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어로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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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36) 물가의 정자가 달빛을 먼저 받는다 - 근수누대(近水樓台)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6) 물가의 정자가 달빛을 먼저 받는다 - 근수누대(近水樓台) 범중엄(范仲淹·989~1052)은 우리에게는 소동파, 구양수, 사마광 등 엇비슷한 시대를 살다 간 북송(北宋)의 쟁쟁한 인물들에 비해 덜 알려졌으나 학자와 정치가로서 당대의 명망이 높았고 역사의 평가도 후하다. 한 세대 뒤에 태어나 피폐해진 나라를 뜯어고치고자 했던 신법당 리더 왕안석이 그를 롤모델로 삼았을 만큼 개혁가로서의 기질도 다분했다. 최고위직인 재상까지 역임했음에도 죽을 때 변변한 재산을 남기지 않을 만큼 범증엄은 평생을 청빈한 관리로 살았다. 그는 늘 백성들과 고락을 함께 2025-02-17 16:08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35) 쓸데없는 짓으로 일을 그르치다 -  화사첨족( 畵蛇添足)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5) 쓸데없는 짓으로 일을 그르치다 - 화사첨족( 畵蛇添足) 기원전 323년, 전국시대의 강국 초나라 회왕(懷王)이 재상 소양에게 위나라를 공격하게 했다. 소양은 여덟 개의 성을 함락시키고 대승을 거둔 후 내친김에 제(齊)나라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나라를 위해 마침 사신으로 와 있던 진(秦)나라 책사 진진(陳軫)이 나섰다. 소양을 만난 진진이 다음과 같은 문답을 주고받았다. "초나라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가면 어떤 상을 내립니까?" "상주국(上柱國)에 임명되고 작위는 상집규(上執珪)가 됩니다." "그 2025-02-03 15:35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4)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 공휴일궤(功虧一簣)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4)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 공휴일궤(功虧一簣) 기원전 1046년, 주 무왕(武王)이 향략과 방탕에 젖은 상(商)나라를 멸하고 중원을 통일했다. 서쪽에 있는 오랑캐 나라 여(旅)에서 오(獒)라고 하는 개를 공물로 바쳤다. 키가 넉 자나 되고 사자를 닮은 이 개는 사람의 말귀를 알아들을 만큼 영특했다. 진기한 동물을 상납받은 무왕이 크게 기뻐하며 애지중지했다. 이를 지켜보던 동생 소공(召公)이 "물건에 마음을 빼앗기면 뜻을 잃는다"고 염려하며 다음과 같이 간언했다. 嗚呼夙夜罔或不勤(오호숙야망혹불근) 不矜細行終累大德(불긍세행종루대덕 2025-01-20 14:49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33) 누구도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 막여독야(莫予毒也)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3) 누구도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 막여독야(莫予毒也) 기원전 632년, 강대국 초나라와 진(晉)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초나라 성왕은 진(晉)문공이 가벼이 볼 상대가 아님을 의식하여 교전을 주저했으나 대장군 성득신이 나서서 승리를 장담했다. 성왕이 마지못해 그에게 적은 수의 군사를 붙여주었다. 전투는 진나라의 대승으로 끝났다. '성복대전(城濮之戰)'으로 불리는 이 전투의 승리로 진문공은 제(齊)환공에 이어 춘추시대 두 번째 패주(霸主)로 등극했다. 대승을 거두었음에도 진문공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신하들이 까닭을 묻자 문공은 &quo 2025-01-06 15:17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32) 버럭 화를 냄을 경계하라 - 폭노위계(暴怒為戒)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2) 버럭 화를 냄을 경계하라 - 폭노위계(暴怒為戒) 처음엔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TV 긴급 속보를 보면서 AI가 윤석열 대통령을 흉내내고 있는 게 아닐까 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느닷없이 우리의 일상을 내리쳤다. 소동은 유혈 사태 없이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지만, 12•3 비상계엄 선포의 후폭풍은 전방위적이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무장군인들의 국회 난입으로 수십 년간 힘들게 쌓아올린 민주주의 모범국가 이미지는 속절없이 추락했고 증시와 환율은 직격탄을 맞았다. 외교와 안보에도 구멍이 뚫렸다. 2024-12-23 17:15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31) 산속에 있는 사람은 산의 참모습을 알지 못한다 - 여산진면목(廬山真面目)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1) 산속에 있는 사람은 산의 참모습을 알지 못한다 - 여산진면목(廬山真面目) 대문호 소동파가 조정에 출사(出仕)하던 무렵, 송나라는 신법파와 구법파의 알력으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었다. 황제의 신임을 등에 업은 신법파의 과격한 개혁을 비판적으로 쓴 글이 빌미가 되어 체포된 소동파는 혹독한 심문 끝에 간신히 사형을 면하고 황주(黃州, 후베이성 우한 남쪽)로 좌천되었다. 봉급도 없고 황주를 벗어날 수도 없었으니 사실상의 유배생활이었다. 황주에서 다섯 해를 보내며 동파육 등 숱한 일화와 천고의 명작 '적벽부'를 후세에 남긴 소동파는 1084년 3월, 그의 글재주를 2024-12-09 14:52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30) 멈춤의 지혜 -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30) 멈춤의 지혜 -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 뒤늦게 <도덕경>의 매력에 빠졌다. 5천 글자에 81개 장으로 구성된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사유의 깊이를 헤아리기 힘들다. 구구절절 삶의 지혜가 번뜩인다. 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문장에서 눈길이 멈춘다. 머리속에서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고전의 힘이다. 노자가 말한다. "명예와 목숨 중 무엇이 더 중한가? 목숨과 재물 중 무엇이 더 소중한가? 얻는 것과 잃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괴로운가? 애착이 클수록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고, 많이 가지려 할수록 반드시 많이 잃게 된다. 만족할 줄 2024-11-25 15:09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29) 어질고 현명한 아내의 내조 - 계명지조(雞鳴之助)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9) 어질고 현명한 아내의 내조 - 계명지조(雞鳴之助) 신생 제국 당나라 번영의 초석을 닦고 태평성세를 이룬 당태종 이세민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군으로 불린다. '정관의 치(貞觀之治)'로 역사에 기록된 당태종의 치세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위징이다. 위징은 때마다 간언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바른길로 이끈 특급 도우미였다. 신하가 간언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롭고, 간언을 하면 자신이 위태롭다. 위징은 병이 들어 퇴임할 때까지 200번이 넘는 직언을 했다. 위징의 거듭되는 쓴소리에 속이 상한 당태종이 2024-11-11 15:03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28) 뛰어난 문학적 재능 - 재고팔두(才高八斗)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8) 뛰어난 문학적 재능 - 재고팔두(才高八斗)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여성작가로서도 최초다. 문학사의 새 역사가 씌여진 것이다. 문체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1.7권에 불과하고 성인 10명 중 6명은 일년 내내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책을 읽지 않는데 책을 살 리는 없을 터, 만성 불황에 시달리던 출판계가 한강 덕분에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노벨상 수상 6일만에 한강 작품 판매량이 백만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른바 한강 신 2024-10-29 06:00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7)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 병불염사(兵不厭詐)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7)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 병불염사(兵不厭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전통 지지층까지 돌아섰다는 위험 신호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으나 지지를 거둔 사람들이 말한다.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걸 막았으니 그것만으로도 할 일은 다한 거라고.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도 크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거부감 또한 상당하다는 얘기다. 반면에 지지자들에게 이재명은 북한의 최고존엄 부럽지 않다. 이처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인물도 흔치않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대통령 탄핵 군불을 때고 있다. 자 2024-10-15 06:00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26)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  발묘조장(拔苗助長)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6)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 발묘조장(拔苗助長) 춘추전국시대 약소국이었던 송나라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어리석음'과 관련된 성어를 다수 남겼으니 말이다. 헛된 명분을 좇다가 이길 수 있는 전쟁에서 패한 어리석은 행위를 일컫는 '송양지인(宋襄之仁)', 일을 급히 서두르다 오히려 그르치는 '발묘조장(拔苗助長)', 요행만을 바라거나 융통성이 없음을 이르는 '수주대토(守柱待兔)' 등이 죄다 송나라 사람들이 남긴 성어들이다. 본고 26회차에서는 '발묘조장'이란 성어를 통해서 세상의 어리석음을 2024-09-30 14:29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25) 인생의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 - 비환이합(悲歡離合)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5) 인생의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 - 비환이합(悲歡離合) 중국어를 갓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왕페이(王菲)의 노래에 심취했었다. 왕페이는 '첨밀밀(甜蜜蜜)'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덩리쥔(鄧麗君) 이후 중화권 최고의 디바로 불리던 가수다. 타고난 재주가 많아 한때 모델 일과 연기 활동도 했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걸작 '중경삼림'을 본 분이라면 늘 팝송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흥얼거리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다 끝내 스튜어디스가 된 스낵코너 아가씨를 기억할 것이다. 준수한 용모에 우수가 깃든 경찰관 량차오웨이(梁朝偉)를 2024-09-14 19:55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24)털을 헤쳐 작은 흠집을 찾아내다 - 취모구자(吹毛求疵)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4)털을 헤쳐 작은 흠집을 찾아내다 - 취모구자(吹毛求疵) 1848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발표한 '공산당선언' 식으로 말하자면 이런 표현도 가능할 것 같다. "두 개의 유령이 한반도의 남쪽을 배회하고 있다 - 빨갱이와 친일이라는 유령이." 우파가 좌파를 공격하는 유령이 '빨갱이'라면 좌파가 우파를 공격하는 유령이 '친일'이다. 소련의 해체와 함께 공산진영이 몰락하고 남한의 국력이 북한을 압도하면서 빨갱이라는 유령은 힘을 잃었다. 반면에 한일간의 국력 차이가 미미해지고 일제의 사슬에서 해방된 지도 80년이 다 되어가건만 광복절 2024-09-03 06:00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23) 목소리 큰 손님이 주인 노릇 하다 - 훤빈탈주(喧賓奪主)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3) 목소리 큰 손님이 주인 노릇 하다 - 훤빈탈주(喧賓奪主) 파리올림픽에서 맹활약을 한 태극전사들이 온 국민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금의환향했다. 올림픽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각종 행사에 초대받고 방송에 출연하는가 하면 광고 모델이 되는 등 저마다 활발한 후속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배드민턴협회를 겨냥해 작심 발언을 한 안세영만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아 웬지 안쓰럽다. "내 승리의 원동력은 '분노'였다." 안세영이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안세영은 누구도 자신의 발언에 귀 기울 2024-08-23 10:00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22) 더 높은 경지를 희구하다 -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2) 더 높은 경지를 희구하다 -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이 서예 작품 한 점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액자에는 한시 두 구절이 씌여 있었다.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욕궁천리목 갱상일층루)."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5언절구 '등관작루(登鸛雀樓관작루에 올라)'의 후반부다.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白日依山盡 黃河入海流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 밝은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황하는 바다로 흘러간다 천리 끝까지 바라보고 싶어 누각을 한 층 더 오른다 친구들과 관작루에 놀러 2024-08-12 14:03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21) 서로 싸우다 함께 망하다 - 휼방상쟁(鷸蚌相爭)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1) 서로 싸우다 함께 망하다 - 휼방상쟁(鷸蚌相爭) 진(秦)나라가 절대 강국으로 군림하던 전국시대(戰國時代) 말기, 제후국 간에는 여전히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 해에 조(趙)나라와 연(燕)나라 사이에 마찰이 생겨 조나라가 연나라를 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은 호시탐탐 약소국 병탄을 노리는 패권국 진나라만 이롭게 할 게 뻔하기에 연나라 소왕(昭王)은 세객(說客) 소대(蘇代)를 조나라에 보내 혜왕(惠王)을 설득하도록 했다. 소대는 진나라를 제외한 6국이 힘을 합쳐 대항하자는 합종책을 입안한 소진(蘇秦)의 동생이다. 혜왕을 만 2024-07-29 15:39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20) 예리한 칼로 대나무 쪼개듯 하라 - 영인이해(迎刃而解)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20) 예리한 칼로 대나무 쪼개듯 하라 - 영인이해(迎刃而解) 제갈량과 치열한 지략 대결을 펼치며 명성을 떨친 사마의가 위(魏) 나라의 실권을 잡았다. 기원 266년,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이 허수아비 황제 조환을 폐위시키고 제위에 오르며 국호를 진(晉)이라 정했다. 후한이 망한 후 위, 촉, 오로 삼분된 천하는 이로써 장강 이남의 오나라만 남았다. 기원 280년, 대장군 두예(杜預)가 대군을 이끌고 오나라 정벌에 나섰다. 진나라 군사들이 연전연승을 하면서 오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이때 진나라 내부에서 속도조절론이 대두했다. 곧 강물이 범람할 시기 2024-07-15 13:46
  •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9) 권력에 빌붙어 사는 무리들 - 추염부세(趨炎附勢)
    [중국 성어로 세상 읽기] (19) 권력에 빌붙어 사는 무리들 - 추염부세(趨炎附勢) 정치권에 애완견 논쟁이 뜨겁다. 불을 당긴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불법송금 1심 판결에서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자 이재명 대표가 언론을 검찰이 주는 걸 받아쓰는 '애완견'이라고 맹비난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얄미우리만치 냉철하게 계산된 발언을 하고 때로는 의도적인 동문서답도 서슴지 않는 이 대표답지 않은 직설적 감정 표출이다. 이화영의 변호사 말대로 '이화영이 유죄면 이재명도 유죄'라서일까? 판결을 내린 사법부엔 입도 뻥끗 2024-07-01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