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열흘 차를 맞이한 중대범죄수사청이 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심각한 업무 차질을 겪고 있다. 여기에 경찰로부터 500건 가까운 사건을 통지받았으나, 실제 수사에 착수한 건은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수사 지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중수청에 총 459건의 사건을 통보했다.
관할별로는 서울지방중수청이 20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산(99건), 수원(76건), 대구(38건), 광주(25건), 대전(16건) 순이었다. 그러나 지난 8일 기준 중수청이 경찰에 이첩을 요구하거나 실제로 이첩된 사건은 0건으로 집계됐다. 현행 중수청법에 따라 수사기관은 7대 중대범죄를 인지할 경우 중수청장에게 즉시 통보해야 하지만, 정작 중수청의 수사 착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방 중수청에 직접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7일 기준 전국 지방 중수청에 접수된 고소·고발건은 총 82건으로 서류 배당은 이뤄졌으나, 인프라 미비로 본수사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중수청은 현재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이 없어 경찰 킥스를 임시로 빌려 쓰고 있으며, 사건 처리와 형사사법포털 등의 주요 기능은 오는 12월 2단계 개통 이후에야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수사 기록 작성, 송부, 장부 입력 등 대다수 업무를 수기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 시스템의 부재로 일선 현장의 혼란도 극심하다. 업무용 PC조차 지급받지 못한 수사관이 많고, 전자결재나 이메일은 행정안전부 온나라시스템, 메신저는 카카오톡이나 공무원 내부 메신저인 '온톡'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중수청 명의의 지출 계좌도 없어 수사관들이 필기구 등 필요한 물품을 사비로 선결제한 뒤 후불 처리하는 일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조직을 이끌 수뇌부와 실무진의 공석도 문제로 지목된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 중 66.1%인 1900명으로 업무를 개시했으나, 실무를 총괄할 과장급 인력이 대거 비어 있는 상황이다. 본청 과장급 24자리 중 16자리가 공석이며, 서울중수청 역시 25개 과 중 11곳의 과장석이 비어 있는 상태다.
한편 중수청의 '1호 수사 사건'이 무엇이 될지를 놓고 법조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인공지능(AI) 해킹 사태가 국가핵심기반 공격 등 수사 대상 범죄에 해당하는지 서울중수청이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존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과 과거 수원지검 마약합동수사본부에 있던 인력 상당수가 각각 서울중수청과 수원중수청 등으로 이동함에 따라 마약이나 보이스피싱 등 민생 범죄가 첫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수청을 둘러싼 여러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중수청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내부 상황을 전했다.
우선 관계자는 킥스 문제에 관해서는 "킥스 완비까지 3년이 걸린다는 보도는 대체로 사실이 맞다. 자체망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그렇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부득이하게 경찰청 킥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원 부족으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인원이 부족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최대한 수사를 할 수 있는 인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수사를 당장이라도 착수할 수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그것(인력 부족)은 주관적인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수청장 공석으로 인한 업무 차질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직무 대행 체제로 조직이 원활히 돌아가고 있다"며 "조만간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청장님이) 조만간 임명되실 수도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 아마 취임하시게 되면 좀 더 안정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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