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부품주 줄추락..'애플 경제권' 전환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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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11-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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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실적전망 악화에 10월 고점 대비 주가 20% 추락

  • 이번 주에만 애플 핵심 납품업체 4곳 실적 전망 하향

[사진=AP/연합]


애플이 연중 고점 대비 20% 떨어지면서 약세장에 진입했다.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공급업체들의 주가도 줄추락하고 있다. 애플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아서다. 2007년 첫 아이폰 출시 이후 10년 넘게 성장일로였던 ‘애플 경제권’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 주가는 14일(현지시간) 2.5% 이상 떨어지면서 186.80달러에 마감했다. 10월 3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233.47달러에서 20% 떨어진 것이다. 1조1300억 달러까지 불어났던 애플의 시가총액도 886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투자자들은 애플의 매출 중 80%를 차지하는 아이폰 수요가 향후 수 년 동안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의 경제 둔화, 달러 강세 모두 애플의 비관적 전망을 부추긴다.

또한 애플이 4분기부터 아이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웨드부시 증권의 대니얼 이브스 애널리스트는 14일 CNBC에 출연해 “팀 쿡(애플 CEO)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 비공개 결정은 판매량 둔화를 감추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 셈이라는 지적이다. 

애플은 판매단가를 인상하고 소프트웨어 매출을 늘리는 쪽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려고 하지만 판매량 감소 여파를 상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짙다. UBS, 뱅크오브아미레카메릴린치 등 주요 투자 회사들이 애플의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고 목표 주가를 낮추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겐하임의 로버트 치라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고가 전략이 몇 안 남은 대형 시장인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잘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5500만대로 전년 동기대비 6% 감소했다. 1~9월에도 전년비 4% 줄면서 연간 기준 감소도 확실시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의 경우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갔다. 혁신의 부족도 시장이 정체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매년 참신한 기능으로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던 애플은 높아진 가격에 비해 기능 향상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는 애플의 문제가 애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다이와 증권의 카일리 황 애널리스트는 니혼게이자이에 애플 납품업체들은 4분기에 아이폰 신제품 전반에서 주문 삭감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신형 아이폰 3종(XS, XS맥스, XR)의 판매량 중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XR의 부진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폭스콘은 당초 아이폰XR을 위해 제조라인 60개를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45개 라인만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만큼 수요가 따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애플의 납품업체들의 실적 전망 하향과 주가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에 스마트폰용 광센서를 납품하는 스위스 업체 AMS AG는 ‘주문 감소’를 이유로 14일 4분기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아이폰용 얼굴인식 부품을 제작하는 미국의 루멘텀홀딩스, 아이폰XR에 LCD 스크린을 공급하는 재팬디스플레이, 애플에 무선주파수칩을 공급하는 코보에 이어 이번 주에만 네 번째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이번 주 들어서만 주가가 20% 곤두박질쳤다. 애플은 전 세계 200곳에 이르는 다양한 납품업체를 두고 있으나 한 주 사이에 핵심 공급업체들이 줄줄이 실적전망을 하향한 것은 불길한 징조일 수밖에 없다.

애플 부품업체 51곳이 있는 대만의 경우 전자산업 전체가 흔들린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대만 공급업체들이 지난 10년 동안 이른바 ‘애플 호황’을 누려왔다면 수년 동안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프 푸 애널리스트는 니혼게이자이에 “스마트폰 공급업체들의 매출이 10월에 정점을 찍었을 것으로 보인다. 4분기에는 전년비 매출 감소를 발표하는 업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과 화웨이에 카메라 렌즈를 공급하는 라간정밀은 11월 매출이 10월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예고했다.

다만 애플을 둘러싼 공포가 지나치다는 시선도 있다. CNN은 올해 봄 애플의 핵심 공급업체가 수요 부진을 경고했을 때에도 시장에 공포심이 파다했으나 기우였다고 지적했다. 애플 주가는 여전히 올초 대비 10% 이상 오른 상태다. 작년에도 아이폰X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작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6300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아이폰의 시총 1조달러 돌파에 기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증시 ‘대장’인 애플이 약세장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미 S&P500지수 편입 기업 중 40%가 10월 극심한 증시 변동성 속에서 약세장을 경험했다는 것. 여기에는 포드, 캐터필러, 할리데이비슨 등 블루칩 기업들도 포함됐는데 이들 주가는 이후 완만히 회복 추세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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