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투입된 선박은 약 712TEU급 컨테이너선이다. 항차당 손익분기점은 약 200TEU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물동량은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지난해 11월 항차당 평균 물동량은 14TEU에 불과했고, 물동량이 가장 많았던 올해 4월에도 평균 33.6TEU에 그쳤다. 최근 운항에서도 수입화물은 수십 TEU에 불과하고 제주에서 칭다오로 나가는 수출화물이 거의 없는 항차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마디로 배는 다니지만 실어 나를 화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항로의 적자를 제주도가 사실상 보전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협약에 따라 제주도는 운항선사의 손실을 보전하고 하역업체에도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물동량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다면 매년 수십억원의 도민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취항 이후 지난달 초까지 제주도가 중국 선사에 지급한 손실보전금만 약 5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사업성이 충분히 검증된 항로였는가. 국제 해상 정기선 항로를 개설하려면 단순히 선박을 확보하고 두 항만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이용할 화주는 누구인지, 수출입 품목은 무엇인지, 연간 예상 물동량은 얼마인지, 기존 부산항 환적·연계운송과 비교해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 등을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사업 추진 당시부터 물동량 확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계약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손실을 계속 떠안을 것이 아니라 계약의 적법성과 사업 타당성, 손실보전 구조, 사업 추진 당시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해야 한다.
특히 국제해상물류는 일반적인 행정사업과 성격이 다르다. 선박운항비와 연료비, 항만비, 하역비, 항로 여건, 선복 공급, 운임, 환율, 화물의 계절성 등 수많은 변수가 사업성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판단만으로 사업을 설계하기보다는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 한국해양진흥공사, 국내외 해운선사, 포워더, 하역업체, 이용 화주 등 관련 기관과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증 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안에서 중요한 것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는 일이다. 사업의 성과가 부진하다는 이유만으로 전임 지사나 담당 공무원에게 개인적인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상 책임과 개인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다만 중대한 절차 위반이나 부실한 검토, 합리성을 현저히 잃은 의사결정 등이 있었는지는 감사와 법률적 검토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제주도민의 세금은 주민 모두의 재산이다. 충분한 화물을 확보하지 못한 국제 정기선에 매년 수십억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면서 '언젠가는 물동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는 없다.
도민의 세금은 사업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비가 아니다. 제주~칭다오 항로가 정말 필요한 사업이라면 실질적인 화주와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반대로 앞으로도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다면 운항 중단을 포함한 전면적인 재검토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