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에 中 동남아 우회 수출 급증…트럼프 1기 패턴 '재현'

  • 2018년 미ㆍ중 무역 전쟁 발발 시 패턴과 유사

  • 베트남 우회 수출 추정 규모 약 4.7조원 달해

중국 상하이 항만 사진 AP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항만 [사진=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중국 고율 관세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중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해 동남아시아를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통계 당국에 따르면 5월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3% 감소했다. 상품 가치로 환산하면 15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중국의 전체 수출은 4.8% 증가(중국 국가통계국)했는데, 아세안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각각 15%, 12% 늘어났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정말 눈에 띄는 패턴”이라면서 “2018년 첫 번째 미·중 무역전쟁 때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감했지만 베트남과 멕시코로부터의 수입은 증가했다”고 짚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5월 중국산 수출품 중 34억 달러(약 4조7000억원) 규모가 베트남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30% 증가한 수준이다. 인도네시아를 통한 우회 수출 증가도 두드러졌다. 같은 달 우회 수출 추정 물량은 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5% 증가했다. 실제로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5월 대베트남 수출을 보면 인쇄회로기판(PCB), 전화기 부품, 평면 디스플레이 모듈 등 전자부품의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54%(26억 달러) 급증했다.

인도에서는 트럼프발 관세의 영향이 스마트폰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아이폰의 조립을 내년부터 인도에서 하기로 한 결정 때문이다. 리서치회사 글로벌 트레이드 리서치 이니셔티브의 아자이 스리바스타바 창립자에 따르면 지난 5월 인도의 대미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가운데 중국(홍콩 포함)에서의 수입도 22.4% 증가했다. 스리바스타바는 "인도의 전자제품과 기계류 수입(대부분 중국산)의 급증과 대미 수출 증가는 글로벌 공급망이 관세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지난주 베트남과 무역협정에서 베트남을 경유하는 환적 상품에 4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는 베트남을 통해 우회 수출을 노리는 중국의 의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다. 다만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의 무역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중국의 대EU 수출도 급증했는데, 이는 EU를 통한 향한 우회 대미 수출보다는 미국으로 수출 예정이었던 제품을 EU에 판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800달러 미만의 상품에 대한 면세 조치를 폐지한 이후 EU에 수입되는 테무·쉬인 등 중국산 저가 제품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크탱크 콘퍼런스보드의 마리아 데메르치스는 “요즘 중국 온라인 판매업체 광고가 넘쳐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면서 “이런 제품들은 유럽에서 소비되지 재수출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