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 IPO 앞두고 합병설... 구글 수수료 인상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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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0-12-0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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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M과 합병 가능성... 웹툰 IP 영화·드라마 제작 협업 시너지

  • 카카오재팬과 합병해 日 상장 가능성... 네이버웹툰 해외 진출과 유사

  • 구글 인앱 결제 강시 시 수익성 하락 불가피... '몸집 불리기' 전략

카카오의 웹툰·웹소설 플랫폼 자회사 카카오페이지가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카카오의 다른 계열사와 합병해 몸집을 불릴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음원 기획,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카카오M과 합병하거나,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서비스하는 카카오재팬과 합병하는 안이 거론된다. 두 회사는 모두 카카오페이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합병설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구글의 앱마켓 수수료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IPO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카카오페이지에 대한 두 가지의 합병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카카오페이지가 카카오M과 합병한 후에 상장하는 안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카카오M은 음악 콘텐츠 제작·배급, 음반 기획, 연예 매니지먼트 등의 사업을 하는 카카오의 계열사다.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지가 보유한 인기 웹툰·웹소설 IP(지식재산권)를 카카오M이 영화나 드라마로 영상화하는 등 IP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제작된 2차 창작물은 자체 OTT 서비스인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고, 국내외 OTT 기업에 판매하는 등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카카오M은 카카오페이지의 웹소설 ‘진심이 닿다’를 드라마로 제작했다. 카카오M 산하의 킹콩바이스타십 소속 배우 이동욱이 주연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첫 협업 사례로 주목받았다. 

당시 양사는 “카카오페이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팬덤, 카카오M이 확보한 한류스타 배우군·작가·감독·영상사업 역량 등의 강력한 시너지를 통해 콘텐츠·미디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기업가치가 약 7조원에 달하는 종합 콘텐츠 기업이 탄생한다. 증권가는 합병 법인의 연매출은 8000억원, 영업이익은 700억원 수준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자회사의 순차적인 IPO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추진을 통한 거대 콘텐츠기업 출범은 충분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사진=카카오페이지 제공]

이 경우 합병법인의 대표 자리를 누가 맡게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카카오페이지를 이끄는 이진수 대표는 카카오와 카카오페이지를 공동 운영했던 포도트리를 창업한 인물로, 카카오가 2015년 포도트리의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카카오 공동체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이후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을 크게 성장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5년 1억원 수준이었던 카카오페이지의 일일 거래액을 올해 5월 2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3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지의 플랫폼 거래액과 IP 유통 거래액을 포함한 통합 거래액은 1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성장했다.

김성수 카카오M 대표는 2019년 카카오 공동체에 합류했다. CJ ENM 대표, 고문을 역임한 그는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거물로 손꼽힌다. CJ ENM 대표 재직 당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예능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등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을 히트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카카오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공동체 내 최고위직 자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공동대표, 각자대표 체제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이진수 대표와 김성수 대표를 같이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2안은 카카오재팬과 합병해 일본에서 상장하는 시나리오다. 카카오재팬은 일본에서 웹툰·웹소설 플랫폼 픽코마를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2016년 4월 일본에 처음 진출했다.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고, 올해 3분기 기준 픽코마의 웹툰 거래액은 5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0%나 증가했다. 픽코마는 지난 9월에 전세계 만화·소설 앱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네이버웹툰이 더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기 위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긴 것처럼, 카카오 또한 일본을 거점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페이지의 합병설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구글의 수수료 인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은 내년 10월부터 자사의 앱마켓인 구글플레이를 통해 배포되는 앱에 인앱 결제(IAP)를 의무화하고, 수수료 30%를 부과할 계획이다. 구글은 그동안 게임 앱에 대해서만 인앱 결제를 적용했으나, 음원과 동영상, 웹툰을 포함해 구독형 서비스 등 모든 앱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 앱 개발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 분석에 따르면 구글의 앱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2021년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 감소 규모는 2조3366억원, 2025년에는 5조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페이지 또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기업으로 지목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의 수수료 인상 정책이 시행되면 이용 요금이나 콘텐츠 비용 등 고정비가 바뀔 수 있는 카카오페이지는 영업이익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되고,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며 “이에 카카오페이지가 계열사와 합병해 몸집을 불려 상장에 도전한다는 설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각각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상시 검토 중이나, 합병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김성수 카카오M 대표[사진=카카오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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