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뷰티 수출은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1분기 화장품 수출은 31억 달러로 전년보다 19% 늘며 중동발 공급망 불안 속에서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산업통상부의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9월 수출은 지난해 동월보다 31.4% 늘어난 15억1000만 달러로 주요 지역에서 고르게 늘며 월간 기준 전 기간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1~9월 누적은 111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30% 넘게 늘었다.
구직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올해 인크루트 대학생 조사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처음 후보에 포함된 올리브영이 3위에 올랐다.
외국인 인재를 둘러싼 제도도 움직이고 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올해 8월 35만명을 넘어섰고, 법무부는 지난 7일 유학생 비자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한국어 능력이 우수한 유학생은 비자 발급 때 재정능력 입증을 면제하고, 졸업 후 구직비자(D-10) 체류 기간은 1~3년으로 차등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인도네시아·미국·케냐·에콰도르 등 여러 나라 출신 동료와 함께 일하는 우리 회사로서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소식이다.
마리앤메이는 현재 전 세계 7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해외 매출 비중이 85%를 넘는다. 많은 사람이 이 성과의 비결을 묻는다. 좋은 성분, 트렌디한 브랜딩, 효과적인 마케팅. 모두 맞는 답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답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확히는, 15개 국적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우리의 다국적 조직 그 자체다.
실제로 현지 출신 동료들의 손끝에서 브랜드의 방향이 바뀐 사례는 많다. 인도네시아 출신 클레어는 해외 구독자들이 제품 정보뿐 아니라 한국 현지의 K-뷰티 트렌드도 궁금해한다는 점에 착안해 뉴스레터에 한국 트렌드 코너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출신 옥타비아는 완성도 높은 광고 영상보다 진정성 있는 후기가 통하는 현지 정서를 반영해 틱톡 제휴 크리에이터 가이드라인을 손봤고, 이는 여러 건의 바이럴 콘텐츠로 이어졌다. 케냐 출신 데이지는 특정 표현이나 캠페인 문구가 다른 문화권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지 검토하며 콘텐츠의 방향을 조율하고, 에콰도르 출신 크리스티나는 중남미는 스킨케어 단계 자체가 아직 낯선 시장임을 짚어주며 소비자 교육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현지 인사이트는 제품 전략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히잡을 쓰는 중동 시장에서는 눈가 톤업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다크서클 예방 아이크림을 주력으로 배치했고, 장미가 국민적 자부심인 튀르키예에서는 로즈 워시오프 팩이 깊은 정서적 공감을 얻었다. 이 모든 결정은 한국 본사의 판단이 아니라,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체화한 동료들의 제안에서 나온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요즘 젊은 외국인 인재들 사이에서 K-뷰티가 가장 일해보고 싶은 '핫'한 산업으로 꼽힌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단순한 K-뷰티 소비자를 넘어, 브랜드를 직접 주도적으로 성장시키는 주역이 되고 싶어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전 세계 인재가 모이듯 기획·제조·디자인·콘텐츠·유통이 긴밀히 연결된 한국 역시 글로벌 뷰티 인재의 허브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다만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번 개선안은 유학과 구직, 정착을 한 흐름으로 본다는 점에서 반갑다. 아쉬운 것은 인재 정책이 아직 반도체·인공지능(AI) 같은 첨단·제조업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톱티어 비자가 그렇고, 이공계 유학생의 E-7 전환 방안도 마찬가지다.
뷰티·콘텐츠 같은 소비재·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려는 유학생도 같은 길을 밟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인턴십과 취업, 장기 경력 개발로 이어지는 길이 마련돼야 한다. 기업 역시 이들을 '언어 지원 담당자'에 머물게 하지 말고, 시장 전략을 맡아 팀을 이끄는 리더로 키울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K-뷰티는 지금까지 한국 화장품을 해외에 파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앞으로는 여러 나라 인재가 한국에서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조직의 인적자원(HR)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함께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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