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사기 적발, 스타트업 감별… 두 은행의 '信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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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19-1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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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은행, 현장 중심 여신 심사 강화

  • 3조원대 '모뉴엘 사기대출' 피해 막아

  • 기업은행, 중기·자영업자와 상생 나서

  • 사회경제적 기업에 7조2659억원 지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은행이 겪는 가장 큰 위기는 단연 채권 부실이다.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하면 그 피해는 은행뿐 아니라 예금자까지 보게 된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 역시 무분별하게 취급한 부동산 파생상품 채권이 부실된 탓이었다.

대출 심사를 강화하며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은행의 제1 과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기업의 대출 사기가 고도화하며 은행을 속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차주를 선별해야 하는데, 업력이 짧은 기업 등엔 대출을 내보내기가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한 은행이 대표적으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다.
 

[사진=우리은행]


◆'현장'서 대규모 부실 막은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현장 중심의 여신지원 체계를 강화하며 잇단 대규모 금융사기를 예방해 왔다. 2014년 금융권에 7000억원에 이르는 부실을 안긴 '모뉴엘 사태'를 피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모뉴엘 사태는 가전제품 업체 모뉴엘이 해외 매출액을 부풀려 주요 은행에서 3조4000원 가량의 거액을 대출받은 사건이다. 모뉴엘이 은행을 상대로 사기를 벌인 정황은 이 회사가 2014년 10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드러났다. 민간 금융사뿐 아니라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도 막대한 피해를 봤다. 이 사태로 국내 총 10개 금융기관이 떠안은 부실은 6770억원이었다.

사실 은행들이 모뉴엘의 대출 신청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2007년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빌 게이츠가 모뉴엘을 언급하며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중견기업으로 평가받았으며, 그해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역시 모뉴엘에 적지 않은 금액을 빌려줬다. 특히 2012년까지 우리은행은 이 회사의 주거래은행이었다.

하지만 2013년 우리은행은 모뉴엘에 대한 채권에 이상을 감지했다. 모뉴엘의 매출규모, 외상거래, 성장률 등이 과도했다. 우리은행은 심사역을 해당 기업에 보내 실사를 진행했고, 모뉴엘에 집행한 기존 여신을 모두 회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기 피해를 1년 전에 막았던 셈이다.

모뉴엘 사태 후 우리은행은 대규모 기업여신에 대해 현장실사 강화했다. 이를 위해 심사역의 독립성과 책임을 강조하며 현장 중심의 여신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역량을 모았다. 또 기업구조조정 등 전문분야별 특수심사 연수를 진행하는 등 심사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체질 개선은 이후에도 빛을 발했다. 2014년 주요 은행에 총 2900억원의 부실을 안긴 'KT ENS 가짜 매출채권 담보대출 사태', 2016년 총 800억원 사기를 입힌 '디지텍시스템스 사태' 등을 우리은행은 빚겨갔다. 2014년에는 여신 신청을 거절했으며, 2016년에는 신규대출을 차단하는 동시에 기존 100억원 대출을 회수하며 피해를 예방했다.

우리은행은 현재도 '현장에 답이 있다'는 원칙으로 여신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도입한 기업여신 자동심사시스템은 심사역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여신 심사를 강화하는 모델로 평가 받는다. 일정 규모 이하 대출 건은 이 시스템으로 심사를 진행해, 리스크가 큰 대규모 기업 여신에 인력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우리은행은 기업대출에서 우량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말 69.5%에서 올해 9월 말 85.4%로 크게 올랐다.
 

[사진=IBK기업은행]


◆기업은행, 중기·자영업자와 '상생'

금융권이 위기에 빠지면 은행은 금리나 한도를 조정하는 등 대출문턱을 올리기 마련이다. 특히 자본금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우 돈줄이 더 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위기는 국가 경제 위기로 전이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돼 보수적으로 영업할 수도 있었지만, 이들과 상생을 도모하며 위기를 극복해 왔다.

기업은행은 2014년부터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y·창업 초기 겪는 위기)'에 빠진 혁신기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데스밸리란 창업 3~5년차 벤처 및 스타트업이 겪는 경영난을 뜻한다. 자본금 부족으로 이 시기에 문을 닫는 혁신 기업이 적지 않은 탓에 생긴 말이다.

기업은행은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에 대해 금리 감면, 무료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만 데스밸리 자영업자 특례보증으로 1200억원을 지원했다. 이밖에도 자영업자 우대보증 4500억원, 재창업자 특별보증 300억원 등 총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초저금리 상품을 중소 상공인을 위해 내놨다.

지난 9월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테스트베드인 'IBK 1st Lab(퍼스트 랩)'을 출범하고, 혁신기술을 보유한 핀테크 업체에 2022년까지 3조원의 여신을 공급하기로 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경제적기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 들어 3분기까지 사회경제적기업에 7조2659억원을 공급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기업은행은 상생하며 발전하는 관계"라며 "기업은행의 지원으로 '제2의 네이버', '한국의 구글'이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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