳐 양질의 일자리로 연계하기 위한 대표적인 청년 고용 지원 사업이다. 2024년 492억원, 2025년 615억원, 2026년 553억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됐다.
고용노동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선정한 총 65개 훈련직종을 대상으로 매년 지역·직종별 수요조사(5~6월, 고2 학생 대상)를 실시하고, 운영실적과 신청물량을 고려해 최종 훈련과정을 선정한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이 운영기준은 사실상 형해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2026년 8월 기준 전체 실시 인원 6982명 가운데 미용(1707명), 제과제빵바리스타(1417명), 음식서비스(1147명) 3개 직종 인원이 4271명으로 전체의 61.2%를 차지했다. 이러한 편중은 2022년 60.5%, 2023년 64.0%, 2024년 61.3%, 2025년 64.1%로 매년 60%대를 웃돌며 고착화됐다.
반면 정부가 미래 유망 분야로 강조하는 'AI 활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응용' 과정은 2025년 20명, 2026년 20명으로 전체의 약 0.3%에 불과했다. 사물인터넷(38명), 태양에너지(29명), 디지털컨버전스(20명) 등 신산업 분야 역시 전시성 '구색 맞추기'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성과가 저조한 직종이 오히려 정원을 늘려 배정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출판' 직종은 2023년 실시 30명 중 취업 0명, 2024년 실시 38명 중 취업 0명으로 2년 연속 취업률 0.0%를 기록했다. 2년간 수료생 전원이 미취업인 직종이라면 정원을 줄이는 것이 마땅하지만, 고용노동부는 2025년 30명, 2026년 40명으로 오히려 인원을 늘려 배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임콘텐츠제작(3년 연속 취업률 30%대), 간호조무(취업률 36.4%로 급락), 시각디자인(20~40%대 저조) 등 취업 성과가 부진한 직종도 아무런 제재 없이 수백 명 규모로 계속 승인받고 있다. 노동시장 정보가 부족한 고2 학생들의 선호와 학원의 신청물량에 종속된 선정 구조 속에서, 실적 평가 기준에는 최저 취업률 컷오프조차 없는 요식행위식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취업률 관리 방식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고용노동부는 "동일직종 취업률은 관리하고 있지 않아 해당 직종 수료자 수 대비 취업자 수로 산정한다"고 취업률 기준을 밝혔다. 게임콘텐츠제작이나 출판, 정보시스템 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전공과 무관한 식당 아르바이트나 다른 직종에 취업해도 정부 통계상 '취업 성공'으로 집계되는 구조다.
겉으로는 전체 취업률 70%를 웃돈다고 홍보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양성한 직무 전문성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졌는지는 전혀 검증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철규 의원은 "현재 일반고 특화훈련은 아이들의 미래를 여는 직업훈련이 아니라, 진로 정보가 부족한 열일곱 살 학생들의 선호 뒤에 숨어 청년들의 소중한 1년을 저임금 과밀 서비스 시장의 소모품으로 밀어 넣는 무책임한 행정 편의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직종 선정 기준부터 성과평가 체계까지 전면 쇄신을 위한 종합 개선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적은 연간 5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 정작 훈련 수요와 노동시장 수요, 취업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직종별 최소 취업률 기준 도입, 동일직종 취업 여부를 반영한 성과 측정, 신산업 분야 과정 운영 내실화 등이 개선 과제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문제 제기가 국정감사를 비롯한 향후 국회 논의로 이어질 경우 일반고 특화훈련 사업의 구조 전반에 대한 재점검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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