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엔 속옷 안갈아입는 남자....프로의 징크스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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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8-01-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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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


징크스(JINX)의 사전적 의미는 ‘재수 없는 일’. 또는 ‘불길한 징조의 사람이나 물건’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징크스는 재수 없는 일뿐만 아니라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잘 될 경우에도 거론된다.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징크스에 대해 ‘미신 행동(superstitious behavior)’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시로 미국의 심리학자 벌허스 스키너(B.F Skinner)가 고안한 ‘스키너 상자’에서 보인 쥐의 행동을 들었다.

쥐가 오른쪽으로 두 번 구른 뒤 왼쪽 다리로 먹이가 나오는 스위치를 눌렀다면 다음 먹이를 먹기 위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즉 우연치 않게 먹이가 나왔을 때 취했던 자세나 행동이 연관관계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미신행동은 인간에게서 다양한 징크스로 나타난다. 특히 스포츠 선수들 중 프로야구 선수들의 징크스는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징크스를 가진 선수는 삼성의 박한이다. 일명 ‘준비 동작 징크스’다. 그는 배팅 장갑을 조인 뒤 오른쪽 소매로 땀을 닦은 후 헬멧을 벗어 앞머리를 쓸어 올린다. 이후 방망이로 홈플레이트 앞에 밑줄을 긋고 방망이를 어깨 위에 올렸다가 본격적인 타격 자세를 갖춘다. 헛스윙을 하거나 다음 타석에 들어설 때 늘 빼놓지 않고 해왔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투수로 손꼽히고 있는 LA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도 징크스가 있다. 등판 전 칠면조 샌드위치를 먹고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승리하던 날 했던 행동을 반복하는 단순한 습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야신(야구의 신)으로 유명한 김성근 전 한화이글스 감독은 OB 코치 시절 노란 팬티를 입은 날 경기에서 승리하자 그 팬티를 빨지 않고 계속 입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외에도 UFC파이터인 김동현 선수는 한 연예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승리 비결은 빨간색 속옷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으며 리듬체조선수인 손연재는 곤봉징크스가 있다. 볼 연기를 망치면 다음에 이어지는 곤봉 경기에서도 부진했다.

일반인들도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징크스를 접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생중계 징크스’다. 내가 보는 경기는 다 패배해 보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한다. 수험생이 수험 당일 미끄러지면 안된다며 미역국을 먹지 않거나 잘못 될 수도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 된다는 ‘머피의 법칙’도 징크스 중 하나다. 가령 세차를 하면 비가 온다던지 전철을 눈앞에서 놓치는 경우다.

징크스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의도에도 많은 징크스가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명품 옷을 구입한 날 주가가 하락해 그 뒤부터 명품은 구입을 하지 않는다거나 고수익이 날 때에는 이성간 접촉을 금기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아침에 머리를 감은 날 주가가 폭락하자 저녁에만 머리를 감는다던지 특정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 투자자도 있다.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징크스는 심리적 항상성을 유지하고 실패와 실패에 따르는 자아상실감 예방에 있어 긍정적”이라면서도 “반면 징크스를 지키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징크스는 지각 오류에 불과하다”며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면 증가한 확실성만큼 징크스도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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