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美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의 대외정책 방향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가 열린다.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전반부를 심판하는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이다. 이번 선거에서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을,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다시 선출한다. 지난 2024년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승리하여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을 뒷받침해 주고 있지만, 이번 선거 양상은 조금 다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율이 최악으로 떨어졌다. 그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상대국들에 관세 폭탄을 부과한 데다,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까지 급등하여 미국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였으며 금리도 올랐다.
 
미국 내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이 인력난 등을 촉발하여 미국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노 킹스(No Kings)’ 시위도 미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미국 국민의 피로감도 누적되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과 이란 전쟁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문제다. 중간선거가 한 달이 안 남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의식하여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에 지극정성으로 환대했다. 트럼프는 미국 국민에게 미·중 갈등보다는 시 주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따라서 9월 미중정상회담에서는 경제적 실리 취득 보다는 ‘화려한 외교적 연출’에 방점을 두었다. 실속은 없었다.
 
지난 9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에 전멸과 합의 중 선택하라고 최후통첩까지 한 바 있다. 이란도 미국에 호르무즈 해협 역 봉쇄를 풀라면서 요구사항을 전달한 후 미국·이란 간 협상까지 재개했다. 트럼프는 이란을 압박하되 협상 창구를 열어두고, 중간선거까지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그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또다시 악화하여 국제유가가 치솟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중간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소재를 만들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에 들어서자, 중간선거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 승리할 경우, 미국 성인들에게 5000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노인의료보험에 가입한 2000만명에 90달러를 환급해주고 있다. 트럼프는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절박함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한국의 대미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미 간 최종적으로 합의되지도 않은 알래스카 LNG 투자가 마치 결정된 것처럼 언급하면서, 그 공로를 댄 설리번 알래스카 상원의원에게 돌렸다. 이것은 다분히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의도였다. 현재 이 지역에서 공화당·민주당 후보가 초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다.
 
미국 내 여론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최악의 경우, 민주당이 하원과 상원에서 모두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어떠한 대외정책을 펼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다. 트럼프에 대한 민주당의 각종 압박이 증가하여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국면전환과 레임덕 방지 차원에서 오히려 통상문제를 부각해 무역상대국을 강력하게 압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전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통상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대외정책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상호관세를 압박 무기로 삼아서 세계 각국과 미국에 유리한 통상협상을 체결했다. 이제 한국, 일본, 대만 등으로부터 대미 투자에 대한 결과물을 얻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에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통상문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다. 상호관세가 미국 대법원의 판결로 무력화되었지만, 여전히 미국은 무역법 301조라는 강력한 협상카드를 쥐고 있다. 트럼프는 무역상대국이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최대 성과인 관세정책을 임기 말까지 지속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는 향후 미·중 무역 협상에서 대중국 압박 강도를 높여 경제적 실리를 최대로 확보하려 들 것이다. 지난 9월 시진핑 주석의 방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큰 선물을 얻어내지 못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 휴전을 2개월밖에 연장하지 않았다. 그 까닭은 미국이 시 주석으로부터 희토류의 대미 수출통제 완화 등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미·중 간 의견 차이가 크다.
 
중간선거가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에 부담되는 선거는 당분간 없다. 시진핑 주석에게 황제 의전까지 해야 할 상황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2027년 가을 4연임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미국과 안정적인 관계 유지가 필요하며, 불필요한 통상마찰을 초래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회를 노릴 것이다.
 
11월 선전 APEC 회의와 12월 마이애미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트럼프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않는 한, 미·중 무역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무역전쟁 휴전 연장 기간을 협상카드로 내세워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셋째, 이란 전쟁 문제이다. 최근 미중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국제수로 통행료 부과에 반대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그렇다고 중국은 “이란이 일방적으로 미국에 항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에서는 “이란의 평화적인 핵 프로그램 권리를 지지하고, 러시아·이란에 대한 미국· 서방의 일방적이고 독자적인 제재를 반대한다”는 뜻을 견지하고 있다.
 
시진핑은 미국과 이란이 타협을 통해서 해결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반면, 이란 핵 개발 금지에 관한 트럼프의 입장은 명확하다. 미국과 이란 간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에 조율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 트럼프는 군사적 압박을 끌어올려서, 대이란 경제봉쇄와 함께 이란을 더 옥죄이고 협상을 유도할 것이다. 필요한 경우, 이란 군사시설과 석유시설 등에 대한 추가 공습도 예상된다.
 
중동 전쟁의 확산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예멘의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충돌이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의 군사고문은 “미국이 이란에 대해 또다시 공격할 경우, 이란은 북인도양(아라비아해)까지 전선을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미국과 이란은 확전과 협상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넷째, 미북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전 APEC 회담을 전후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려 할 것이다. 그 이유는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국정 장악력을 강화하고 이란 전쟁에서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만나는 것이 홍보용 치적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정부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개최하였을 당시에는, ‘북한 비핵화’라는 의제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하고 있으며,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의 압박 문턱이 낮아질 경우, 미북정상회담은 가능해질 것이다. 이 문제는 한국 안보에 심각한 파급영향을 미친다. 이재명 정부는 ‘한국 패싱’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해야 할 것이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전망해보자.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 카드를 여전히 남겨 놓고 있는 만큼, 향후 국제유가 상승 등 중동정세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정부는 원유 등 에너지 도입의 다원화가 필요하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AI 반도체 칩과 AI 기술에서 압도적인 ‘대중국 기술격차’를 유지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어, 첨단기술 산업의 글로벌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 미국 빅테크 간 협력관계가 강화될 것이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무기로 삼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D램·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첨단메모리 생산공장을 미국에 짓도록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다.
 
셋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공화당이 추진했던 친환경 보조금 삭감 및 폐지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여 배터리·자동차 등의 한국 기업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만일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전쟁이 지속될 경우, 트럼프 정부가 캐나다에 생산공장이 있는 일본 자동차 업체에 50% 관세를 부과하여,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넷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11일 폭스뉴스에서 “중국 자동차 기업이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고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면, 생산과 판매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발언하여, 미국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중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대한 협상카드로 활용한 측면이 다분하다.
 
바이든 정부 시절부터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에 대한 법적·안보적 규제 장벽이 유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미중정상회담에서 무역위원회와 함께 투자위원회도 가동키로 한 만큼, 우리 기업들은 중국 제조업체들의 대미 직접투자와 관련된 움직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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