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어로 세상읽기

전체 뉴스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8) 흙먼지 일으키며 다시 돌아오다 - 권토중래(捲土重來)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8) 흙먼지 일으키며 다시 돌아오다 - 권토중래(捲土重來) 1990년대에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 카피가 등장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꿔 말하면 1등만 기억되는 세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늘 그렇기만 하던가. 살다보면 승자보다 패자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승패가 극적으로 뒤바뀌면 더욱 그렇다. '아름다운 패배'라는 형용모순적 표현도 패자를 위로하는 동시에 패자를 응원하던 자신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고안된 말이 아닐까 싶다. 비단 스포츠뿐만 아니라 역사의 무대에서도 대중의 시선은 종종 승 2024-06-17 14:49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7) 성안에 비바람 소리가 가득하네 - 만성풍우(滿城風雨)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7) 성안에 비바람 소리가 가득하네 - 만성풍우(滿城風雨) 북송 시절,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 두 문우가 있었으니 한 사람은 쟝시(江西)성에 사는 사일(謝逸)이요, 다른 한 사람은 후베이(湖北)성에 사는 반대림(潘大臨)이다. 두 사람 모두 살림살이는 궁핍했지만 시를 잘 짓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하루는 사일이 반대림에게 안부 편지를 보내면서 최근 새로 지은 시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절친의 편지를 받고 기분이 좋아진 반대림이 즉시 답신을 보냈다. "바야흐로 시흥을 돋우는 가을 아닌가. 다만 늘 속된 일들이 심사를 어지럽혀 시흥을 깨뜨리는 게 안타깝네 2024-06-03 14:40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6) 눈을 맞으며 스승이 깨기를 기다리다 - 정문입설(程门立雪)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6) 눈을 맞으며 스승이 깨기를 기다리다 - 정문입설(程门立雪)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수업시간 중에 담임선생님이 나를 교단으로 불러내더니 꼬옥 안아주시면서 공개적으로 칭찬을 하셨다. 선생님 질문에 손을 들고 한 답변이 마음에 쏙 드신 것이다. 무슨 질문이었고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세월과 함께 잊혀졌지만, 그날의 총체적 기억은 너무도 선명하게 뇌리에 각인되어 고달픈 인생살이에 힘이 되어 준다.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일러 '교사'라고 한다. 교사란 단순한 지식전달자를 넘어 학생의 인생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칠 2024-05-20 16:22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5)어린 풀이 봄 햇살의 고마움을 어찌 알까 - 촌초춘휘(寸草春暉)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5)어린 풀이 봄 햇살의 고마움을 어찌 알까 - 촌초춘휘(寸草春暉) 지난 3일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이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해주었다. 5월 8일은 예전에는 어버이날이 아니라 어머니만을 위한 날, 즉 '어머니날'이었다. 카네이션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상징하는 꽃이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날에 카네이션을 사다가 엄마 가슴에 달아드린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아버지날'이 따로 있었을 법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어버이날은 나라마다 날짜와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 어머니날 2024-05-06 17:07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4)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한다 - 애옥급오(愛屋及烏)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4)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한다 - 애옥급오(愛屋及烏) 민심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의석수 108:175가 웅변하듯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이 국민의힘 참패,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총선을 지배한 건 정권심판론이었다. 대선 때 윤석열 정권 출범에 기여했던 중도의 표심이 대거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가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년 만에 표심이 거꾸로 된 이유가 무엇일까? 미당 서정주가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듯이 정권심판론을 키운 건 팔할이 윤 대통령이다. 따라서 정권심판론은 곧 윤석열 심판론이다. 2024-04-22 13:51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3) 아들아, 부디 용이 되거라 - 망자성룡(望子成龍)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3) 아들아, 부디 용이 되거라 - 망자성룡(望子成龍) 진작에 손주를 보고도 남을 연배가 됐지만 자녀의 결혼을 알리는 친구들의 소식이 여전히 심심찮게 날아든다. 더러는 늦둥이 자녀의 혼사인 경우도 있겠으나 아마도 대개 만혼 때문일 게다. 젊은 세대의 평균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있음을 비단 통계청 발표뿐 아니라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설령 만혼이면 어떠랴.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시대에 결혼을 한다는 게 어디 예삿일인가. 결혼은 이제 개인적으로 축하받을 일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반갑고 고마운 일이 되었다. 물론 2024-04-08 14:20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2)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기 어렵다 - 복수난수(覆水難收)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2)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기 어렵다 - 복수난수(覆水難收)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을 받고나서 막말 논란으로 사퇴하는 후보가 속출했다. 사퇴 압박을 받았으나 끝까지 버틴 후보들도 한둘이 아니다. 참 요란한 총선이다. 친윤불패니 비명횡사니, 막천이니 사천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공천 작업이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가자마자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줄취소되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도대체 공천의 기준은 무엇이었나? 후보들의 뒤늦은 자질 논란은 시스템 공천이니 국민 눈높이 공천이니 하는 말들이 그저 공염불에 불과했 2024-03-25 13:29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1) 얼음 녹듯 사라질 권세에 기대려는가 - 빙산난고(氷山難靠)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1) 얼음 녹듯 사라질 권세에 기대려는가 - 빙산난고(氷山難靠)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다.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하는 공천 정국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한동안 친윤이니 비윤이니 하면서 으르렁대던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판 이후 잠잠해진 반면 요즘 뉴스의 초점은 단연 민주당이다. 친명과 비명.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요즘 티브이를 틀기만 하면 귓가에 꽂히는 단어들이다. 이재명 대표와 친하면(親明) 웬만한 결격사유가 있어도 공천을 받고, 친하지 않으면(非明)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낙천시킨다 해서 급기야 '친명횡재, 비명횡사'란 절묘한 대구(對句)까지 2024-03-11 17:16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10) 늙은 말이 길을 안다 - 노마식도(老馬識途)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0) 늙은 말이 길을 안다 - 노마식도(老馬識途) 대기업집단에서 70년대생 CEO에 90년대생 임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나이보다 성과를 내세운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다. 세대교체 바람의 이면에는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짐을 싸야 하는 직장인들의 아픔이 있다. 평균 퇴직연령이 50세 남짓이다. 정년보다 이른 나이에 직장에서 내몰리는 현실을 이르는 '사오정'이란 신조어가 등장한지도 오래다. 사오정은 '45세가 정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고용구조가 경직된 우리사회에서 한창 일할 나이의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별로 없다. 재취업 2024-02-26 16:14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9) 가을 매미처럼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하다 - 금약한선(噤若寒蟬)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9) 가을 매미처럼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하다 - 금약한선(噤若寒蟬) 어릴 적 방학 때면 매번 아버지가 시골 외가에 보내 한동안 지내다 오게 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의 시골생활은 여러모로 낯설고 불편했지만 외사촌 형제들과 산과 들을 뛰노는 재미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아 별다른 불만을 갖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시골에서 보낸 여름은 매미 우는 소리로 기억된다. 키가 크고 잎이 우거진 나무에서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는 요란했다. 지금도 매미들이 맹렬하게 울어대는 소리가 귓전에서 맴도는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여름이면 도시에서도 매미 우는 소리로 잠을 설친다. 2024-02-13 16:02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8) 영문도 모르고 따라 짖다 - 폐형폐성(吠形吠聲)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8) 영문도 모르고 따라 짖다 - 폐형폐성(吠形吠聲) 수년 전 늦깎이 블로거가 됐다. 그 소식을 들은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유튜브를 하라고. 그래야 돈이 된다고. 너도나도 유튜브 제작에 뛰어드는 이유를 이보다 더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말은 없을 듯하다. 국민 열에 일고여덟은 유튜브를 만들거나 본다.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은 유튜브가 98.8%로 압도적 1위다. 유튜브를 통한 뉴스 시청률 또한 갈수록 높아져 지난해 기준 53%에 달한다. 최근 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직업별 신뢰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고생들은 정치인보다 유튜버를 더 2024-01-29 15:40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7) 무능한 자가 자리를 탐하다 - 남우충수(濫竽充數)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7) 무능한 자가 자리를 탐하다 - 남우충수(濫竽充數)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뽑은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 1위는 본고 6회차에서 소개한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그에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게 3위를 차지한 ‘남우충수’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남우충수는 무슨 뜻을 가진 성어일까? 많은 교수들이 추천한 함의는 또 무엇일까? 넘칠 '람濫'에 피리 '우竽', 찰 '충充', 셈 '수數'로 이루어진 성어 '남우충수(濫竽充數)’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는 가짜 악사로 악단의 머릿수를 2024-01-15 20:04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6) 이익 앞에서 의로움을 잊다 - 견리망의(見利忘義)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6) 이익 앞에서 의로움을 잊다 - 견리망의(見利忘義)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 '적반하장', 그리고 '남우충수'가 각각 1,2,3위를 차지했다. 본고 이번 회차와 다음 회차에서는 1위로 뽑힌 견리망의와 우리에게 조금 낯선 남우충수 두 성어를 통해서 세상을 읽어보고자 한다. 친구의 주민등록증을 도용하여 휴대폰을 개통하고 억대의 전세대출을 받은 20대들이 구랍 26일 실형을 선고받았다. 돈 때문에 친구를 속이고 우정을 저버리는 세태를 보는 심정이 씁쓸하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 2024-01-02 14:49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5)  물과 불은 상극인가? … 수화불용(水火不容)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5) 물과 불은 상극인가? … 수화불용(水火不容) * 이 글에는 영화 '엘리멘탈'에 스포일러가 일부 있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1068만 명이 관람한 올해 최고 인기작 '범죄도시3'의 기록도 가볍게 뛰어넘을 기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영화가 흥행 순위 1, 2위를 다툴 이 두 작품으로 체면치레는 할 것 같다. 그렇다면 흥행 넘버3는 어느 영화일까? 다소 의외지만 지난 6월 개봉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이다. 개봉 당시만 해도 별다른 관심을 2023-12-19 22:16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4) 한 패가 되어 못된 짓을 함 - 낭패위간(狼狽為奸)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4) 한 패가 되어 못된 짓을 함 - 낭패위간(狼狽為奸) 1979년 궁정동 안가에서 몇 발의 총성이 울리고 철옹성 같던 유신체제가 와해되었다. 온나라가 들뜬 마음으로 '서울의 봄', 즉 민주화가 된 세상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신군부가 일으킨 군사반란으로 국민의 열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이 군사반란은 '12•12 사태'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장안의 화제다. <서울의 봄 >은 1979년 12월 12일 저녁 6시 50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아홉 시간 동안 벌어진 군 2023-12-12 06:00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 입은 닫고 귀를 열어야 - 겸청즉명 편신즉암(兼聽則明 偏信則暗)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 입은 닫고 귀를 열어야 - 겸청즉명 편신즉암(兼聽則明 偏信則暗) 현 정권의 인사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자리에 앉힌 사람이 나중에 능력 부족이 드러났다거나 무슨 문제를 일으켰다면 변명의 여지라도 있겠으나 사전에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한 사안들로 꼬투리를 잡히기 때문이다.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2월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28시간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를 필두로 해서 요즘 야당의 탄핵 공세에 시달리는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그러했고 마치 릴레이 경주라도 하듯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 역시인사청문회에서 어김없이 자녀 학폭 2023-11-28 14:56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 뿌리로 돌아가기 - 낙엽귀근(落葉歸根)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 뿌리로 돌아가기 - 낙엽귀근(落葉歸根) 유재혁 에세이스트 등산을 썩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산을 찾는 계절이 가을이다. 울긋불긋한 단풍의 유혹이 그만큼 강렬하기 때문이리라.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마다 여름이 길어지니 가뜩이나 짧은 가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가을인가 했더니 산속은 이미 단풍이 끝물이다. 찬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계절의 끝자락을 지키며 힘겹게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이 제법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우수수 떨어진다. ​겨울로 가는 문턱 입동도 이미 여러 날이 지났다. 산에서 이따금 마주치는 다람쥐도 평소 때보다 바빠 보인다. 긴 겨울을 나려면 2023-11-15 06:00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 말을 먹고 살찌다- 식언이비(食言而肥)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 말을 먹고 살찌다- 식언이비(食言而肥) 유재혁 에세이스트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연재를 시작하며> 흔히 고사성어로 일컬어지는 성어(成语)에는 장구한 중국의 역사가 축적되어 있다. 신화나 고사(故事), 혹은 고대 시문(詩文), 민간속담 등에서 비롯된 성어는 역대 선인들의 지혜가 빛을 발하고 언어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보석 같은 존재다. 성어는 바꿔 말하면 관용어, 숙어이고 영어로는 이디엄(idiom)에 해당된다. 시의적절한 성어 한 마디는 단박에 공감을 이끌어내고 좌중을 압도하는 결정적 한방이 되기도 한다. 고사성어의 본고장 중국의 2023-11-02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