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경남도정, 재정 압박 속 AI 대전환

  • 박완수 "복지공약 100% 못 지킬 수도"...복지재정 효율화·세출 구조조정 예고

  • 제조·피지컬 AI부터 산불·홍수 대응까지 확대...발전 5사 통합본사 진주 유치도 추진

사진박연진 기자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6일 오전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박연진 기자]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6일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복지재정을 효율화하고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본격화하는 내용의 민선 9기 도정 방향을 제시했다.

제조·피지컬 AI와 항공엔진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한편 산불과 집중호우 등 기후재난에도 AI를 접목하고, 발전 5사 통합본사의 진주 유치와 부울경 행정통합 논의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간담회는 민선 9기 도정 혁신방안 발표에 이어 출입기자들과의 질의·답변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정·혁신성장부지사와 정책기획관, 실·국·본부장 등이 배석했다.

박 지사는 민선 9기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 가운데 하나로 지방재정을 꼽았다. 중앙정부가 국고보조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방비 매칭을 요구하는 사업이 늘고 있지만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세입을 확충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박 지사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지방소비세 등 국세의 지방 이전이나 지방 몫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제도적인 변화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방 자체 세입 역시 취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의 비중이 커 부동산 경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농촌기본소득을 사례로 지방비 부담 규모도 제시했다. 박 지사는 현재 남해군에서 시행되는 농촌기본소득이 도내 10개 군으로 확대되고 지방 부담이 50%가 될 경우 도와 시·군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약 4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남도가 용도를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재원이 9000억원 안팎이라고 설명하면서 지방비 매칭사업이 확대될 경우 자체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신규 지출 확대보다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먼저 살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지사는 “복지 예산이나 재정이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고 중복 지출도 있기 때문에 정비가 필요하다”며 “공약한 사항 중 복지사업도 많이 있는데 그것을 100% 다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재정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경상예산과 자체 지출 가운데 우선순위가 낮은 항목에 대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방채 발행에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박 지사는 민선 8기 동안 상환한 부채 범위 안에서 지방채를 발행하되 민선 8기 출범 당시보다 전체 부채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경남도에 따르면 민선 8기 출범 당시인 2022년 말 도 부채는 1조2700억원, 부채비율은 9%대였다. 올해 말에는 지방채 발행분을 포함해 부채가 약 1조1000억원, 부채비율은 7.1% 수준이 될 것으로 도는 예상했다.

제조·재난까지 넓히는 AI 전환
사진박연진 기자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6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국장들과 함께 민선 9기 도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연진 기자]


재정 부담 속에서도 제조업의 AI 전환은 민선 9기 핵심 산업정책으로 추진한다.

박 지사는 최근 중국 로봇산업 현장을 둘러본 경험을 언급하며 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 부품 산업의 발전 속도를 강조했다. 경남과 국내 제조업이 기계·부품·소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AI와 로봇을 결합한 완성품 산업과 인재 양성에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경남을 피지컬 AI 제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경남도는 기존 스마트공장이 데이터를 수집해 생산과정을 자동화하는 단계라면 앞으로는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하는 지능화·자율화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는 국가산단의 AX(AI 전환)와 피지컬 AI 사업을 연계하고 제조 분야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도 나선다. 관련 피지컬 AI 사업은 약 6700억원 규모로 추진되고 있으며 올해 국비 약 700억원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독자적인 제조 분야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인력 양성도 병행한다. 경남도는 재직자부터 고급인재까지 연간 약 3000명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추진하고 제조 AI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 전용 통신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창원국가산단의 항공엔진 특화단지도 주요 산업정책으로 추진한다.

경남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포함한 기업의 민간투자와 정부 지원을 연계해 2035년까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는 현재 20~30% 수준이라고 설명한 항공엔진 국산화율을 9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화단지 사업에는 약 40개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I 활용 범위는 산업에서 재난 대응으로도 확대된다.

박 지사는 해외에서 산불 확산 경로를 예측해 현장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사례와 경남의 대응 수준을 묻는 질문에 “기후변화에 따라 산불이든 집중호우든 태풍이든 대형 재난이 많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AI 기술을 접목한 재난 대응체계와 예측 프로그램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사례를 연구해 도 자체 재난 대응 프로그램이나 대책을 마련해 보도록 하겠다”며 전문기관 등을 통한 경남형 재난 대응체계 검토 의사를 밝혔다.

현재 산불 분야에서는 AI 기술개발과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연기 등이 감지될 경우 실시간으로 산불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술개발이 마무리되면 산림청과 도 산림부서가 협업해 현장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홍수 대응에도 AI가 적용되고 있다. 경남도는 하천 수위를 모니터링하는 CCTV 550여 대에 AI를 적용해 홍수와 범람 위험을 판단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보강하기 위해 국비 3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AI가 위험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며 현재 일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과 자연재난, 산불 등 분야별로 운영되는 재난시스템을 통합해 모니터링하는 위기관리체계도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과 발전 공기업 재편 논의와 관련해서는 발전 5사 통합본사의 진주 유치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박 지사는 한국남동발전 본사가 진주에 있고 한국전기연구원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에너지 관련 기업과 기관이 경남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들었다.

경남도는 충남을 주요 경쟁지역으로 보고 있다. 충남은 화력발전소가 집중돼 있는 반면 경남은 남동발전 본사를 비롯한 에너지 기업·기관과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기존 남동발전 본사와 주변 사무공간을 활용할 경우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유치 논리로 제시했다. 경남도는 지역 정치권과 협력하는 한편 부산·울산에도 통합본사의 경남 유치에 대한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부울경 행정통합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박 지사는 “행정통합에 대한 도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부산·울산과 통합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부산·울산 단체장과 논의한 결과 두 지역이 현재는 행정통합보다 특별지방자치단체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지사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별도로 구성하지 않더라도 경제동맹이나 지자체 간 연합을 통해 공동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부산시장과 울산시장이 통합하자고 하면 지금 바로 일정을 진행하고 싶다”면서도 한 지역이 일방적으로 통합을 주장할 경우 지역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이날 도정 운영 혁신과 조직문화 혁신, 공공기관 혁신을 민선 9기 3대 혁신방안으로 제시했다. 도민 참여와 현장 소통을 확대하고 공공기관 평가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공공서비스의 AI 전환을 경영평가 지표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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