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 冬夏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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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冬夏閑談]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어느 외국 학자가 국민소득이 아닌 신뢰도로 국가수준을 가늠하는 방법을 제안한 적이 있다. 가벼운 의견 정도였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 주장에 따르면 첫째, 국민이 정부(위정자)를 믿고 정부 역시 국민을 믿는다. 국민들끼리도 서로 믿고 산다. 이것이 선진국이다. 둘째, 국민과 정부가 서로 믿지 못한다. 정부 시책을 따랐더니 하는 일마다 실패했다는 냉소와 비난이 낯설지 않은 사회다. 그래도 국민들끼리는 서로 믿고 생활하므로 아쉬운 대로 견뎌 나갈 수 있다. 중진국 수준이다. 셋째는 최악의 상태로 국민과 정부가
2018-01-16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붓(筆)과 댓글
조선 후기 명재상 채제공(蔡濟恭·1720~1799). 정조 임금이나 다산 정약용 같은 '스타'들에 관한 글을 읽으면 꼭 만나게 되는 인물이다. 그는 71세에 영의정·우의정이 공석이던 당시 조정에서 3년간 좌의정을 맡았는데, '붓을 사용할 때 경계해야 할 일'을 적은 <필명(筆銘)>이라는 글을 남겼다. "善用汝(선용여)면 天人性命(천인성명)을 皆可以描得(개가이묘득)하고 不善用汝(불선용여)면 忠邪黑白(충사흑백)을 皆足以幻易(개족이환역)이니라."(너를 잘 사용하면 세상의 이치를 모두 표
2018-01-15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꽃들의 세상
꽃들은 들쑥날쑥 비스듬히 자란 게 정제된 모습이다. (花以參差攲斜爲齊整, 화이참치기사위제정) - 박지원(朴趾源·1737~1805) 같은 꽃이라도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모양도 다르고 색도 다르다. 어떤 것은 키가 크고 어떤 것은 키가 작다. 왼쪽으로 비스듬히 자라는 것도 있고 오른쪽으로 비딱하게 자라는 것도 있다. 저마다 타고난 대로 자유롭게 자라는 그 모습에서 부자연함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런 모습에 정제(整齊)되고 균제(均齊)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으리라. 꽃들의 세상에서는 오히려 인위적인 손
2018-01-12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노년(老年)의 즐거움 마주하기
잘 늙어가기, 이른바 '웰에이징(well-aging)'은 100세 시대의 주요한 명제가 되었다. '늙은 사회'에 대한 고민,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당면한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동아시아 전통시대의 미덕이었던 양로(養老)·경로(敬老)에 대한 가치조차 재구성되고 있는 시점에 놓여 있다. 현격히 감소한 출산율, 각종 의료기술의 발달은 초고령사회라는 불균형을 빚어냈는데, 이 차이를 극복할 방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삶의 과정이니 외면할 수도 없다. 노년을 제대로 맞
2018-01-11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봉산개로(逢山開路)와 우수첩교(遇水疊橋)
중국의 각 학교 작문시험에서 많이 나오는 시제(試題)로, '봉산개로(逢山開路)'와 '우수첩교(遇水疊橋)'라는 말이 있다.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연의(三國演義)〉에 나오는 말이다.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크게 패한 위(魏)나라 군대는 정신없이 달아나고 있었다. 조조(曹操)가 앞에 가던 군사가 나가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물으니, “앞쪽 산 굽이진 곳에 길이 좁은 데다 새벽에 비가 와서 땅이 패어 진흙 구덩이가 됐습니다. 진흙 구덩이 속에 말굽이 빠져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라고 보고하
2018-01-10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말하지 않은 말
제(齊) 환공과 재상 관중이 비밀리에 인근 거(莒)나라 침략을 모의했다. 그러나 며칠 안 가 온 나라 사람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단 둘만 아는 나라 최고비밀이 이렇게 유출됐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조사 결과, 발설자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동곽아(東郭牙)였다. “어느 날 임금이 동남쪽(거나라 지역)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입을 크게 벌린 뒤 다물지 않았으며, 혀를 높이고 낮추질 못했습니다. 그걸 보고 알았습니다.” 그는 직접 듣지 않고 상대방 얼굴, 기색, 어떤 일의 취사선택만 봐도 그 마음을 완전히 읽을
2018-01-09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일목요연(一目瞭然)
일목요연(一目瞭然)은 '한 눈에 훤히 안다'는 뜻이 아니다. '한 번 보고도 분명히 안다' 또는 '잠깐 보고도 훤히 안다'가 정확한 뜻풀이다. '일목'(一目)을 '두 눈 중 하나로만 본다'고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 사람에게 눈이 둘인 것은 원근을 계산해 입체적으로, 양쪽 다 잘 살펴 정확하게 보라는 이유다. 어찌 '한쪽 눈'으로 볼 때 분명히 보일 수 있겠는가. 요즘 보수네 진보네 하며 편싸움이 너무 심하다. 필자가 보기에 참된 보수도 없고 진짜 진보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2018-01-08 05:00:00
[동하한담 冬夏閑談] 잉여(剩餘)의 시간
독서가 어느 때고 즐겁지 않으랴만, 깊고 적막한 겨울밤이라면 더욱 좋다. (讀書無時不樂 而冬夜深寂之中尤佳, 독서무시불락 이동야심적지중우가) - 정조(正祖), <일득록(日得錄)> 책 읽기 좋을 때를 가리키는 삼여(三餘)라는 말이 있다. 삼여란 세 가지의 잉여시간을 뜻하는데, 곧 한 해의 잉여시간인 겨울, 하루의 잉여시간인 밤, 계절의 잉여시간인 장마철이 그것이다. 중국 삼국시대의 동우(董遇)가 한 말이다. 동우는 학문을 좋아하여 그에게 배우려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한다. 그러나 그는 그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2018-01-05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입지(立志)
"사람들은 보통 뜻을 세웠다고 말하면서도 즉시 공부하지 않고 미적거리며 후일로 미룬다. 이는 명분으로는 배움에 뜻을 두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공부를 향한 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뜻이 진실로 학문에 있다면 인(仁)을 행하는 것은 나로부터 말미암는 것이다(···)뜻을 세우는 것이 귀한 이유는 공부를 해나가면서도 오히려 도달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그 뜻을 항상 마음에 두면 물러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율곡 이이, <격몽요결(擊蒙要訣)> '
2018-01-04 05:0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의로운 개의 무덤 '의구총'(義狗塚)
2018년은 무술(戊戌)년 개의 해이다. 개는 인간이 길들인 최초의 가축이자 사냥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컸지만, 의로움의 상징으로도 등장한다.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의 <의구총>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어떤 사람이 술에 취해 누워 잠이 들자 그 옆에 개가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들불이 번져오자 개가 짖으며 주인의 옷을 잡아당겼지만 주인은 끝내 깨지 않았다. 개는 강으로 달려가 제 몸을 물에 담갔다가 와서 꼬리로 주인 주위의 풀을 마구 두드렸다. 이렇게 계속 오가며 풀을 적시니, 풀이 축
2018-01-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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