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국민 힘으로 관철시킨 ‘脫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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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7-07-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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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공정률 98% 원전 건설 중단

  • 차이잉원 총통은 아예 ‘탈핵’ 입법화

[엄선영 대만통신원]

타이베이(대만)=엄선영 통신원

최근 한국에서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대만의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만은 2025년까지 탈핵 국가가 될 예정이다. 무려 공정률 98%였던 원전 건설이 2014년 국민들의 반대로 중단됐다.

특히 대만 정부는 올 1월, 현행 원자로 6기 모두 2025년까지 수명이 다하는 대로 폐쇄한다는 내용이 담긴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6월 중순께 “무더운 날씨 탓에 원전을 다시 가동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탈핵 정책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대만의 탈원전 정책이 후퇴했다는 식으로 한국에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원자력 발전 의존도는 13.5%(2017년 기준)다. 2025년까지 완전한 탈핵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재생에너지 발전소 20%, 천연가스 발전소 50%, 석탄화력 발전소 30% 수준으로 에너지를 공급된다.

대만의 탈핵 움직임이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부나 특정 정당의 주도가 아닌 대중적인 관심과 참여로 시작된 운동이었다는 것이다.

대만 탈핵운동은 거리운동뿐만 아니라 사무실, 상가, 거리, 음식점 등 곳곳에 탈핵깃발이 걸리는 등 단기간에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았다.

대만 국민들이 탈핵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일본처럼 지진이 잦은 지질학적 요인이 한몫했다.

지진이 잦은 데다가 원자력발전소의 위치는 세계 인구 밀집 도시 순위 2~3위인 타이베이(臺北)시 30km 반경 내에 집중돼 있다. 한 번의 원전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탈핵으로 가는 사회적 합의가 짧은 시간에 그렇게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후반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폭발사고 무렵에 반핵운동이 시작돼 제4원전 건설을 놓고 찬반이 오가는 등 건설 중단과 재착수를 수차례 반복하는 진통을 겪었다.

이후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참사가 발생하게 되자, 더욱더 많은 시민들이 탈핵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3년 3월 9일에 22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섰다.

2014년 4월 27일 또다시 5만명의 시민들이 도로 점거 운동을 하게 됐고, 결국 당초 원전 건설을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마잉주(馬英九) 정권이 공정률 98%에 이르렀던 4호기 건설 중단을 결정했다. 진보적 성향의 민진당 정부가 아닌, 보수적 성향의 국민당 정부 때의 일이었다.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취임 후 자신의 공약대로 탈핵을 아예 입법화시켰다.

차이잉원 정부는 2025까지 원전 의존도를 0%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대체에너지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양열 발전에 6억9922만 달러를 투자하는 한편, 대만전력공사와 수도사업소의 합작으로 물 위에 떠있는 태양열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에 3개의 해상풍력단지 시범이 예정돼 있으며, 2025년까지 3GW 해상풍력 목표를 달성할 예정이다.

대만 국민들은 정부의 탈핵 이행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 정부가 원전 건설로 다시 되돌아간다면 국민들의 거센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2025년이 현실적으로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탈핵국가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대만 정부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반핵, 또 다른 후쿠시마가 생겨서는 안된다"라고 적혀진 현수막.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타이베이 시내 주택가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엄선영 대만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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