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늙고·혼자 살고·외국인 늘고'…인구조사로 본 일본

  • 46개 도도부현서 아이보다 75세 이상 많아…1인 가구 비중 41.4%

  • 민간 임대 첫 30% 돌파…외국인 5년새 39.8% 증가

그래픽챗GPT 생성
[그래픽=챗GPT 생성]



도쿄 근교의 한 임대 아파트에 저녁이 내린다. 2층에 혼자 사는 서른 살 회사원은 오늘도 역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온다. 아래층의 여든 살 여성은 남편을 떠나보내고 이곳으로 이사 왔다. 자녀 집과는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혼자 산다. 옆집 일본인·베트남인 부부는 지난해 이곳에서 첫아이를 낳았다. 이 건물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집은 그 집 하나뿐이다.

일본의 인구조사인 '국세조사' 결과를 한 건물에 옮겨 놓으면 이런 모습에 가깝다. 지난해 조사에서 혼자 사는 남성은 25~34세, 여성은 75~84세가 가장 많았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40%를, 민간 임대주택 거주 가구는 30%를 처음 넘었다. 외국 국적 영유아는 베트남 국적이 가장 많았고, 15세 미만 아이는 인구의 10.9%로 역대 최저였다. 인구는 5년간 317만명 줄었지만 가구 수는 역대 최다였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5년 국세조사 확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일 기준 총인구(외국인 포함)는 1억2297만2528명으로, 5년 전보다 317만3571명 줄어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도쿄를 뺀 모든 도도부현에서 인구가 줄었다. 반면 가구 수는 2.7% 늘어난 5732만4619가구로 비교 가능한 1970년 이후 최다였고, 가구당 인원은 2.10명으로 역대 최소였다. 국세조사는 5년마다 외국인을 포함한 일본 내 모든 거주자와 가구를 조사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인구주택총조사에 해당한다.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아이와 고령자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이다. 15세 미만 비중은 10.9%로 5년 전보다 1.1%포인트 낮아져 역대 최저였다. 주요 7개국(G7)과 중국·한국 가운데 한국(10.2%) 다음으로 낮았다. 반면 65세 이상은 29.4%로 이들 국가 중 가장 높았다. 75세 이상 인구 비율도 17.2%로 아이 비중을 웃돌았고, 오키나와를 뺀 46개 도도부현에서 아이보다 많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75세 이상 인구가 특히 빠르게 늘어난 곳은 도쿄·나고야·오사카 등 대도시 주변이다. 과거 도심에서 옮겨 온 젊은 세대가 나이 든 결과다. 고령 인구의 증가로 지방자치단체의 돌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도호쿠가쿠인대 이치카와 다쓰키 교수는 "1947~1949년생 단카이 세대가 최근 몇 년 사이 75세를 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돌봄 서비스 지출이 급증하는 것은 바로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이처럼 단카이 세대의 고령화로 돌봄 수요와 사회보장 부담이 커지는 현상을 일본에서는 '2025년 문제'라고 부른다.

대도시 주변의 고령화를 앞당기는 것은 기존 주민의 노화만이 아니다. 주오대 나카자와 가쓰요시 교수는 주민기본대장 등을 분석, 75세 이상이 교통이 편리하고 돌봄 시설이 갖춰진 대도시 주변으로 옮겨 오는 경향을 확인했다. 도심보다 생활비가 덜 들고 자녀·손주와 가깝다는 점이 배경이다. 자녀가 돌봄을 위해 부모를 불러들이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그는 봤다. 이주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그는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지내기 어려워진 여성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돌봄 수요를 예측하려면 현재 주민의 연령 구성뿐 아니라 고령자의 이동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인 가구 증가


고령화와 함께 나타난 또 하나의 두드러진 변화는 1인 가구의 증가다. 인구가 줄었는데도 가구 수가 늘어난 주된 이유다. 1인 가구는 5년간 12% 늘어난 약 2369만 가구로, 전체의 41.4%를 차지해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이 중 65세 이상은 34.4%였다. 혼자 사는 사람의 구성은 성별과 연령에 따라 달랐다. 남성은 25~34세(약 238만 명), 여성은 75~84세(약 225만 명)가 가장 많았다.

돈을 쓰는 곳도 다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닛세이기초연구소의 구가 나오코 수석연구원은 34세 이하 남성 1인 가구가 다른 층보다 외식비와 교제비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가사를 분담할 가족이 없는 1인 가구가 늘면서 "가사대행 같은 서비스 소비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거 형태도 바뀌고 있다. 민간 임대주택에 사는 일반 가구 비중은 30.9%로 5년 전보다 1.2%포인트 올라 비교 가능한 1970년 이후 처음 30%를 넘었다. 자가 보유율은 60.7%로 0.7%포인트 내렸다. 닛케이는 주택가격 상승과 1인 가구 증가를 배경으로 꼽았다. 학생과 젊은 층이 많은 도쿄 23구는 민간 임대 비중이 48.3%에 달했다.
 

외국인 증가


외국인 증가도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5년 전보다 39.8% 늘어난 약 384만명으로 총인구의 3.1%를 차지해, 인원과 비중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약 92만명)이 가장 많았고, 베트남(약 61만명)이 '한국·조선'을 제쳤다. '한국·조선'은 한국 국적자와 조선적 보유자를 합친 일본 통계상 구분으로, 조선적이 북한 국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미얀마(5.7배)와 인도네시아(4배) 등 동남아 국적자가 5년 새 급증했으며, 대부분 15~64세 생산연령층이었다. 반면 '한국·조선'은 8.3% 줄어 약 40만명이 됐고, 65세 이상 비중은 30.6%로 일본 전체보다 높았다.

외국인 가족도 늘었다. 일본인과 외국인으로 이루어진 부부는 5.9% 늘어난 약 41만쌍, 부부 모두 외국인인 경우는 41.4% 늘어난 약 38만쌍이었다. 한 해의 혼인 건수가 아니라 조사 시점의 부부 수다. 국적별로는 중국, 한국·조선, 필리핀이 많았다.

아이들의 구성도 바뀌고 있다. 전체 아이 비중은 역대 최저였지만, 외국 국적의 15세 미만 아동은 5년 전보다 34.2% 늘어난 약 30만명이었다. 20~30대 외국인이 많아 일본에서 출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0~4세 외국 국적 영유아 중에서는 베트남이 약 2만7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5년 새 3.2배로 늘었다.

한편, 이런 변화를 사회보장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닛케이는 일본 사회보장제도가 남성이 벌어 배우자와 자녀를 부양하는 '표준 가구'를 전제로 만들어졌다고 짚었다. 그러나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구 비중은 1985년 40.0%에서 2025년 23.3%로 줄었다. 15세 이상 중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53.3%로 1920년 조사 시작 이후 최저였고, 미혼 비율은 31.2%로 1.6%포인트 높아졌다. 민간 기업의 복리후생도 가족이 있는 직원에 비해 혼자 사는 직원에 대한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50년 1인 가구 비중이 44.3%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계했다. 일본종합연구소의 후지나미 다쿠미 수석연구원은 "앞으로도 혼자 사는 고령자가 늘고 사회보장비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가족이 서로 부양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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