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할 경우 자영업자 10곳 중 8곳이 고용을 조정하거나 근로시간과 임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과 생계형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철규 의원(국민의힘,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소규모 사업장의 업종·지역별 근로실태 분석 및 지원방안 마련’ 보고서(2025년 6월 발간)에서 이 같은 내용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은 서울·대전 지역 음식점업(14명), 숙박업(14명), 도소매업(13명) 등 소규모 사업주 41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FGI)을 진행했다.
조사에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때의 대응 방안을 물은 결과, '고용 조정'이 16명(39.0%), '파트타임 근로자 활용'이 8명(19.5%)으로 나타났다. 두 항목을 합치면 24명(58.5%)으로, 사업주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인력 운용 방식을 바꾸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임금 조정'은 5명(12.2%), '근로시간 조정'은 3명(7.3%)이 뒤를 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 41명 가운데 32명(78.0%)이 고용이나 임금, 근로시간 등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별도 대응 없음'은 7명(17.1%), 기타는 2명(4.9%)에 그쳤다.
'적용이 불가능한 근로기준법 조항'을 묻는 복수응답에서는 '해고 제한'과 '유급 연차휴가'가 각각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급 공휴일과 가산수당이 각 17명, 휴업수당이 14명 순이었다.
업종별로 부담을 느끼는 조항에는 차이가 있었다. 음식점업은 응답자 14명 중 13명이 유급 연차휴가를 적용하기 어려운 조항으로 꼽았다.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많은 숙박업은 연장근로 가산수당에 대한 부담이 가장 컸으며, 응답자 14명 중 9명이 이를 지목했다. 소매업은 13명 가운데 9명이 해고 제한, 8명이 휴업수당을 어려운 조항으로 꼽았다.
특히 보고서에는 편의점 사업주들이 가산수당이 확대되면 폐업이나 업종 전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현장 의견이 담겼다. 모텔 사업주들은 키오스크 도입, 일부 시간대 무인화, 영업 중단 등을 대응 방안으로 언급했고, 음식점업에서도 근로시간 축소와 시간제화, 고용 축소 가능성이 제기됐다.
추가 인건비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해 50%의 가산수당을 적용할 경우 월 약 1128억원, 연간 약 1조 3538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계했다.
다만 보고서는 임금체계 조정 등에 따라 실제 추가 비용이 추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야간근로수당과 휴일 연장근로는 추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영향을 판단할 때 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한계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근로시간 관련 규정이 확대되면 일부 업종에서 근로시간 축소와 이에 따른 근로자 소득 감소, 시간제 근로자 활용 확대, 고용인원 축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업태별 영업·근로 형태가 서로 다른 만큼, 업종에 따라 적용 순서를 달리하거나 예외를 두는 등 점진적인 접근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률적인 확대 적용보다는 현장의 여건을 반영한 단계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철규 의원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노동계와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반영해 신중히 풀어야 할 과제"라며 "고용 축소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업종과 규모별 여건을 충분히 살펴 현장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41명이라는 제한된 표본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결과인 만큼 전체 소규모 사업장의 상황을 그대로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사업주 상당수가 고용과 근로시간 축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확대 과정에서 근로자 보호와 영세 사업장의 경영 여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편,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문제는 노동계와 소상공인 사이의 입장 차가 큰 사안인 만큼, 앞으로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이어질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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