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주 여러 차례에 걸쳐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있는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 미사일 공격을 퍼붓는 등 막대한 군사력으로 사우디를 공격하고 있다. 후티 반군이 점령한 예멘 지역에서 리야드까지는 약 900㎞로, 부산에서 평양까지의 거리(700㎞)보다 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후티가 반군에서 오늘날 중동의 가장 강력한 반국가 무장단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최근의 공격인 11일 공습에서 사우디 측에서는 12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미국인도 있다.
후티 반군은 그동안 사우디의 정유 인프라를 공격하고 예멘의 남서부 홍해 연안지역을 점령해 왔다. 홍해를 빠져나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쪽으로 향하는 길목인 바브알만데브 해협에 있는 페림섬을 장악하기도 했다. 예멘 정부군은 최근 이 해협을 수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예멘 전문가인 파레아 알무슬리미니는 "모두가 후티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하고, 그들을 '슬리퍼 신은 자들' 정도로 치부하지만, 이 슬리퍼를 신은 자들로 인해 겨울 난방비가 2~3배로 오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후티 반군은 전투화나 군복 대신 슬리퍼에 평상복으로 전투에 임한다. 알무슬리미니는 또 "그들(후티)은 10년 전에는 아프리카에서 무기를 수입했지만, 이제는 무기를 제조해 과거 바이어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티가 군사적 기반을 다지게 된 것은 2014년 9월 수도 사나를 점령하면서다. 후티는 이때 이란 정부군 측 공화국수비대의 탄도미사일과 지대함 무기 등을 획득했다. 게다가 이란 등에서 배워온 지식은 후티의 군사력을 한 층 업그레이드시켰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안보컨설팅사 바샤 리포트의 대표인 모하메드 알바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헤즈볼라가 이란 최정예군 이슬람혁명수비대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로부터 군사지식과 기술을 배워갔다고 강조하며, 이 중에서 후티 반군이 이란으로 가 지대함 미사일과 드론 보트 등 기술을 배운 것을 지적했다. 그는 이제 후티 반군이 중국 부품을 이용해 사마드 드론 등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준이 됐으며,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은 이란 기술에 크게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후티는 군사력 증강을 위해 미국 인공지능(AI)까지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의 보고서에서는 예멘 북부에 거점을 두고 있는 위협조직이 클로드를 무기 개발에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약 2000㎞까지 날아가는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데, 클로드에 왜 현장 시험이 실패했는지를 물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편, 볼프-크리스티안 파에스 전 유엔 예멘 문제 패널은 후티의 무기 수준보다 예멘 정부군의 약점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사우디가 수많은 무기를 예멘 정부에 지원했지만, 예멘 정부군은 요충지 모카항을 빼앗기는 등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급여 대장에는 있지만 실제 전선에는 없는 '유령 군인'을 비롯, 급여 지연이나 횡령 등이 예멘에서는 빈번하다고 파에스 전 패널은 말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은 훈련이 잘 된 지휘관이 있으며, 정치적 비전이나 동기 부여 등에서 군사들의 사기가 더 높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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