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협력사, 베트남서 340곳으로 확대... 현지 공급망 고도화 과제

  • 현지 기업 참여 크게 늘었지만 포장재·소모품 등 저부가 제품에 집중

삼성 베트남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 사진삼성 베트남
삼성 베트남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 [사진=삼성 베트남 제공]

삼성전기가 베트남에 약 2조5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패키징 기판 생산시설을 확충한다. 삼성의 베트남 생산기지가 고부가 반도체 부품 분야로 확대되는 가운데 현지 공급망에 참여하는 베트남 기업도 340곳으로 늘었다. 다만 현지 기업의 첨단 부품 공급 역량은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생산기지 확대와 함께 산업 생태계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12일(현지 시각) 베트남 경제 전문 매체 카페에프(CafeF) 등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반도체 패키징 기판 생산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약 18억5000만 달러(약 2조486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투자는 한국 세종사업장과 베트남 생산법인에 투입하는 총 50억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 중 일부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약 31억8000만 달러를 투입해 고부가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베트남에서는 글로벌 고객사의 물량 증가에 대응할 방침이다. 베트남 신규 시설은 2030년 6월까지 건설을 마치고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투자 대상인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는 인공지능(AI) 가속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등 고성능 반도체를 메인보드에 연결해 전력과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다.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시장이 성장하면서 고부가 반도체 패키징 기판의 수요도 늘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AI와 고성능 컴퓨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부가 반도체 기판이 반도체 성능과 공급망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협력사 340곳으로 확대…첨단 부품 공급은 여전히 제한적
삼성전자 타이응우웬 공장 사진삼성 베트남
삼성전자 베트남 타이응우옌 법인의 공장 [사진=삼성 베트남 제공]

삼성의 베트남 투자 확대와 함께 현지 기업들의 공급망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에 따르면 2014년 삼성의 현지 1차 협력업체는 4곳에 불과했지만 현재 1·2차 협력업체를 합친 베트남 기업 수는 340곳으로 큰 폭 늘었다.

다만 협력업체 수의 증가가 첨단 제조 역량 확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현지 기업들이 공급하는 제품은 소모품과 포장재, 인쇄물, 기술적 난도가 낮은 부품 등에 집중돼 있다. 삼성의 공급망에 참여하는 기업은 늘었지만 고부가 부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베트남 전체 부품·소재 산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된다. 산업무역부가 2024년 관련 기업 7000곳을 조사한 결과 글로벌 공급망과 밸류체인에 참여한 기업은 약 30%에 그쳤다. 전체의 75%는 내수 시장에만 제품을 공급했으며 8%는 수출에 전념하고 17%는 내수와 수출을 병행했다.

특히 첨단산업 분야의 현지 부품 공급 역량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 떨어진 상황이다. 베트남의 산업별 부품 자체 공급 능력은 오토바이 분야에서 85~95%에 달하지만 전자·정보통신 분야는 30~50%, 첨단기술 산업은 5~10% 수준이다.

이 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삼성은 현지 기업의 생산 역량을 높이는 지원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베트남 기업 379곳을 대상으로 생산혁신 컨설팅을 실시했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생산혁신 전문가 406명을 양성했다. 이후 지원 분야도 스마트공장과 금형, 자동화 등으로 확대했다. 올해에는 14개 기업을 추가로 지원하면서 스마트공장 지원 대상이 누적 96곳으로 늘었다. 관련 전문인력 양성 규모도 241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베트남 타이응우옌 법인의 공장 사진삼성 베트남 제공
삼성전자 베트남 타이응우옌 법인의 공장 [사진=삼성 베트남 제공]

금형과 자동화 분야에서도 지원이 이뤄졌다. 삼성은 스마트 금형 분야에서 6개 기업을, 자동화 분야에서 5개 기업을 지원하며 현지 기업의 제조 기술 고도화를 돕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도 베트남 기업과의 협력을 지역과 기술 분야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단순히 협력업체 수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기업이 자체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베트남 현지에서 열린 글로벌 공급망 연계 세미나에서 차지호 삼성 베트남 구매센터 부총괄은 향후 협력 방향으로 범위 확대와 역량 심화, 체계적인 연계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차 부총괄은 "앞으로 협력 활동을 '더 넓게', '더 깊게', '더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선 삼성은 현재 박닌과 호찌민 등 주요 생산거점 주변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을 푸토와 하이퐁, 타이응우옌 등 베트남 북부와 남부의 주요 산업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스마트공장 구축과 금형 기술 개선, 자동화 컨설팅 등 기업별 수요에 맞춰 지원 내용도 세분화한다.

특히 기업 내부에서 생산혁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핵심 인력을 발굴하고 실무 능력을 높여 자체적인 혁신 활동을 이끌도록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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