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700석’ 버린 대신 ‘작품성’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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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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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더 코러스 : 오이디푸스’

서재형 연출, 최우정 작곡, 장은정 안무,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연극 '더 코러스 : 오이디푸
스'의 한 장면.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1000여석이나 되는 객석을 과감히 비웠다. 대신 무대 위에 300석을 쌓았다.

LG아트센터가 연극 ‘더 코러스 : 오이디푸스’를 통해 소극장으로 변신했다.

관객들은 무대 위의 객석에 앉아 오이디푸스와 다른 등장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에서 작은 떨림 하나하나까지 감지해낸다. 이들이 겪게 되는 상황과 결말을 더욱더 가까이 마주하게 된다.

연극 ‘더 코러스 : 오이디푸스’는 밀도 있는 공간 속에서 역동하는 오이디푸스를 지켜볼 수 있는 강렬한 작품이었다. 이 연극을 보며 관객들은 파국을 향해 치닫는 그의 질주가 비단 고전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직시하면서 그의 운명에 휘말리듯 동참하게 된다.

‘더 코러스 : 오이디푸스’는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새로운 표현을 시도했다. 우선 무대 한켠에는 4대의 피아노를 비롯, 키보드, 아코디언 등 여러 악기가 포진됐다. 재능 넘치는 14명의 코러스들이 몸을 활용해 만들어내는 구음(口吟)과 바람소리, 새소리, 아기 울음 소리 등의 다양한 효과음들은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희랍 비극의 완벽한 모범이라 불리는 ‘오이디푸스 왕’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통해 새 롭게 탄생된 음악극 ‘더 코러스 : 오이디푸스’는 퍼포먼스적인 요소를 코러스를 통해 극대화 시켰다.

특히 코러스들이 새와 같은 몸짓을 흉내 내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새의 움직임의 특성을 그대로 파악해 고스란히 표현해 냈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운명에 좌절하고 결국 스스로 눈을 찌르고 마는 장면도 압권이다. 이때 피를 상징하는 빨간 천이 내려오며 붉게 물든 백열등이 부각된다. 강렬한 이미지는 보는이들을 압도한다.

마지막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의 객석이 열리고 오이디푸스가 이를 뚫고 나가며 빛과 함께 사라지는데 그의 뒷모습은 비통함을 남긴다.

이 연극의 ‘안무’는 상당히 통일돼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산발적인 특징을 지녔다. 배우들은 각기 다른 몸동작을 취하고 있지만 그 움직임 속에는 일련의 규칙이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극의 흐름을 더욱 자연스럽게 연결 시켜나간다.

‘공간’과 ‘빛’의 해석력도 탁월하다. 좁은 원형의 공간이지만 이 작은 공간 속에서 열댓명의 배우들이 각기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튀어나왔다가 들어가고 흩어졌다가 뭉치기를 반복한다.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조명들도 붉어졌다, 하얘졌다, 소멸했다를 반복하며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대변한다.

연기력과 가창력, 행동력을 겸비한 배우들도 극에 힘을 실어준다. 서재형 연출과 최우정 작곡, 장은정 안무, 그리고 각각의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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