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을 하루 앞둔 웨이브 오리지널 서바이벌 예능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막바지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웨이브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주간 시청시간 전 장르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신규 유료가입 견인 지표에서도 공개 이후 5주 연속 1위를 고수하며 독보적인 흥행 저력을 입증했다.
'더 커뮤니티'는 서로 다른 자원과 권한을 가진 참가자들이 거래로 생존을 겨루는 사회 실험 서바이벌이다. 시즌1이 우리 사회 내부의 이념 갈등을 담았다면, 시즌2는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 국가 간 패권 경쟁에 가까운 구도를 만든다.
각 팀에 할당된 초기 자원은 불평등한 현실의 국제 질서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기축통화 '보석'의 추가 발권권을 가진 화이트팀, 활동 기회이자 자본인 '크레딧' 생산에서 압도적 효율을 지닌 레드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권 '라이프'가 확보된 블루팀은 각자의 재화를 무기로 거래에 나선다. 여기에 후반부에는 발행량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신흥 화폐 '골드'를 들고 골드팀이 등장하고, 정체를 숨긴 상인 '블랙'은 주민 간 분쟁 속 전쟁 비용과 무기 판매 대금으로 사적 이윤을 챙긴다.
'더 커뮤니티2'를 보다 보면 낯익은 풍경이 겹친다. 누군가는 통화 발권력을, 누군가는 활동 기회를, 또 누군가는 타인의 생존권을 쥔 채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는 구도는 2026년 국제 질서가 돌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다. 한 편의 예능이 현실의 압축판처럼 읽히는 이유다. 이 작은 사회가 던지는 질문들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달러 패권 경쟁: 화이트 vs 골드
이 커뮤니티에서 가장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축은 단연 화폐 시장이다. 화이트팀이 지닌 '보석'은 최종 우승 상금(2억 원)으로 정산되는 기축통화다. 핵심은 발권력과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다른 주민들은 보석의 발행량을 알지 못하며, 화이트의 발권 조절에 따라 가치가 흔들린다.화이트의 모습은 외환보유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축통화국 미국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추후 기술 개발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구축하며 추가 발행권을 확장하는 과정 역시 통화 통제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패권국의 제도적 재편을 빼닮았다.
그러나 이 패권에 균열을 내는 존재가 등장한다. 신흥 강자 골드팀이다. 이들이 들고 나온 '골드'는 발행 총량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투명 화폐다.
불투명한 기축통화에 반발해 등장한 골드는 달러 밖의 대안 결제권을 넓히려는 최근 중국의 행보를 연상시킨다. 중국은 위안화 기반 결제망 CIPS를 키워 왔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이후 CIPS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7900억 위안으로 지난해 평균을 웃돌았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통계상 위안화는 올해 달러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무역금융 통화가 됐다. 다만 전 세계 무역금융의 약 80%는 여전히 달러로 이뤄진다.
탈달러 논의는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 차원으로도 번졌다. 미국은 이런 움직임에 관세 카드로 경고해 왔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브릭스가 달러를 대체할 통화를 추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위기를 느낀 기존 팀들의 대응도 정교하다. 7화 리더 회의에서 플랫폼과 마트에서 골드를 쓸 수 있게 하자는 안건이 올라왔지만, 리더 5인 중 3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이 안건은 블루, 블랙, 화이트의 반대로 무산됐다.
실질적 소비 플랫폼에서 신흥 화폐를 막아 기득권을 지켜내는 모습은, 비공식 합의와 관행으로 굳어진 '페트로달러' 체제나 러시아 은행을 SWIFT에서 배제한 2022년 서방의 금융 제재가 예능의 판 위에서 재현된 장면이다.
원조와 생사여탈: 블루 vs 레드
금융의 주도권이 화이트와 골드에 있다면, 생존과 생산 활동의 주도권은 블루와 레드가 쥐고 있다. 생산 활동에 필요한 필수 자산 '크레딧' 생산에서 압도적 효율을 지닌 레드팀은 노동 생산과 기회 자본을 틀어쥔다.흥미로운 지점은 크레딧 사용에 따른 '오염도' 설정이다. 일반 크레딧의 누적 오염도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커뮤니티 전체가 타격을 입는 반면, 효율이 떨어져도 이를 막는 '무공해 크레딧'이 존재하며, 이는 레드팀만 획득할 수 있다.
이는 단기 성장을 위해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체제와, 전환 비용과 속도를 둘러싼 재생에너지 정책 간의 글로벌 딜레마를 비춘다. 눈앞의 성장을 위해 생존 기반을 담보로 잡을 것인가에 대한 기후 위기 시대의 질문이다.
반면 블루팀은 초기 라이프 30개라는 생존 자산을 바탕으로 초반 절대적 우위를 점한다. 한정된 라이프 매장량 속에서 대량의 생존권을 사전 확보한 블루팀은, 구호 자금이나 인도적 원조를 지렛대로 약소국의 생명줄을 쥐고 흔드는 강대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연상시킨다.
이 불평등한 구도 속에서 참가자들은 생존을 위해 합종연횡한다. 5화에서 블루팀 내부 분열과 규칙의 맹점을 파고든 레드팀 리더 마이야르의 공작이 대표적이다. 블루팀 리더 피트를 흔들며 건넨 "(리더끼리 영생하는) 이 멋진 신세계, 가 볼 의향이 있습니까?"라는 서늘한 제안은, 명분보다 자국 우선주의와 실리적 생존을 위해서라면 동맹마저 해체하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손: 블랙
가장 섬뜩한 지점은 정체를 숨긴 채 판 전체의 부를 흡수하는 '블랙'의 존재다. 표면적으로 블랙은 식료품을 파는 상인이지만, 진짜 상금원은 마트 매출이 아닌 '전쟁과 충돌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기 판매 수익'이다.블랙에게 평화는 손실이며, 주민 간 대립과 분쟁은 곧 거대한 비즈니스다. 플랫폼을 통한 보석 거래를 장악하는 동시에, 갈등이 격화될 때 무기를 공급해 사적 이윤을 극대화하는 메커니즘은 현대 국제 정치의 거대 '군산복합체'를 닮았다. 중립적 시장 제공자를 자처하지만, 실상은 갈등을 유도하고 비용을 청구하여 부를 취하는, 아이러니한 의미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더 커뮤니티2: 보이지 않는 손'이 보여준 소우주는 단순한 승패 게임을 넘어선다. 통화 발권력, 기회 자본, 생사여탈권을 쥔 자들과 그 뒤에서 무기를 팔며 웃는 보이지 않는 손. 이들이 벌이는 치열한 거래와 배신은 오늘날 세계 패권 경합의 압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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