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   국리민복을 위한 창업과 수성의 길  

이춘구 언론인
[이춘구 언론인]
 
요즘처럼 정치 사안에 대한 견해가 뚜렷하게 갈리는 상황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보수, 진보 진영으로 나뉘어 사생결단식으로 부딪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은둔 거사로서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사는 입장에서는 논쟁에 끼어들 생각은 없다. 다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모두 행복해지기를 염원하는 마음이야 현실에 있는 사람들과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매일 벌어지는 정치 논쟁이 길어지면서 급기야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다가 다시 오르고 있다. 이는 소위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국민주권정부 정책 등에 대한 회의가 일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기서 불현듯 창업과 수성의 길을 살피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우리 역사 상 창업과 수성의 장면이 교차되는 사건 가운데 기억할 만한 사건은 고려 말 이성계 장군이 황산대첩을 거두고 전주 오목대에서 승전연을 베푼 일일 것이다. 이성계 장군은 전주 이씨 종친들이 승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등백운봉가’와 ‘대풍가’를 불러 새로운 나라의 건설을 넌지시 털어놓았다. ‘등백운봉가’에서 이성계 장군은 “삼한 땅이 내 땅이 된다면, 중국의 초와 월나라 강남땅도 어이 마다할 수 있겠냐?”고 읊었다. ‘대풍가’는 중국 한 나라를 세운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고향인 풍패를 찾았을 때 영웅적 기개를 드러낸 노래로 알려져 있다. 이성계 장군도 유방처럼 호기있게 “큰 바람이 일어나니 구름이 날리는구나. 내 위력이 전 국토에 떨쳐 고향으로 돌아오니.”라고 불렀을 것이다.

이성계 장군을 따라 종사관을 했던 포은 정몽주는 새 나라 창업을 다짐하는 듯한 승전연을 보며 비분강개했다. 포은은 말을 타고 3km쯤 떨어진 남고산성에 올라 ‘등전주망경대가’를 지었다. 고려의 국운이 기우는 데도 백면서생으로서 자신이 할 일이 없음을 한탄했다. 포은은 “청산은 남부여국의 부흥을 은밀히 약조하는데 노란 단풍 이파리만 백제성에 흩어져 날리노라.”라고 우국시를 불렀다. 포은의 시는 망경대 부근 바위에 새겨져 오늘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태조의 조선 창업과 포은의 고려 수성의 대결이 극명하게 비교되는 장면이다. 당시 고려는 국가의 근본질서가 무너져 백성은 새로운 나라 조선의 창업을 학수고대하던 시대이다.

조선 창업 과정에서 태종 이방원의 새로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투쟁은 두루 잘 알 것이다. 고려의 마지막 정신적 지주인 포은을 선죽교에서 척살해 태조의 창업의 길을 단단하게 했다. 또한 정도전을 비롯한 유학파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왕권을 강화했다. 사실 태종의 강경책이 아니었더라면 조선은 정도전으로 대표되는 ‘신하들의 나라’로 바뀌었을 것이다. 태조의 창업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나라를 반듯하게 세우고자 하는 시대정신의 번영이다. 포은의 수성은 고려를 세우고자 했던 삼한통일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 부국강병을 이룩하자는 데 뜻이 있다. 태종의 수성의 길은 신생 왕조로서 나약한 왕권을 강화하고 국가의 근본질서를 세우는데 전력하는 것이다. 태종은 그 후 포은의 신원을 복위함으로써 수성의 길을 탄탄하게 했다. 그러나 조선 또한 창업정신이 흐려지면서 외세에 의해 망하고 말았다.
 
공인정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대동세상

 
창업과 수성의 길을 생각하는 것은 우리 조상이 개천한 뜻을 새기는 데서도 촉발됐다.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과 세상 만물을 교화하고 이치로써 다스리고자 하는 재세이화의 정신이 우리 조상이 개천한 뜻이 아니겠는가? 하늘을 열고 세상을 열어 온 백성이 부족함이 없이 공평하게 사는 세상, 대동세상의 구현이 진정한 개천의 뜻이다. 개천의 뜻을 실천하는 것은 공인정신의 궁극적인 지향이다. 사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개천의 뜻에 어긋나니 일마다 실패가 따를 것이다.

언론인으로 지내면서 만나온 숱한 인물들이 과연 공인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그렇지 않고 개인의 영달과 안일만을 지향하는지 관찰해왔다. 공인정신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인물은 반드시 나중까지 크게 쓰이게 된다. 사익만을 추구하는 자는 반드시 나중에라도 법망에 걸려 불행하게 지내는 것이 인생이다. 공직에 있으면서 사익을 앞세운 자는 소년 등과하더라도 노년 실추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공인정신이 투철한 인물이 줄을 서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국이 될 것이다.

공인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공직자에게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기업과 개인 사업자 등에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오늘날 기업은 자본가의 이윤 추구보다는 고객의 이익과 하청업자의 이익, 근로자의 이익, 공동체의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창업의 목표이자 공적 정신을 실천하는 길이다. 미국 대기업집단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2019년 8월 19일 선언한 내용이다. 이 같은 공적 정신은 개인에게도 요구된다. 공적 정신에 투철한 인물은 사적인 영역에 머물더라도 반드시 성공을 하게 된다.

요즘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반등하는 현상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은 민심 즉 천심의 반영이기에 내리기도 하고 오르기도 할 것이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살펴보니 지지율 하락은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 '부동산 가격과 주택 정책', '검찰·사법개혁 관련 논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논란'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주가 하락 등 금융시장 불안', '대통령의 소통·통합 노력 부족', '물가·일자리 등 민생경제' 등도 지지율 하락 원인에 들어있다. 국정 전반과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 등이 지적의 대상이다.

1년 4개월 전 소위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국민주권정부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국가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이다. 우선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당초 창업의 정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대통령도 여러 차례 혁명의 새로운 자세로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하니 국민 입장에서는 잘 되도록 응원해야 할 것 같다. 처음 마음 먹은 바를 돌이켜 보고 초심을 잃지 않도록 나중까지 신중히 하는 게 중요하다. 부국강병과 국리민복, 사업보국, 살신성인의 덕목 등이 창업과 수성의 길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좌표가 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전 KBS 보도본부 기자△국민연금공단 감사△전 한국감사협회 부회장△전 한러대화(KRD) 언론사회분과위원회 위원△전 전라북도국제교류센터 전문 자문위원△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부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