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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권 칼럼] 인사는 설명 가능해야 한다

조성권 본사 초빙논설위원입력 : 2017-08-29 20:00수정 : 2017-08-29 20:00

[사진 = 조성권 초빙논설위원]

인사는 설명 가능해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담은 2012년에 나온 책 제목이다. 귀가 번쩍 뜨이는 솔깃한 말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 말 한 마디에 수많은 사람들이 표를 줬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인사에도 이를 구체화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 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습니다.”
출범 직후 이뤄진 인사는 변화와 개혁에 초점을 맞춘 ‘파격 인사’로 찬사가 이어졌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측근 인사’ ‘낙점 인사’ ‘코드 인사’에다 ‘쏠림 인사’ ‘내로남불 인사’ ‘밀어붙이기 인사’와 같은 잡음이 잇따랐다. 문 대통령은 “이 정부의 인사가 역대 통틀어 가장 균형 인사고, 탕평 인사고, 통합적인 인사라고 국민이 긍정적 평가를 내려 줬다.”고 말했다. 그런 요즘 ‘사람이 먼저다’가 아니라 ‘내 사람이 먼저다’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
 
어느 전직 은행장에게 물었다.
- 어떤 사람이 ‘내 사람’인가?
“몸져누웠을 때 대소변을 받아줄 정도로 마음을 준 사람이다. 남이 알까 두려운 내 흉허물을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어려운 일을 마다 않고 해주는 내게 익숙한 사람이랄 수 있다. 오른손은 쓰기 쉽다. 어쩌다 왼손을 쓰면 어색하다. 지나고 보니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내 사람’으로 여기면 ‘내 사람’ 안 될 사람도 없기는 하다.”
- 빚진 사람들이겠다.
“은행장은 나 혼자 됐지만,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서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등산하는 것과 같다. 산 정상에 올라보면, 등산하며 괴롭히던 여러 문제들은 모두 사라진다. 저 편 산도 보이고 그 너머 산도 보인다. 산을 오를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과 부닥치게 된다. 모르는 길을 가야 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두렵고 어려움을 서로 도와가며 같은 길을 함께 한 잘 아는 사람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다.”
- 임원 인사할 때 ‘자기 사람’을 안 쓸 수는 없나?
“임기가 있어 어렵다. 은행장이 되는데 30년 넘게 걸린다. 임기는 3년이다. 취임하면 퇴임이 보인다. 정상에 오래 머무를 수 없다. 역사에 남을 일을 하고 싶다.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믿고 맡길 사람을 찾지 않을 수 없다.”
- ‘내 사람’으로만 다 채웠나?
“임원이 10명이면 3:3:3:1 비율로 했다. 첫 3명은 서까래 같은 사람들이다. 입 안에 도는 혀처럼 내가 할 일을 나처럼 해주는 사람이다. 오늘 지시하면, 다음 날 아침에 답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3명은 외부 청탁을 들어준 사람들이다. 물론 내부 경쟁자들 중에서 선택한다.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보강해 줄 사람들이다. 외압은 물리쳐야지만 조직을 지켜야 하는 책무가 우선이다. 문설주 같은 사람들이다. 외부와 소통채널을 맡긴다. 세 번째 3명은 내가 뽑지 않아도 임원이 될 분을 선택했다. 눈치 보지 않고 오직 일만 하는 분들이다. 조직의 버팀목 같은 사람이다. 나머지 1명은 당장 내가 잘못되더라도 바로 뒷일을 맡길만한 대들보 같은 사람을 찾았다.”
- 일만 잘한다면 ‘자기 사람’만을 써도 되는 거 아닌가?
“산의 한 쪽 면만 바라보고 등산을 해서 정상에 오르기 마련이다. 내가 발을 디뎌 오르지 않은 저쪽 면은 알 수 없다. 어려운 길을 함께한 ‘내 사람’도 결국 한 쪽 면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저쪽에 문제가 있어도 지나칠 수 있다. 조직역량을 한데 모아도 안 되는 일이 많다. 다른 한 쪽을 포기하고 갈 일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관 인선 기준이 ‘충(忠)’이었다고 한다. 충을 중심(中心)으로 읽었다. 인사는 균형이고,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라도 설명 가능해야 한다. 인사 발표를 보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한다.”
-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인사가 있겠나. 마음의 빚이라도 진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빚은 말만 잘하면 탕감도 받는다. 충분히 설명하고 쓰지 않았다. ‘뛰어나지만 이 조직이 지금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설득했다. 4연(혈연, 지연, 학연, 직연(職緣))에 매달리지 않았다. 탄탄한 검증시스템이 걸러낸 사람에게도 그가 지닌 생각을 여러모로 물어봤다. 어려움이 닥치면 그 사람의 모든 게 드러난다. 사람은 쉬이 바뀌지 않는다.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이면, 외압을 받고 비난을 받더라도 결코 쓰지 않았다. 내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조직의 장(長)은 인사권으로 소통한다. 설명하기 어려운 흠결 있는 인사를 하면 영(令)이 서지 않는다. 따르지 않으니 무리하게 된다. 내 대에 대(代)가 끊기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지도자가 정상에 서면 달라져야 한다.”

기업을 이끄는 지도자도 인사원칙을 지킨다. 항차 국민에게 약속한 대통령의 인사원칙은 철석같이 지켜져야 한다. 지도자는 끝이 좋아야 한다. 끝이 좋으려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초심이 가득 담긴 취임사는 두고두고 읽어야 한다.
대~ 한민국 멕시코전 아주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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