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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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0) 늙은 말이 길을 안다 - 노마식도(老馬識途) 대기업집단에서 70년대생 CEO에 90년대생 임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나이보다 성과를 내세운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다. 세대교체 바람의 이면에는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짐을 싸야 하는 직장인들의 아픔이 있다. 평균 퇴직연령이 50세 남짓이다. 정년보다 이른 나이에 직장에서 내몰리는 현실을 이르는 '사오정'이란 신조어가 등장한지도 오래다. 사오정은 '45세가 정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고용구조가 경직된 우리사회에서 한창 일할 나이의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별로 없다. 재취업 2024-02-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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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9) 가을 매미처럼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하다 - 금약한선(噤若寒蟬) 어릴 적 방학 때면 매번 아버지가 시골 외가에 보내 한동안 지내다 오게 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의 시골생활은 여러모로 낯설고 불편했지만 외사촌 형제들과 산과 들을 뛰노는 재미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아 별다른 불만을 갖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시골에서 보낸 여름은 매미 우는 소리로 기억된다. 키가 크고 잎이 우거진 나무에서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는 요란했다. 지금도 매미들이 맹렬하게 울어대는 소리가 귓전에서 맴도는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여름이면 도시에서도 매미 우는 소리로 잠을 설친다. 2024-02-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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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8) 영문도 모르고 따라 짖다 - 폐형폐성(吠形吠聲) 수년 전 늦깎이 블로거가 됐다. 그 소식을 들은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유튜브를 하라고. 그래야 돈이 된다고. 너도나도 유튜브 제작에 뛰어드는 이유를 이보다 더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말은 없을 듯하다. 국민 열에 일고여덟은 유튜브를 만들거나 본다.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은 유튜브가 98.8%로 압도적 1위다. 유튜브를 통한 뉴스 시청률 또한 갈수록 높아져 지난해 기준 53%에 달한다. 최근 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직업별 신뢰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고생들은 정치인보다 유튜버를 더 2024-01-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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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7) 무능한 자가 자리를 탐하다 - 남우충수(濫竽充數)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뽑은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 1위는 본고 6회차에서 소개한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그에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게 3위를 차지한 ‘남우충수’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남우충수는 무슨 뜻을 가진 성어일까? 많은 교수들이 추천한 함의는 또 무엇일까? 넘칠 '람濫'에 피리 '우竽', 찰 '충充', 셈 '수數'로 이루어진 성어 '남우충수(濫竽充數)’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는 가짜 악사로 악단의 머릿수를 2024-01-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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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6) 이익 앞에서 의로움을 잊다 - 견리망의(見利忘義)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 '적반하장', 그리고 '남우충수'가 각각 1,2,3위를 차지했다. 본고 이번 회차와 다음 회차에서는 1위로 뽑힌 견리망의와 우리에게 조금 낯선 남우충수 두 성어를 통해서 세상을 읽어보고자 한다. 친구의 주민등록증을 도용하여 휴대폰을 개통하고 억대의 전세대출을 받은 20대들이 구랍 26일 실형을 선고받았다. 돈 때문에 친구를 속이고 우정을 저버리는 세태를 보는 심정이 씁쓸하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2024-01-0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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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5) 물과 불은 상극인가? … 수화불용(水火不容) * 이 글에는 영화 '엘리멘탈'에 스포일러가 일부 있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1068만 명이 관람한 올해 최고 인기작 '범죄도시3'의 기록도 가볍게 뛰어넘을 기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영화가 흥행 순위 1, 2위를 다툴 이 두 작품으로 체면치레는 할 것 같다. 그렇다면 흥행 넘버3는 어느 영화일까? 다소 의외지만 지난 6월 개봉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이다. 개봉 당시만 해도 별다른 관심을 2023-12-1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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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4) 한 패가 되어 못된 짓을 함 - 낭패위간(狼狽為奸) 1979년 궁정동 안가에서 몇 발의 총성이 울리고 철옹성 같던 유신체제가 와해되었다. 온나라가 들뜬 마음으로 '서울의 봄', 즉 민주화가 된 세상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신군부가 일으킨 군사반란으로 국민의 열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이 군사반란은 '12•12 사태'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장안의 화제다. <서울의 봄 >은 1979년 12월 12일 저녁 6시 50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아홉 시간 동안 벌어진 군 2023-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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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 입은 닫고 귀를 열어야 - 겸청즉명 편신즉암(兼聽則明 偏信則暗) 현 정권의 인사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자리에 앉힌 사람이 나중에 능력 부족이 드러났다거나 무슨 문제를 일으켰다면 변명의 여지라도 있겠으나 사전에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한 사안들로 꼬투리를 잡히기 때문이다.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2월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28시간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를 필두로 해서 요즘 야당의 탄핵 공세에 시달리는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그러했고 마치 릴레이 경주라도 하듯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 역시인사청문회에서 어김없이 자녀 학폭 2023-11-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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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 뿌리로 돌아가기 - 낙엽귀근(落葉歸根) 유재혁 에세이스트 등산을 썩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산을 찾는 계절이 가을이다. 울긋불긋한 단풍의 유혹이 그만큼 강렬하기 때문이리라.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마다 여름이 길어지니 가뜩이나 짧은 가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가을인가 했더니 산속은 이미 단풍이 끝물이다. 찬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계절의 끝자락을 지키며 힘겹게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이 제법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우수수 떨어진다. 겨울로 가는 문턱 입동도 이미 여러 날이 지났다. 산에서 이따금 마주치는 다람쥐도 평소 때보다 바빠 보인다. 긴 겨울을 나려면 2023-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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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 말을 먹고 살찌다- 식언이비(食言而肥) 유재혁 에세이스트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연재를 시작하며> 흔히 고사성어로 일컬어지는 성어(成语)에는 장구한 중국의 역사가 축적되어 있다. 신화나 고사(故事), 혹은 고대 시문(詩文), 민간속담 등에서 비롯된 성어는 역대 선인들의 지혜가 빛을 발하고 언어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보석 같은 존재다. 성어는 바꿔 말하면 관용어, 숙어이고 영어로는 이디엄(idiom)에 해당된다. 시의적절한 성어 한 마디는 단박에 공감을 이끌어내고 좌중을 압도하는 결정적 한방이 되기도 한다. 고사성어의 본고장 중국의 2023-11-02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