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미국 0.25%p 금리 인하… '엔캐리 리스크' 대비해야 한다 

  • 단기 훈풍에 흔들리지 말고 외환·채권·주식 리스크를 통합 관리해야 할 때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3.50~3.75%로 내리자 국내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은 1,464원대로 내려왔다. 숨 고를 틈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기 반등을 구조적 안정으로 착각하는 것은 기본에 어긋난다. 시장은 언제나 기대보다 위험을 더 빠르게 반영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미국의 금리 인하는 ‘완화 전환’이라기보다 ‘속도 조절’에 가깝다. 연준 내부 전망도 내년 추가 인하가 많아야 한두 차례라는 데 가깝다. 한국 입장에서는 한‧미 금리 차가 1.50%p에서 1.25%p로 줄어든 것이 반가울 수 있다. 하지만 환율을 흔든 진짜 요인이 금리 차가 아니라 국민연금·기관·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라는 달러 수급 구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 안정이 자동으로 뒤따른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판단이다. 기본 사실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금 시장이 더 주의해야 할 변수는 따로 있다. 바로 ‘엔캐리 역전’ 위험이다. 일본이 초저금리 체제를 벗어나려 하고, 미국은 인하 국면에 들어가면서 미‧일 금리 차는 구조적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 조정은 지난 20년간 거대한 글로벌 자금 흐름을 지탱해온 엔캐리 트레이드의 기반을 흔드는 변화다.

엔캐리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다. 금리 차가 좁혀지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이 거래는 한꺼번에 청산된다. 그 순간 나타나는 현상은 늘 같았다. 엔화 급등 → 위험자산 급락 → 신흥국 통화 변동성 확대.

과거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5~16년 중국 충격, 2020년 코로나 초기. 굵직한 모든 위기의 이면에는 엔캐리 청산이 자리했다. 일본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에 고점에 근접하고, 엔화 순숏 포지션이 누적된 지금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작은 변화가 큰 균형을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작은 금리 차 조정’이 ‘큰 자본 이동’으로 번지는 순간, 시장은 예고 없이 흔들린다.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레버리지 청산이 코스피·코스닥을 동시에 흔들 가능성이 있다. 외국계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는 과정에서 환율·채권금리 변동성이 함께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지금의 흐름이 한국 시장을 오히려 ‘상대적 안전지대’로 만드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달러 강세가 진정되고, 한국 국채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기초 체력이 약한 신흥국과 비교해 신뢰도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기회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 위에서만 열린다.

정책 당국이 지켜야 할 원칙도 명확하다.
첫째, 금리·환율·자본 흐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거시 프레임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기관 간 정보와 판단이 따로 움직이는 구조는 위기 상황에서 항상 더 큰 위기를 부른다.
둘째, 외환·채권·파생시장 유동성을 보강해, 외부 충격이 국내 변동성으로 과도하게 전이되지 않도록 방파제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해외투자가 급증한 만큼, 개인·가계의 환리스크 인식 제고와 정보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 투자 대중화 시대에는 정보 격차가 곧 리스크다.

시장도 경계를 풀어서는 안 된다. 오늘의 지표는 안정이 아니라 안정의 착시일 수 있다. 미국의 인하는 제한적이고, 일본의 금리 정상화는 본격화되고, 중국의 성장 둔화와 지정학 리스크는 지속된다. 표면의 잔잔함만 보고 방향을 단정하기에는 세계 경제의 흐름이 아직 불투명하다.

고대 로마의 장군 파비우스는 “신중함은 언제나 용기보다 오래간다”고 했다.
지금 한국 금융시장이 취해야 할 태도는 바로 그 신중함이다.
안도감은 허용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완화의 물결 아래에는 깊은 소용돌이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흐름을 좇는 감정이 아니라, 위험을 먼저 보는 이성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