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귀책 사유를 들어 M&A 계약 해제 조건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중재 노력이 진행중인 만큼 당장 계약해지에 나서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역시 정부 결정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파산하면 현 정부가 중시하는 고용 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제주항공이 이러한 정부 약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했다”며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내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마감 시간은 15일까지였다.
이를 두고 제주항공이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러 M&A 성사를 촉구했다. 이처럼 정치권 인사가 이스타항공과 연관이 깊은 만큼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나서는 것도 무리다.
반면, 제주항공은 해당 사안이 명확해야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이 최종 M&A 결정을 위한 시간을 만든 것은 일종의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 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제외하고도 제주항공은 자체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국제선 단가와 탑승률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철회해도 이전과 같은 영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이번 M&A가 성사되지 않으면 업계 재편도 기대할 수 없다. 현 상황이 지속돼 더 악화된다면 이 모든 책임은 정부로 돌아간다. 거래 성사를 위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정부지만 시간에 쫒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만약 이스타항공이 파산하면 고용 등을 중시하는 현 정부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라며 “현재 정부 혹은 정치권과 관련된 대부분 M&A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되는 이유는 정부에 모든 책임을 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을의 입장에서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으니 상대도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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