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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8) 뛰어난 문학적 재능 - 재고팔두(才高八斗)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여성작가로서도 최초다. 문학사의 새 역사가 씌여진 것이다. 문체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1.7권에 불과하고 성인 10명 중 6명은 일년 내내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책을 읽지 않는데 책을 살 리는 없을 터, 만성 불황에 시달리던 출판계가 한강 덕분에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노벨상 수상 6일만에 한강 작품 판매량이 백만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른바 한강 신 2024-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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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7)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 병불염사(兵不厭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전통 지지층까지 돌아섰다는 위험 신호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으나 지지를 거둔 사람들이 말한다.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걸 막았으니 그것만으로도 할 일은 다한 거라고.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도 크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거부감 또한 상당하다는 얘기다. 반면에 지지자들에게 이재명은 북한의 최고존엄 부럽지 않다. 이처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인물도 흔치않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대통령 탄핵 군불을 때고 있다. 자 2024-10-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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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6)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 발묘조장(拔苗助長) 춘추전국시대 약소국이었던 송나라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어리석음'과 관련된 성어를 다수 남겼으니 말이다. 헛된 명분을 좇다가 이길 수 있는 전쟁에서 패한 어리석은 행위를 일컫는 '송양지인(宋襄之仁)', 일을 급히 서두르다 오히려 그르치는 '발묘조장(拔苗助長)', 요행만을 바라거나 융통성이 없음을 이르는 '수주대토(守柱待兔)' 등이 죄다 송나라 사람들이 남긴 성어들이다. 본고 26회차에서는 '발묘조장'이란 성어를 통해서 세상의 어리석음을 2024-09-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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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5) 인생의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 - 비환이합(悲歡離合) 중국어를 갓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왕페이(王菲)의 노래에 심취했었다. 왕페이는 '첨밀밀(甜蜜蜜)'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덩리쥔(鄧麗君) 이후 중화권 최고의 디바로 불리던 가수다. 타고난 재주가 많아 한때 모델 일과 연기 활동도 했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걸작 '중경삼림'을 본 분이라면 늘 팝송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흥얼거리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다 끝내 스튜어디스가 된 스낵코너 아가씨를 기억할 것이다. 준수한 용모에 우수가 깃든 경찰관 량차오웨이(梁朝偉)를 2024-09-1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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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4)털을 헤쳐 작은 흠집을 찾아내다 - 취모구자(吹毛求疵) 1848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발표한 '공산당선언' 식으로 말하자면 이런 표현도 가능할 것 같다. "두 개의 유령이 한반도의 남쪽을 배회하고 있다 - 빨갱이와 친일이라는 유령이." 우파가 좌파를 공격하는 유령이 '빨갱이'라면 좌파가 우파를 공격하는 유령이 '친일'이다. 소련의 해체와 함께 공산진영이 몰락하고 남한의 국력이 북한을 압도하면서 빨갱이라는 유령은 힘을 잃었다. 반면에 한일간의 국력 차이가 미미해지고 일제의 사슬에서 해방된 지도 80년이 다 되어가건만 광복절 2024-09-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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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3) 목소리 큰 손님이 주인 노릇 하다 - 훤빈탈주(喧賓奪主) 파리올림픽에서 맹활약을 한 태극전사들이 온 국민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금의환향했다. 올림픽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각종 행사에 초대받고 방송에 출연하는가 하면 광고 모델이 되는 등 저마다 활발한 후속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배드민턴협회를 겨냥해 작심 발언을 한 안세영만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아 웬지 안쓰럽다. "내 승리의 원동력은 '분노'였다." 안세영이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안세영은 누구도 자신의 발언에 귀 기울 2024-08-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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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2) 더 높은 경지를 희구하다 -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이 서예 작품 한 점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액자에는 한시 두 구절이 씌여 있었다.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욕궁천리목 갱상일층루)."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5언절구 '등관작루(登鸛雀樓관작루에 올라)'의 후반부다.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白日依山盡 黃河入海流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 밝은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황하는 바다로 흘러간다 천리 끝까지 바라보고 싶어 누각을 한 층 더 오른다 친구들과 관작루에 놀러 2024-08-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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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1) 서로 싸우다 함께 망하다 - 휼방상쟁(鷸蚌相爭) 진(秦)나라가 절대 강국으로 군림하던 전국시대(戰國時代) 말기, 제후국 간에는 여전히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 해에 조(趙)나라와 연(燕)나라 사이에 마찰이 생겨 조나라가 연나라를 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은 호시탐탐 약소국 병탄을 노리는 패권국 진나라만 이롭게 할 게 뻔하기에 연나라 소왕(昭王)은 세객(說客) 소대(蘇代)를 조나라에 보내 혜왕(惠王)을 설득하도록 했다. 소대는 진나라를 제외한 6국이 힘을 합쳐 대항하자는 합종책을 입안한 소진(蘇秦)의 동생이다. 혜왕을 만 2024-07-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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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0) 예리한 칼로 대나무 쪼개듯 하라 - 영인이해(迎刃而解) 제갈량과 치열한 지략 대결을 펼치며 명성을 떨친 사마의가 위(魏) 나라의 실권을 잡았다. 기원 266년,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이 허수아비 황제 조환을 폐위시키고 제위에 오르며 국호를 진(晉)이라 정했다. 후한이 망한 후 위, 촉, 오로 삼분된 천하는 이로써 장강 이남의 오나라만 남았다. 기원 280년, 대장군 두예(杜預)가 대군을 이끌고 오나라 정벌에 나섰다. 진나라 군사들이 연전연승을 하면서 오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이때 진나라 내부에서 속도조절론이 대두했다. 곧 강물이 범람할 시기 2024-07-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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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9) 권력에 빌붙어 사는 무리들 - 추염부세(趨炎附勢) 정치권에 애완견 논쟁이 뜨겁다. 불을 당긴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불법송금 1심 판결에서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자 이재명 대표가 언론을 검찰이 주는 걸 받아쓰는 '애완견'이라고 맹비난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얄미우리만치 냉철하게 계산된 발언을 하고 때로는 의도적인 동문서답도 서슴지 않는 이 대표답지 않은 직설적 감정 표출이다. 이화영의 변호사 말대로 '이화영이 유죄면 이재명도 유죄'라서일까? 판결을 내린 사법부엔 입도 뻥끗 2024-07-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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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8) 흙먼지 일으키며 다시 돌아오다 - 권토중래(捲土重來) 1990년대에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 카피가 등장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꿔 말하면 1등만 기억되는 세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늘 그렇기만 하던가. 살다보면 승자보다 패자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승패가 극적으로 뒤바뀌면 더욱 그렇다. '아름다운 패배'라는 형용모순적 표현도 패자를 위로하는 동시에 패자를 응원하던 자신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고안된 말이 아닐까 싶다. 비단 스포츠뿐만 아니라 역사의 무대에서도 대중의 시선은 종종 승 2024-06-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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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7) 성안에 비바람 소리가 가득하네 - 만성풍우(滿城風雨) 북송 시절,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 두 문우가 있었으니 한 사람은 쟝시(江西)성에 사는 사일(謝逸)이요, 다른 한 사람은 후베이(湖北)성에 사는 반대림(潘大臨)이다. 두 사람 모두 살림살이는 궁핍했지만 시를 잘 짓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하루는 사일이 반대림에게 안부 편지를 보내면서 최근 새로 지은 시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절친의 편지를 받고 기분이 좋아진 반대림이 즉시 답신을 보냈다. "바야흐로 시흥을 돋우는 가을 아닌가. 다만 늘 속된 일들이 심사를 어지럽혀 시흥을 깨뜨리는 게 안타깝네 2024-06-0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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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6) 눈을 맞으며 스승이 깨기를 기다리다 - 정문입설(程门立雪)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수업시간 중에 담임선생님이 나를 교단으로 불러내더니 꼬옥 안아주시면서 공개적으로 칭찬을 하셨다. 선생님 질문에 손을 들고 한 답변이 마음에 쏙 드신 것이다. 무슨 질문이었고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세월과 함께 잊혀졌지만, 그날의 총체적 기억은 너무도 선명하게 뇌리에 각인되어 고달픈 인생살이에 힘이 되어 준다.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일러 '교사'라고 한다. 교사란 단순한 지식전달자를 넘어 학생의 인생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칠 2024-05-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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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5)어린 풀이 봄 햇살의 고마움을 어찌 알까 - 촌초춘휘(寸草春暉) 지난 3일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이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해주었다. 5월 8일은 예전에는 어버이날이 아니라 어머니만을 위한 날, 즉 '어머니날'이었다. 카네이션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상징하는 꽃이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날에 카네이션을 사다가 엄마 가슴에 달아드린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아버지날'이 따로 있었을 법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어버이날은 나라마다 날짜와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 어머니날 2024-05-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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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4)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한다 - 애옥급오(愛屋及烏) 민심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의석수 108:175가 웅변하듯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이 국민의힘 참패,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총선을 지배한 건 정권심판론이었다. 대선 때 윤석열 정권 출범에 기여했던 중도의 표심이 대거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가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년 만에 표심이 거꾸로 된 이유가 무엇일까? 미당 서정주가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듯이 정권심판론을 키운 건 팔할이 윤 대통령이다. 따라서 정권심판론은 곧 윤석열 심판론이다. 2024-04-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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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3) 아들아, 부디 용이 되거라 - 망자성룡(望子成龍) 진작에 손주를 보고도 남을 연배가 됐지만 자녀의 결혼을 알리는 친구들의 소식이 여전히 심심찮게 날아든다. 더러는 늦둥이 자녀의 혼사인 경우도 있겠으나 아마도 대개 만혼 때문일 게다. 젊은 세대의 평균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있음을 비단 통계청 발표뿐 아니라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설령 만혼이면 어떠랴.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시대에 결혼을 한다는 게 어디 예삿일인가. 결혼은 이제 개인적으로 축하받을 일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반갑고 고마운 일이 되었다. 물론 2024-04-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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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2)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기 어렵다 - 복수난수(覆水難收)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을 받고나서 막말 논란으로 사퇴하는 후보가 속출했다. 사퇴 압박을 받았으나 끝까지 버틴 후보들도 한둘이 아니다. 참 요란한 총선이다. 친윤불패니 비명횡사니, 막천이니 사천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공천 작업이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가자마자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줄취소되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도대체 공천의 기준은 무엇이었나? 후보들의 뒤늦은 자질 논란은 시스템 공천이니 국민 눈높이 공천이니 하는 말들이 그저 공염불에 불과했 2024-03-2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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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1) 얼음 녹듯 사라질 권세에 기대려는가 - 빙산난고(氷山難靠)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다.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하는 공천 정국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한동안 친윤이니 비윤이니 하면서 으르렁대던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판 이후 잠잠해진 반면 요즘 뉴스의 초점은 단연 민주당이다. 친명과 비명.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요즘 티브이를 틀기만 하면 귓가에 꽂히는 단어들이다. 이재명 대표와 친하면(親明) 웬만한 결격사유가 있어도 공천을 받고, 친하지 않으면(非明)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낙천시킨다 해서 급기야 '친명횡재, 비명횡사'란 절묘한 대구(對句)까지 2024-03-11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