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본업보다 화장품사업에 ‘출사표’ 던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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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9-03-2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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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기투자 대비 수익 거두기 수월...“패션 보다 마진 많이 남아”

  • 신세계인터, 올 3000억 매출 기대…현대百 한섬, 화장품사업 예고

패션업계가 화장품 사업에 연거푸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패션시장 불황이 장기화되자 본업인 패션보다는 화장품 사업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화장품은 단기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두기 수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주요 패션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가 화장품 사업에서 흥행한 가운데 현대백화점 계열인 한섬과 이랜드월드 스파오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27일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스파오’가 화장품 사업에 도전한다. 1020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짱구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협업)해 ‘짱구 화장품’을 오는 6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스파오는 화장품 사업을 통해 1020세대 인기 브랜드로 거듭나면서,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다른 채널처럼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스파오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와 논의 단계에 있다. 화장품 OEM 업체와 손을 잡아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이랜드월드는 2016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아동복 브랜드 '더데이걸즈'와 '로엠걸즈'에서 아동용 화장품을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출시한 바 있지만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브랜드 한섬은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목적에 ‘화장품 제조와 도‧소매업’을 추가한다. 특허청 키프리스 따르면, 한섬은 지난달 ‘타임 포스트 모던(TIME POST MODERN)’이라는 상표를 신규 등록하기도 했다. 이 상표의 상품분류 번호는 ‘03’이다. 국제분류상 비의료용 화장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단 한섬 측은 의류 브랜드 ‘더 캐시미어’를 통해 립밤, 핸드크림 등 기초화장품 일부를 판매해왔던 점을 들어 사업 확장 가능성의 일부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선 한섬이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패션기업들이 같은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가 있다. LF는 지난해 초 사업목적을 추가하고 9월 헤지스 브랜드를 활용한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룰 429’를 출시했다. 
 

지난달 신세계면세점 본점 연작 매장 앞에 중국 고객들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연작'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일찌감치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호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부문에서 매출 예상치인 2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30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핵심 자체 브랜드는 ‘비디비치’와 ‘연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2년 초 사업목적을 추가한 뒤 그해 4월 ‘비디비치’를 인수했다. 2015년에는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 화장품 개발과 제조 기반을 갖추면서 자체 브랜드 역량을 키웠다.

인수 당시만 해도 적자에 허덕이던 비디비치는 중국 등 해외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해 어느덧 ‘효자 브랜드’가 됐다. 2017년 매출이 전년보다 126%나 상승한 229억을 기록, 영업이익도 5억7000만원을 내면서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는 연매출 1250억원대를 이룬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올해부터 코스메틱 부문이 이길한 대표체제로 바뀌면서 확장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10월 론칭한 자연주의 한방 화장품 브랜드 ‘연작’은 중국 밀레니얼 세대를 정조준, 면세점과 왕흥 옌거마마 등 중국 인플루언서들을 집중 공략해 내년까지 1000억원대 브랜드로 올라서는 게 목표다.

이같이 패션업계가 화장품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패션업계에 화장품은 비용이 적게 들면서 성공 가능성이 큰 사업이다.

겨울시즌에 대부분 매출이 창출되는 패션사업과 달리 화장품 사업은 계절과 관계없이 사시사철 판매가 고르다. 여기에 국내 화장품 OEM·ODM 사업 발달로 초기 진입장벽도 낮으며, 기존 패션 유통망을 활용해 초기 판로 확대에 대한 부담도 적다. 브랜드 론칭 후 패션·뷰티 사업부 간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되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영역보다는 화장품이 마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요즘 같은 패션 불황기 때는 돌파구”라면서 “패션과 화장품 브랜드 비중(개수)이 9대 1인 데, 영업이익과 매출로 따지면 오히려 패션과 화장품이 4대 6 비중으로 화장품이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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