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50일도 채 안 걸린 분양가 상한제…"설익은 대책 전철 밟을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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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9-08-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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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충범 건설부동산부 기자

정부와 여당이 지난 1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방안'이라는 고강도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한 것은 최근 1~2개월간 강남 재건축 중심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건축으로 비롯된 상승세가 일반아파트 및 신규 분양시장으로 전방위 확산되는 것을 조속히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줄곧 하락세에 머물렀지만, 올해 하반기 시작과 함께 반등 한 이후 이달 12일 기준으로 7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강남 3구는 시세 견인차 지역답게 한주 앞선 6월 마지막 주부터 상승세를 탔다.

주택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정부가 마냥 손을 놓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서울 아파트값 안정을 주 목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카드가 활용됐어야 했는지에 대해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상한제는 주택 분양가가 주변 대비 낮게 책정돼 청약자들이 혜택을 입고, 분양시장 투명성도 제고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공급자의 채산성이 악화돼 신규 공급이 위축되고, 분양가가 강제 조정돼 기존 아파트와의 가격 간극에 따른 '청약 로또'도 우려되는 측면도 있는 '양날의 검' 같은 제도다. 이번에 전매제한이 확대됐다곤 하지만 강남권의 경우 이를 감수하고 입성하고자 하는 수요층은 얼마든지 많다. 실제로 상한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따라 꽤나 부침을 겪은 바 있다.

전문가들 역시 상한제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양가 안정과 시장 교란을 모두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제도보다도 신중한 도입이 요구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문제는 이번 상한제 도입이 시장의 입체적 분석에 입각한 것이 아니고, 정부의 조급증에서 비롯됐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분양가 상한제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것은 지난 6월 2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열린 방송기자 클럽에서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강남 3구의 상승 반전시기는 김 장관의 분양가 상한제 첫 언급일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후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 집값은 이후 꾸준히 올랐고, 김현미 장관은 기싸움이라도 하듯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엄포를 놨다.

상한제 발언부터 방안 발표까지 걸린 시간은 50일도 채 안 된다. 과연 이 짧은 기간 동안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충분한 분석 및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 또 과거 사례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실시했는지 의문이다. 아울러 상한제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 과연 없었는지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게다가 상한제 실시와 관련해 불과 1주일 전까지도 일본의 수출 규제, 여권 내부의 상한제 반대 의견 대두 등으로 실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이 제기된 점, 막판까지 당정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던 점도 우려를 더하는 부분이다.

사실 지난 2년간 '8·2 대책', '9·13 대책'을 비롯한 이번 민간택지 상한제 방안까지 서울을 겨냥한 정부의 규제 일변도 대책은 약발이 길어야 1년을 가지 못했다. 정부가 '양질의 주택'을 요구하는 수요층의 욕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시장 상승에 대해 피상적으로 접근하고, 문제를 단순히 도려내고 압박하는 방식의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 대책은 완벽하지 못한 채로 발표된 탓에 발표 이후로도 '9·5 대책', '3기 신도시 발표' 등 후속 대책을 낳았고, 이는 곧 시장의 내성을 쌓았다. 정부가 정책을 정교히 다듬지 못한 채 시장에 내놨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고, 시장의 신뢰도는 점점 낮아졌다.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대상 지역, 시기의 큰 틀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논의된다고 한다. 정부가 '규제의 끝판왕' 카드를 내밀면서도 여전히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데, 불완전한 정책으로 추후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던 전례를 생각하면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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