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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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47) 조조의 능력제일주의 - 유재시거(唯才是舉) 우리나라 중장년 이상의 연령대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중국 고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열이면 열 '삼국지(三國志)'를 첫손에 꼽지 않을까 싶다. 어릴 때부터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제갈량, 조자룡 등 기라성 같은 등장인물들과 줄거리를 훤히 꿰고 있는 소위 '삼국지 키드'가 우리 주변에 흔하다. 삼국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도원결의, 삼고초려, 읍참마속, 괄목상대와 같은 고사성어의 산실이기도 하다. 사실 삼국지는 서진(西晉)의 진수가 오나라 멸망 직후 정사(正史)를 편찬한 역사책이고, 우리 2025-07-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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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46) 담장 위의 풀 - 장두초(牆頭草) 수년 전 지인들과 취미활동을 함께 하던 동호회에 소소한 갈등이 불거졌다. 당사자들이 만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면 쉽게 해소될 문제였는데 단톡방에서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졌다. 보다 못해 양쪽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조속한 화해를 촉구했다. 그러자 한쪽 당사자로부터 이런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양비론은 기회주의자의 특징이다." 양자택일의 진영논리를 강요받는 우리 사회에서 양비론을 펼치다가 기회주의라고 공격을 받는 일은 흔한 일이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책임 소재를 불 2025-07-0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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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45) 길이 끝난 듯해도 길은 있다 - 유암화명(柳暗花明) 남송을 대표하는 시인 육유(陸游, 1125–1210)는 피가 뜨거운 애국시인이었다. 남송은 대륙을 지배하던 송나라가 금나라에 의해 망하고 강남으로 쫓겨와 세운 나라로, 빼앗긴 중원 수복을 단념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주화파(主和派)가 득세했다. 북벌론을 주창하던 육유는 평화를 구걸하는 조정의 비굴한 태도에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부담스러워 한 주화파의 미움과 배척을 받아 지방관직을 전전하고 파직과 복직을 반복해야 했다. 일만 수에 달하는 시를 남겨 중국 역사상 최다를 기록한 육유는 우국충정이 담긴 시를 많이 2025-06-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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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44) 하늘에선 비가 내리려 하고 어머니는 시집을 가려하네 - 천요하우 낭요가인(天要下雨, 娘要嫁人) 1971년 9월 13일 새벽, 중국공산당 권력 서열 2위이자 마오쩌둥의 공식 후계자 린뱌오(林彪ㆍ임표)가 탄 비행기가 몽골을 무단 월경한 후 고비 사막에서 추락하여 동승한 부인, 아들 등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죽의 장막 너머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린뱌오는 '당대의 한신', '전쟁 귀신'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군사전략가다. 장제스도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아꼈으나 일찌감치 공산당에 입당한 린뱌오는 정강산 투쟁 시절 만난 마오쩌둥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 2025-06-0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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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43) 바람이 불자 알아서 눕다 - 망풍이미(望風而靡) 전한(前漢)의 제7대 황제 한무제((漢武帝, 재위: 기원전 141년 ~ 기원전 87년)는 한족 최고의 정복군주다. 중앙집권체제를 완성하고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공식화했으며 적극적인 대외 원정을 통해 중국의 영토를 크게 넓혔다. 그의 치세는 이른바 '한무성세(漢武盛世)'로 일컬어지며 전한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한무제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뛰어난 통치력을 발휘하여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를 확립했지만, 치세 후반으로 갈수록 무리한 토목공사와 흉노와의 기나긴 전쟁 등으로 인해 백성들은 부역에 시달리고 2025-05-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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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42) 참된 우정의 표상 - 관포지교(管鮑之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OECD 국가 중 5위이다. 인생 백세 시대가 더이상 꿈만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노년의 큰 경사로 여기던 회갑 잔치가 사라지고 칠순 잔치도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는 옛말이 되었고, 자신의 나이에 0.8을 곱한 게 시대에 걸맞는 진짜 나이라는 신종 계산법이 상식의 반열에 올랐다. 은퇴 후 삶이 길어진 만큼 인생 후반전을 잘 보내는 게 한층 더 중요해졌다. 대중매체나 SNS에는 노년에 반드시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한 다양한 조언이 쏟아진다. 이를테면 ' 2025-05-1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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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41) 작은 불씨가 들판을 태운다 - 성화요원(星火燎原) 지난달 하순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등 영남권을 휩쓴 산불의 피해가 막심하다. 83명이 숨지거나 다쳤고 35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시설 피해액은 1조원이 넘고 10만4천 헥타르(ha)에 가까운 산림이 불탔다. 피해 면적이 서울의 1.6배에 달한다. 그동안 가장 큰 피해를 입혔던 2000년 강원도 동해안 산불보다 4배 이상 큰 규모라니 최악의 산불이었다. 역대급 초대형 산불이 말 그대로 영남의 산들을 초토화시켰다. 오죽하면 괴물 산불이라고 했을까. 강풍을 타고 초고속으로 확산된 속도에 2025-04-2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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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40) 소 잃은 후에라도 외양간을 고쳐라 - 망양보뢰(亡羊補牢) 흔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들 한다. 일상에서 수시로 소환될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속담이다. 소를 도둑맞고 나서 빈 외양간의 허물어진 데를 고치느라 수선을 떤다는 뜻으로 쓰인다. 사전 대비가 중요하지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 손을 써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얘기다. 일 터지고 뭘 한들 뒷북 처방이라는 질책과 힐난의 성격이 강하다. 과연 그런가.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쳐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걸까. 물론 사전에 유비(有備)해서 무환(無患)이면 최상이다. 더 바랄 게 없다. 허나 세 2025-04-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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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9)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다 - 인면도화(人面桃花) 정치가 블랙홀처럼 모든 걸 빨아들이는 시국이다 보니 고사성어를 통해 세상을 읽는 지혜를 찾고자 하는 본고도 정치적 이슈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글감을 고르기가 수월치 않다. 인간이 본디 정치적 동물인지라 정치와 무관한 세상사가 얼마나 있겠냐만. 나라 돌아가는 형편이 여전히 한겨울이니 봄도 더디 오는 것 같다. 3월 중순에 폭설이 내리는가 하면 4월을 코앞에 두고도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겨울 못지않다. 허나 봄을 이기는 겨울이 있으랴. 막바지 꽃샘추위가 곧 물러가면 이제 꽃들의 계절. 지금은 2025-03-3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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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8) 물고기 눈알을 진주와 뒤섞다 - 어목혼주(魚目混珠) 이따금 만나 가볍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있다. 전문직 종사자로서 여전히 활발하게 일을 하고 있는 친구다. 지난 2월말에 만났을 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불쑥 부정선거를 거론하더니 12ㆍ3 계엄사태 때 선관위에서 체포된 중국인들의 신병을 미군이 확보했고 조만간 트럼프가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거라고 한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리얼리? 그거 이미 사실 무근이라고 밝혀지지 않았니?" 했더니 곧바로 "너는 유튜브도 안 보냐?"는 면박이 2025-03-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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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7) 돌로 이를 닦고 물을 베개로 삼다 - 수석침류(漱石枕流) 中에 쫓기는 韓 반도체, 주 52시간에 발 묶였다 / '반도체 린치핀', 한국의 위기 / 기약 없는 '반도체 특별법' - "골든타임 놓치면 미래 없다." / 올 반도체 업계 최대 위협은 '美관세' / 메모리 반도체, 너마저 - 중국이 기초역량 추월 / 벼랑 끝 몰린 K-반도체 ... '초격차' 긍지 어디갔나 / 일본 반도체 드림팀 - 법까지 바꿔 돕는다 지난 2월 하순 몇몇 신문에서 반도체 관련 기사와 사설 제목들을 추려 보니 위와 같았다. 하나같이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반 2025-03-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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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6) 물가의 정자가 달빛을 먼저 받는다 - 근수누대(近水樓台) 범중엄(范仲淹·989~1052)은 우리에게는 소동파, 구양수, 사마광 등 엇비슷한 시대를 살다 간 북송(北宋)의 쟁쟁한 인물들에 비해 덜 알려졌으나 학자와 정치가로서 당대의 명망이 높았고 역사의 평가도 후하다. 한 세대 뒤에 태어나 피폐해진 나라를 뜯어고치고자 했던 신법당 리더 왕안석이 그를 롤모델로 삼았을 만큼 개혁가로서의 기질도 다분했다. 최고위직인 재상까지 역임했음에도 죽을 때 변변한 재산을 남기지 않을 만큼 범증엄은 평생을 청빈한 관리로 살았다. 그는 늘 백성들과 고락을 함께 2025-02-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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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5) 쓸데없는 짓으로 일을 그르치다 - 화사첨족( 畵蛇添足) 기원전 323년, 전국시대의 강국 초나라 회왕(懷王)이 재상 소양에게 위나라를 공격하게 했다. 소양은 여덟 개의 성을 함락시키고 대승을 거둔 후 내친김에 제(齊)나라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나라를 위해 마침 사신으로 와 있던 진(秦)나라 책사 진진(陳軫)이 나섰다. 소양을 만난 진진이 다음과 같은 문답을 주고받았다. "초나라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가면 어떤 상을 내립니까?" "상주국(上柱國)에 임명되고 작위는 상집규(上執珪)가 됩니다." "그 2025-02-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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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4)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 공휴일궤(功虧一簣) 기원전 1046년, 주 무왕(武王)이 향략과 방탕에 젖은 상(商)나라를 멸하고 중원을 통일했다. 서쪽에 있는 오랑캐 나라 여(旅)에서 오(獒)라고 하는 개를 공물로 바쳤다. 키가 넉 자나 되고 사자를 닮은 이 개는 사람의 말귀를 알아들을 만큼 영특했다. 진기한 동물을 상납받은 무왕이 크게 기뻐하며 애지중지했다. 이를 지켜보던 동생 소공(召公)이 "물건에 마음을 빼앗기면 뜻을 잃는다"고 염려하며 다음과 같이 간언했다. 嗚呼夙夜罔或不勤(오호숙야망혹불근) 不矜細行終累大德(불긍세행종루대덕 2025-01-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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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3) 누구도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 막여독야(莫予毒也) 기원전 632년, 강대국 초나라와 진(晉)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초나라 성왕은 진(晉)문공이 가벼이 볼 상대가 아님을 의식하여 교전을 주저했으나 대장군 성득신이 나서서 승리를 장담했다. 성왕이 마지못해 그에게 적은 수의 군사를 붙여주었다. 전투는 진나라의 대승으로 끝났다. '성복대전(城濮之戰)'으로 불리는 이 전투의 승리로 진문공은 제(齊)환공에 이어 춘추시대 두 번째 패주(霸主)로 등극했다. 대승을 거두었음에도 진문공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신하들이 까닭을 묻자 문공은 &quo 2025-01-06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