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서 분가한 지 20주년을 맞은 GS그룹의 경영권이 오너 3세에서 4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룹 총수와 주요 계열사 대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4세 경영인 간 지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는 지난달 부친인 고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GS 지분 118만910주(1.27%)를 상속받아 지분율을 4.71%로 끌어올렸다. 대표 주주인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지분율(4.68%)보다 근소하게 높고 최대 주주인 허용수 GS에너지 대표 지분율(5.26%)에 육박한다. 누나인 허정윤씨의 지분율(1.16%)까지 더하면 GS그룹의 실질적 최대 주주라는 평가가 나온다.
허준홍 대표는 지난 2019년 GS칼텍스에서 삼양통상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룹 후계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지분 추가 확보로 또 다른 4세 경영인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서홍 GS리테일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보다 그룹 내 영향력이 커지게 됐다.
GS그룹은 그동안 허만정 창업주 후손들이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했다. 그룹 지주사인 ㈜GS가 3대 계열사 중 GS에너지(GS칼텍스 포함)와 GS리테일을 지배하고, GS건설은 허씨 일가가 직접 지배하는 구조다. 다만 그룹 내 발언권은 허 창업주의 자녀 8명 중 지분율이 높은 첫째 허정구 계열과 셋째 허준구 계열이 강했다. 특히 허준구 계열은 GS건설에 대한 지배력을 중심으로 허창수 명예회장과 허태수 GS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를 잇달아 배출해 왔다.
허준홍 대표의 지분 확대로 그룹 후계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허준구 계열이 여전히 핵심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지만 4세 중에는 아직 그룹 전체를 아우를 만한 중심 인물이 없다는 평가다.
허태수 회장이 물러나도 당장 4세 중에 총수가 나오기는 어렵다. 허용수 대표가 3세와 4세 가교 역할을 하며 GS그룹을 이끌 공산이 크다. 이 경우 허용수 대표의 빈자리를 허준홍 대표가 채울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대권을 쥐게 될 4세 중 한 명이 3세 잔여 지분을 증여·상속받은 후에도 지속해서 지분을 매입하며 발언권을 키울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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