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인] "우리나라 최초의 '실버 그룹홈' 사업을 펼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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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근 기자
입력 2019-06-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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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협동조합 혜민서 남궁청완 이사장 인터뷰

  • 現 신협중앙회 이사… '위민구제·구휼정신' 실현

  • "실버빈곤 방지… 노인들도 행복할 권리 누려야"

26일 아주경제 데일리동방과의 인터뷰에서 신협중앙회 이사 겸 사회적협동조합 혜민서의 남궁청완 이사장이 노인복지 지원사업을 소개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데일리동방] 가족도 친지도 없이 홀로 살다 세상을 떠나는 무연고자의 고독사가 끊이지 않는다. 뉴스를 통해 접한 무연고 사망자가 동네 이웃이라면 충격은 더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2500여명의 무연고자가 사망했다. 하루 7명꼴로 쓸쓸한 죽음을 맞고 있는 거다. 70대 이상 노인뿐만 아니라 40세 미만 젊은 무연고자들도 늘고 있다. 주위의 무관심 때문이란 지적이 쏟아진다.

신협중앙회 이사 겸 사회적협동조합 '혜민서'의 남궁청완(68) 이사장은 "인간은 누구나 존엄한데 마지막 가는 길조차 배웅을 못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조선시대 혜민서의 위민구제, 구휼정신을 계승·실현하려 한다"고 밝혔다.

◆ 장례·급식지원에 소원여행까지… 노인봉사에 구슬땀

26일 서울 제기동 약령시(각종 약재를 교환·매매하는 시장)에서 만난 남궁청완 이사장은 서울약령시협회 회장을 역임한 이력 답게 모르는 상인이 없었다. 혜민서 사무실까지 100여m를 걸어가는 내내 정겨운 인사가 오고 갔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노트북이 든 백팩, 정갈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 등에서 일에 대한 열정과 꼼꼼한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예정된 인터뷰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겼어도 그는 지칠줄 모르고 "더 이상의 실버빈곤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혜민서를 창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남궁청완 이사장은 각별한 사연을 들려줬다. 등산을 좋아하는 그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한 산장지기와의 인연에 대한 얘기였다.

남궁청완 이사장은 "한 산장지기 형님과 알고 지낸지 10년가량 된 2009년 12월 29일, 헬리콥터로 국립의료원에 호송된 형님이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접했다"며 "소식을 듣자마자 연말 여행을 떠나려던 짐을 진 채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겐 이미 흰색 천이 덮여 있었다"며 "유일한 보호자로서 사망자 확인을 위해 천을 들어 올리자 놀랍게도 형님이 눈을 한 번 뜨고선 저 세상으로 가셨다"고 덧붙였다.

"편히 가시라"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49제를 지냈다. 무연고자, 노인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2015년 7월 뜻을 함께한 서울 동대문구 주민들과 혜민서를 창립했다. 지금까지 3명의 독거노인 장례를 치렀다. 올해는 10명의 어르신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예산을 확보했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연고가 없는 노인들이 혜민서의 지원 대상이다. 남궁청완 이사장은 "헌법 제10조에도 명시돼 있듯 인간은 누구나 존엄과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며 "편안한 영면과 사후 복된 삶을 기원하면서 마지막 길을 인도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지원과 함께 노인들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주기 위한 '임종노트' 사업도 눈에 띈다. 살면서 기쁘고 슬펐던 일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가 하면, 앞으로 남은 일생의 가치를 스스로 느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현재 혜민서는 동대문구 제기동, 용신동, 청량리동, 회기동 등에 걸쳐 독거노인 53명을 대상으로 급식배달 봉사도 하고 있다. 한 주도 거른 적 없이 매주 1회씩 어르신들의 거주지를 직접 찾아 밑반찬 등을 제공한다.

남궁청완 이사장은 "이번 주 봉사가 130회차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빼 먹은 적이 없다"며 "급식은 단순한 먹거리 배달이 아닌, 일종의 '인기척'이라 할 수 있다. 어르신의 안부를 묻고 건강상의 이상 유무를 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매년 치르는 경로잔치와 소원여행도 혜민서의 대표적인 지원 사업이다. 지난해 7월에는 어르신 32명과 경기도 포천의 광릉수목원과 유황온천을 다녀왔다.

남궁청완 이사장은 "휠체어에 몸을 실은 94세의 한 할머니가 감격에 겨워 노래 한 소절을 부르던 게 생생하다"며 "그들도 누군가의 자녀였고, 또 누군가의 부모다. 자식들이 못 다한 효도를 대신 해드리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 101㎞ 울트라마라톤 '거뜬'… 스트롱맨의 꿈은 '그룹 홈'

신협중앙회 이사로도 재직중인 그는 2014년과 지난해 2회 연속 신협 이사로 선출됐다. 신협의 숙원사업이던 예금자보호기금의 '목표기금제' 도입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차입 근거를 마련하는데 힘을 보탰다.

남궁청완 이사장은 신협 집행부 임원으로 한창 바쁜 날을 보내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그룹 홈' 사업에 대한 염원이다. 그의 머리속엔 이미 청사진이 그려져 있었다.

실버타운, 요양병원과는 차원이 다른 '노인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꿈이다. 일본처럼 노인복지 선진국에선 '그룹 홈'이 보편화된 사업모델이다. 남궁청완 이사장의 지론은 확고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점차 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그룹 홈' 사업이 필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천륜은 끊어졌지만 다시 인륜으로 형제의 정을 나누며 더 이상 외로운 노후를 보내지 않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인생 막바지 때 수동적으로 연명하는 것보다 내 삶의 마지막 주체가 되고 싶은 열망을 담고 싶었어요."

남궁청완 이사장이 구상하는 '그룹 홈' 사업의 기틀은 3층 주거복합 플랫폼이다. 1층엔 노인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혜민서 식당', 2층엔 노인들의 보호자 역할을 할 청년들에게 제공되는 '청년까페', 3층엔 입주 노인 8명의 거주 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그는 "일본의 사례 등을 연구해보니 8명이 2인1조로, 조당 한 방을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며 "시범 모델이 성공하면 그 옆에 또 다른 그룹 홈이 생길 거고, 빠른 시일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남궁청완 이사장은 이같은 계획안을 구체화시켜 연내 국회를 찾아 관련 포럼을 개최하고, 의원들의 동의를 얻을 예정이다. 국비와 지자체비를 매칭시키고, 입주자의 자가부담까지 결합시킨 자금조달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42.195㎞ 마라톤을 43회 완주하고, 5년 전엔 충북 영동에서 열린 101㎞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해 '16시간 완주' 기록을 세웠다. '스트롱맨'이란 별명을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건강한 심신이 건강한 삶의 토대라고 거듭 강조했다. 남궁청완 이사장은 "일본의 경우 노인 10명 중 7명은 자기 집에서 살다 돌아가지만 우리나라는 대다수(약 75%)가 요양병원으로 간다"며 "체력이 허락하는 한 노인이 행복하고 공경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혜민서 남궁청완 이사장은?
=1952년 3월 15일 충남 부여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
=2009~2012년 서울약령시협회 회장
=2011~2015년 경동신협 이사장
=2014년~현재 신협 중앙회 이사
=2015년~현재 혜민서 이사장
=2019년~현재 서민금융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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