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 冬夏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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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冬夏閑談] 유소불위(有所不爲)
한자를 학교에서 배우거나 한문투의 말을 자주 쓰곤 했던 세대는 '무소불위'(無所不爲, 못 하는 일이 없다)라는 말을 흔히 듣곤 했다. 과거에는 무소불위가 아주 흔했다. 정부가 권위주의에 의존해 운영되던 시절 사회 도처에 이를 일삼는 권력자나 실세가 많았다. 이들은 못하는 일이 없었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지게 한다'는 말과 함께. 민주화 이후 무소불위는 많이 없어졌다. '갑질'을 하면 금세 사회에서 지탄을 받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이제는 '없을 무(無)'를 '있을 유(有)'로 바
2017-11-13 06: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굴원의 정의(正義), 누이의 정의(情誼)
忠而見放屈三閭 충성해도 추방당한 삼려대부 굴원 椒澤蘭皐欲卜居 향기 연못 난초 언덕 살려하였지 如令早聽申申戒 일찌감치 신신당부 듣게 했다면 應不將身飼鼈魚 자라와 물고기 밥 되지 않았을 것을 (미상, 『의고미인도』 100수 중 ‘女鬚’) 오늘은 어느 누이의 절절한 심정을 담은 시 한 편을 소개하려 한다. 그녀는 이른바 충절의 화신이라 불려도 아깝지 않을 굴원(屈原)의 누이였다. 주군인 초나라 회왕(懷王)에게 버림받고 멱라수에 몸을 던졌던 이가 굴원이니, 사마천이 그려낸 굴원의 최후는 ‘돌을
2017-11-10 06: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거저먹지 말자! 건상유족​(褰裳濡足)
전국(戰國)시대 초(楚)나라 굴원(屈原)의 <초사(楚辭)> '사미인(思美人)'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영벽려이위리혜(令薜荔以爲理兮, 벽려 넝쿨 걷어내려 해도) 탄거지이연목(憚擧趾而緣木, 발을 들어 나무에 오르기 꺼려지고) 인부용이위매혜(因芙蓉而爲媒兮, 연꽃으로 중매를 삼고 싶지만) 탄건상이유족(憚褰裳而濡足, 바지를 걷어 발을 적시는 게 꺼려지네) 벽려는 향기 나는 덩굴 이름으로, 나무 위를 타고 간다. 그런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이를 걷어내고 싶지만, 그렇게 하려면 발을 들어 나무를 타고 올라가
2017-11-09 06: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정명(正名)과 '바담 풍(風)'
최근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가 인사(人事) 기사와 관련해 해당 기자들에게 "그 논리라면 여러분도 쓰신 기사대로 살아야 되는 것이지 않나"라고 했다. 말인즉슨 지당하다. 언행일치가 미흡한 언론계 모순을 잘 지적한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강 뚜껑으로 물 떠 마신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것은 왜일까. 사실 언론만큼 국민의 비난과 지탄을 받는 분야는 드물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일반인의 비난은 옮기기 힘들 정도로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다. 특히 나 같은 퇴기(퇴직 기자) 앞에서는 의도적으로 대놓고 말하는
2017-11-07 06: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남을 여(餘)
계절의 변화는 무섭다. 1~2주 전만 해도 덥다며 볼멘소리를 했는데, 주말을 지나며 성큼 찾아온 한기가 제법 매섭게 느껴진다. 행락객들을 즐겁게 했던 단풍도 이제 그 아름다움과 이별하고 낙엽으로 돌아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찬바람과 함께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가 이렇게 또 간다. 매사를 서두르며 자칫 조급해하기 쉬운 때라 '남을 여(餘)'자를 주제어로 삼았다. 여(餘)는 '먹을 식(食)'과 '나머지 여(余)'로 이루어진 글자다. 음식이 많아야 남기는 법이므로 자형적 의미는 ‘음식이 먹
2017-11-06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어진 사람을 기용할 때는 정해진 법이 없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가 만 가지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5년마다 출범하는 대한민국 정부는 늘 인사에서부터 삐걱대고, 매번 인사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출범 이후 계속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인사에서만은 예외 없이 지리멸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책은 득실(得失)이 있겠지만 인사는 성패(成敗)가 있을 뿐이다. 정책은 혹 잘못 선택해도 추진 과정에서 수정할 수도 있고 잘못을 거울 삼아 더 잘 할 수도 있지만, 인사는 성패로 판가름나고
2017-11-03 06:00:00
​[동하한담 冬夏閑談] 수전노와 거지
돈을 쌓아두고 쓰지 않는다면(積錢若不用, 적전약불용) 거지의 가난과 무엇이 다르랴!(何異丐者貧, 하이개자빈) - 박지원(朴趾源, 1737~1805) 돈을 쌓아두기만 하고 쓰지 않는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을 수전노(守錢奴)라 부른다. 수전노와 거지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돈을 못 쓴다는 것이다. 수전노는 돈이 많아도 못 쓰고, 거지는 돈이 없어서 못 쓴다. 돈 전(錢), 지킬 수(守), 노예 노(奴). 말 그대로, 돈을 지키는 노예가 수전노이다. 말을 풀어서 보니, 집 지키는 강아지와 같다고나 할까? 목줄에 묶인 채 집
2017-11-02 05:00:00
​[동하한담 冬夏閑談, 남현희칼럼] 너나 잘하세요!
[동하한담 冬夏閑談] 남현희(南賢熙 ·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너나 잘하세요!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政事)를 도모하지 않는다.” 부재기위(不在其位)하여는 불모기정(不謀其政)이니라(<논어> '태백'). 남의 일은 가볍고 쉽게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때로는 섣불리 말참견도 한다. 무엇 때문인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돼도 내 책임은 없기 때문이다. 잘되면 내 말을 따른 덕분이고, 잘못돼도 그걸로 그만인 게 남의 일이다. 제 딴에는 합리적인 조언이요 충고라 생
2017-10-31 20: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슬로 뉴스
숙종 때 이조판서 박태상(朴泰尙)은 “악덕 가운데 가장 심한 것이 조급증이며, 여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人之惡德莫甚於躁·인지악덕막심어조, 千罪萬過皆從此出·천죄만과개종차출)”며 승진에 급급해 조급하게 서두르는 공직사회 풍조를 비판했다. 남이 서두르면 자신도 추해진 것처럼 꺼렸다. 그가 죽은 뒤 소론의 영수 윤증(尹拯)이 묘비명에서 이 점을 칭송했다. 예로부터 '욕속부달'(欲速不達, 급히 서두르면 도리어 이르지 못한다. '논어'), '서진자소환'(徐進者少患, 차분히
2017-10-31 06: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잘못 배운 의리(義理)에서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춘추시대 공자(孔子)는 인(仁)을 설파했고 전국시대를 산 맹자(孟子)는 인(仁)에 더해 의(義)를 강조했다. 인만 가지고는 전쟁으로 날을 지새우는 전국시대의 참혹한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특히 그는 '군신(君臣)은 이의합자(以義合者)'라고 규정했다. '군신 간의 관계는 의리로 합쳐진(맺어진) 것'이라는 뜻으로, 맹자는 군주가 천하 사람 누구나 옳다고 여기는 올바른 이치(義理)에 부합하는 정치를 하면 그 밑에서 신하 노릇을 해야 하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떠나야 한다고 가르쳤다. 신하의 처신,
2017-10-3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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