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시작부터 고성·삿대질, 또 '맹탕' 우려되는 국감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사진연합뉴스
국회 국정감사. [사진=연합뉴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잘못된 정책과 행정을 바로잡는 헌법상 권한이다.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견제하고 국정의 문제점을 따져야 할 책무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가 6일 시작됐지만 올해도 고성과 막말, 정쟁성 공방이 되풀이되고 있다.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을 둘러싼 신경전도 여전하다. 냉철한 검증보다 정치적 공방에 치우치며 또다시 ‘맹탕 국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여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 문제를 추궁했고 야당은 답변을 막아서며 소리를 질렀다.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느냐”는 인격 모독성 질의에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헌법상 보장된 사법부의 권한 행사를 둘러싼 이견이 정쟁으로 변질된 것이다.

국민의힘도 정쟁 유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통령 측근의 인사 전횡을 추궁한다며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증인 채택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감을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삼아서는 수권정당의 역량을 보여줄 수 없다. 정쟁성 증인 공세를 지양하고 송곳 같은 정책 검증으로 행정부를 견제하며 선명성을 입증해야 한다.

여야가 집중해야 할 민생 현안은 산적해 있다.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대미 관세 협상과 투자 현안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초유의 금융권 연쇄 해킹 사고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도 시급하다. 그런데 이번 국감 일반 증인·참고인 중 3분의 1이 기업인이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관련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지만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부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국정감사는 1987년 부활한 이래 39년째 부실 논란을 되풀이하고 있다. 의원 개개인의 자질과 의지를 넘어 현행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도 크다. 18일 동안 800개 넘는 기관을 감사하는 구도에서 내실 있는 검증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관과 증인이 몇 시간씩 대기하다 제대로 된 질의·답변 없이 돌아가는 파행이 반복되며 공무원과 기업의 불만은 물론 국민적 불신도 극에 달하고 있다.

단발성 홍보 이벤트로 전락한 국감 제도의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 상임위별로 상설화하거나 상·하반기로 나눠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의원들의 국감 활동을 객관적으로 분석·평가하는 시스템도 제도화해야 한다. 제기한 의혹에 대한 적절성과 정책 대안 제시 여부 등을 평가해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책임감을 높여야 한다.

국정감사는 정쟁의 무대가 아니라 행정부를 감시하고 국정의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다. 막말과 고성,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반복되는 한 국회의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다. 본래 취지를 되살리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의원 스스로 평가받는 장치까지 도입할 때 비로소 국민을 위한 국정감사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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