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AI 역사의 한 페이지 넘긴 챗GPT, 인류 역사도 넘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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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수습기자
입력 2023-02-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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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게 질문하는 모습.

챗GPT 광풍이 분다. 일론머스크까지 나서서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챗GPT는 고시 수준의 문제는 물론, 감정에 호소하는 연설문부터 쟁점이 첨예한 논문까지 막힘없이 소화해낸다. 심지어 미국 하원의원은 인공지능을 규제해야 한다는 연설을 챗GPT로 만들어서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챗GP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 발전 역사는 한 단원의 페이지를 넘겼다.
 
챗GPT가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글쓰기’다. 챗GPT가 쓴 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전자책 시장 ‘킨들 스토어’에는 챗GPT를 저자 또는 공동 저자로 포함하는 전자책이 200권 이상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자기계발서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을 시작으로 챗GPT가 저자로 등록된 책이 발간되고 있다. 대부분 기획자가 몇 가지 질문을 추려내면, 그에 대한 챗GPT의 답을 바탕으로 책 내용이 구성됐다. 편집자는 최소한의 오탈자나 오역만 검수하는 식으로 사람의 손길을 제한했다.
 
다만 제 1저자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출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책 주제는 사람이 무슨 질문을 할 것인지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답답함을 긁어주는 지점을 챗GPT가 직접 찾아내서 기획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셈이다. 독자들도 원래 있던 지식들을 읽기 쉽게 재구성한 수준에 불과한 창작물에 너그럽게 지갑을 열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공지능이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 교정 단계를 줄여줄 수는 있겠지만 본질까지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이번 챗GPT 출간 과정에 드러났다.
 
챗GPT의 등장으로 위기감을 느끼는 직군들에게 실마리가 나온 셈이다. 기자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위기감을 느끼는 대표적인 직군이다. 시황, 스포츠, 날씨 기사는 이미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언론사가 여럿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그럴듯한 소스와 주제를 던져주면 긴 호흡의 기획기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자 개인이 사회와 만나는 지점은 인공지능이 절대 모방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한편으로는 저널리즘의 본질적 영역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기자만의 문제의식으로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화두를 던지는 능력이 개인의 경쟁력이 됐다.

이같은 교훈을 사회에도 확장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날것의 데이터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 간에 ‘편향성’을 학습하기도 한다. 그러나 윤리 의식이나 사회적 합의는 단순히 공론장에 나온 다수 의견에 따라 정량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 책이나 이론서를 통해 많이 공부한다고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의 본질까지 인공지능의 판단에 기댈 수 없는 이유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서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찾아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고려도 이뤄진다.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적 합의를 위해 건강하게 의견을 교환하며 존재를 증명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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