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트럼프·푸틴 '경유 딜'에도...중동발 불안에 국제유가 '글쎄

  • 러시아 공급 계획 480만t…세계 하루 소비량의 1.2일분

  • 중동발 공급 불안에…국내 물류비·산업 생산비 부담 지속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한 운전자가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간 '경유 공급 합의'가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 변수로 떠올랐다. 러시아산 경유의 시장 공급 확대가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공급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지는 만큼 유가 하락세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9일 중동산 원유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08.5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20달러 하락했다. 반면 브렌트유는 0.44달러 오른 104.7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36달러 상승한 91.8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는 중동 전쟁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 회복과 미국·이란 간 협상 가능성에 하방 압력을 받으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과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 간 충돌 등이 이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에도 사우디 수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후티 반군 공격을 받아 12명이 숨지고 309명이 다치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다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경유의 시장 공급 확대를 언급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경유 공급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재무부는 내년 4월 7일까지 러시아산 경유의 미국 수입 등을 허용하는 등 러시아산 경유에 대한 제재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인 2022년부터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해 온 기존 정책을 바꾼 것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러시아가 경유를 약 480만t 공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경유 30만t 이상을 즉시 공급하고 11월 50만t, 이후 100만t을 추가 공급하며 정유시설 상황에 따라 300만t을 추가 공급한다는 방안이다.

실제 러시아 정부는 10일 경유를 50만t 공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러시아산 경유 공급 확대 기대가 반영되면서 지난 9일 미국 초저유황경유 선물 가격은 4%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따른 러시아산 경유 수출 물량이 크지 않아 효과는 제한적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80만t은 배럴로 환산하면 약 3600만 배럴이다.  미국의 하루 경유 소비량(360만 배럴)과 비교하면 10일분,  전 세계 하루 소비량(약 3000만 배럴)과 비교하면 약 1.2일분에 불과하다. 이 물량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 전반에 공급되는 만큼 실제 가격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책 연구재단의 마이클 린치 연구원은 미국 ABC 방송에 "(러시아산 경유 공급은) 마치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갑판 의자를 옮기는 것과 같다"며 “국지적으로 가격이 약간 하락하는 정도일 뿐이며 전 세계 또는 미국 전역의 가격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과 자체적인 연료 수급 문제를 겪고 있어 발표된 물량이 계획대로 공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경제에는 경유 가격 안정 기대와 원유 수입 비용 부담이라는 상반된 영향이 예상된다. 러시아산 경유가 글로벌 시장에 풀리면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운송·물류업계 비용 부담이 완화될 여지는 있다. 반면 경유 수출 가격이 하락하면 국내 정유사의 수출 마진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동발 공급 불안으로 원유 수급과 해상 운송 불안이 지속되는 한 국내 원유 도입단가는 높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생산비 부담은 계속될 수 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도 국제 유가 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은 휘발유가 리터당 1784원, 경유가 1773원이다.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 정유사의 원가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가격 상한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