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유산 삼화사수륙재, 두타산서 3일간 여법하게 설행

  • 600년 넘게 이어온 소통과 화합의 발원…500여 사부대중 동참해 평안과 치유 기원

삼화사수륙대재에 외교 사절단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종을 독자 제공
삼화사수륙대재에 외교 사절단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종을 독자 제공]

조선 초기부터 600년이 넘게 소통과 화합을 발원하며 하늘과 땅, 이승과 저승 뭇생명의 평안을 빌어 온 국가무형유산 삼화사수륙재가 올해도 강원도 두타산 삼화사에서 의궤에 따라 여법하게 설행됐다.
 
(사)국가무형유산삼화사수륙재보존회(회장 임법스님)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동안 동해 삼화사 적광전 앞마당 특설무대와 사찰 일원에서 '국가무형유산 삼화사국행수륙대재'를 봉행했다.
 
첫째 날인 9일 오전 10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호하는 천신과 권속, 신중들에게 도량을 옹호해 달라고 청하는 신중작법으로 대재의 막이 올랐다. 이어 괘불과 불패를 모시는 이운이 진행됐고, 오전 11시에는 법요식이 거행됐다.
 
오후 1시부터는 수륙도량 경계 밖으로 나아가 모든 고혼 영위를 청해 국수로 가난한 요기를 대접한 뒤 도량으로 모셔오는 대령 시련의식이 이어졌다. 명부계에 헌납할 금전과 은전, 수행경, 금강경 등을 점안해 고사단으로 옮기는 조전점안 이운, 청수를 뿌려 의례 공간을 청정하게 하고 향을 살라 공양하는 쇄수결계 및 운수단 의식도 차례로 열렸다. 연·월·시를 관장하는 사직사자를 청해 수륙도량이 열렸음을 시방세계에 알리는 사자단 의식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둘째 날인 10일에는 다섯 방위를 모셔 도량의 공간을 여는 오로단 의식과, 모든 부처님과 보살, 성문과 연각을 상단에 모시고 공양을 올리는 상단 의식이 진행됐다. 바라무 공연과 함께 불보살과 우주 법계의 모든 중생에게 무차평등하게 차를 올리는 헌다례, 석가모니 부처님을 대신해 법문을 들려주는 설법 의식, 천계중과 지계중, 염마계 명군 등을 청해 공양하는 중단 의식이 이어졌다.
 
셋째 날인 11일에는 수중 미물에게까지 마음을 열어 소통하는 방생 의식으로 문을 열었다. 아귀와 지옥중생, 고혼과 원혼 등 하위 대상을 초청해 목욕시키는 하단 의식, 평등한 세상을 염원하는 금강경 독송이 뒤를 이었다. 마지막으로 각 단에 모셨던 위목과 위패, 소문과 방문 등을 거두어 상단을 향해 떠남을 알리고 차례로 태우는 하단·봉송 회향 의식으로 대재를 원만히 회향했다.
 
9일 법요식에서 박종현 삼화사수륙대재 추진위원장(삼화사 신도회장)은 봉행사를 통해 "오늘 이 거룩한 수륙대재를 통해 온 세상에 평화가 깃들고 반목과 갈등이 종식되며, 유주무주 영가들께서도 모든 고통을 내려놓고 부처님의 품안에서 영원히 안식을 얻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삼화사 주지 임법스님은 인사말에서 "수륙재는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이 평안하기를,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이 편안히 쉬기를, 그리고 서로의 아픔과 원망을 내려놓고 이 세상이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삼화사를 찾아주신 여러분께서도 오늘만큼은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두타산의 맑은 바람과 고요한 풍경 속에서 따뜻한 평안을 만나고 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월정사 주지 인광스님은 상원사 주지 해량스님이 대독한 치사에서 "삼화사 국행수륙대재는 하늘과 땅, 물과 육지에 떠도는 모든 고혼들을 차별 없이 청하여 음식을 베풀고 고통과 원한을 씻어내어 모두가 하나의 평등한 생명으로 이끄는 평안과 치유 의식의 위대한 무형유산"이라며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는 삼화사의 숭고한 자비행과 문화적 유산이 지역과 세상을 밝히는 평화의 등불로 온전히 전승되도록 늘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법요식에서는 삼화사수륙재 보존에 공이 큰 6명에게 공로패가 전달됐다. 수상자는 헌다례 팀장 김복자, 고임·진설팀장 김영희, 의례팀 총무 이용광, 번장엄 총무 양영월, 지화팀 박혜숙, 설단팀 주진술 씨다. 이 가운데 5명이 참석해 기념사진을 남겼다.
 
법요식에는 동해시사암연합회장 정담스님, 감로사 주지 법장스님, 상원사 주지 해량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천은사 주지 동은스님을 비롯해 이철규 국회의원, 이정학 동해시장, 박주현 동해시의회 의장, 서경민 동해경찰서장, 이종욱 동해해안경찰청장과 삼화사 불자 등 사부대중 500여 명이 동참했다.
 
국가무형유산 삼화사수륙재 사진이동원 기자
국가무형유산 삼화사수륙재. [사진=이동원 기자]

삼화사수륙대재는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등 의례서에 근거한다. 명칭에서 드러나듯 하늘과 땅, 저승과 이승, 사성과 육범의 모든 존재가 서로 소통함을 목적으로 한다.
 
수인·범패·작법은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이 주도하고, 설단·지화·번·진설·고임·헌다례 등 장엄 전반은 삼화사 신도들이 적극 참여해 맡는다. 스님과 신도가 역할을 나누어 함께 의례를 완성하며 공동체 의식을 다져 온 셈이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매년 10월 셋째 주 삼화사 경내에서 사흘간 이어지고 있다.
 
수륙재가 열리는 두타산 삼화사에는 사흘 내내 의례를 지켜보고 동참하려는 불자와 시민이 발길을 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혼의 안식과 세상의 평화를 함께 빌었다는 점에서, 이번 대재는 600년 넘게 이어 온 전통의 의미를 다시 일깨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번 국가무형유산 삼화사국행수륙대재는 (사)국가무형유산삼화사수륙재보존회가 주최·주관했으며, 모든 의식은 삼화사 일원에서 일정에 따라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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