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9, 벤처 르네상스-6> <인터뷰>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CEO "창업? 명확한 이유와 끈기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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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0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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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CEO


아주경제 강규혁ㆍ박현준기자 =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창업 자체가 목적이 돼버리면 안됩니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인 만큼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버틸 수 있는 끈기도 갖춰야죠"

창업 투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의 임지훈 대표는 우수한 인재라도 창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왜 창업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이든 기술이든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사용자들의 삶이 더 좋아지도록 해야지 동기도 없이 무작정 창업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케이큐브벤처스에서 투자한 모바일 스타트업 '키즈노트'를 예로 들었다.

키즈노트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에게 아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등에 대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PC 웹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알림장' 서비스다. 키즈노트의 대표가 딸의 사진과 활동 내역이 적힌 수첩을 보고 작성하는 유치원과 확인하는 부모 모두가 편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알림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 키즈노트의 탄생 배경이다. 임 대표는 이처럼 창업에 있어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창업 생태계 조성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구직자들에게 가장 큰 목표는 대기업 취업이었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갖가지 제도와 지원책이 마련되면서 구직자들에게 '창업'이라는 새로운 옵션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창업 투자사를 운영하며 투자 유치가 필요한 많은 스타트업을 만난다. 그 중 창업의 확실한 이유가 없는 스타트업이 많아 가장 아쉽다고 토로했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확실한 이유와 비전만 있으면 힘들어도 팀원들과 함께 꾸려나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오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하는 창업, 관심도 없지만 소위 '뜰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시작하는 창업은 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모바일에서 이런 서비스가 뜬다거나 빅데이터가 뜬다고 해서 관련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경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임 대표는 확실한 이유와 함께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것으로 끈기를 꼽았다. 창업 후 제대로 된 결과물이 보이기까지 보통 4~5년은 걸리기 마련인데 그 기간을 버텨낼 수 있는 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카카오도 카카오톡 사용자를 늘리면서도 적자를 이어가다가 최근에서야 돈을 벌기 시작했고 모바일 게임 애니팡도 2009년에 시작해서 올해 상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수된 스타트업을 보면 4~5년은 기본이므로 이를 인지하고 버틸 수 있는 끈기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임지훈 CEO는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명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국민에게 좋은 서비스하기 위한 것, 상생 자체가 목적 아냐

최근 인터넷 분야 대기업에게 상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임 대표는 상생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을 경계했다.

기업이 기술발전에 매진하며 자연히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법을 찾아야지, 상생이라는 거대담론에 휩싸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기업도 외부에서 일어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인수해서 더 많은 이들에게 제공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좋아지는 것이 목적이지 상생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는 "예를 들어 네이버가 인수할만한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해서 더 좋게 만들어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네이버의 트래픽을 이용해 더 많은 이들이 사용하면 삶의 질이 더 향상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스타트업들에게 대기업이 인수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M&A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확실한 의미와 사명감을 지닌 M&A는 창업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임 대표는 "구글이 유튜브를 만들 기술력이 없어서 1조6000억 원을 주고 산 것이 아니다"라며 "스타트업이 노력해 사용자를 모으는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노력, 즉 인사이트를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트업의 우수 인력은 인수된 후 모기업의 서비스를 향상시키는데도 일조하는 경우가 많다.

네이버(당시 NHN)가 인수했던 검색 엔진을 갖춘 '첫눈'의 인력들이 네이버의 검색 품질을 높인 것이나, 카카오가 인수한 로티플의 인력들이 내부에서 활약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라면 그러한 인사이트 구축과 발전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게 임 대표의 지론이다.

임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기술력을 갖춘 인재들은 나와서 창업하는 것이 국민 전체와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자신이 믿는 것을 해보라. 언제든지 지원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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