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될 기술 찾아라"...대기업 '투자 야성'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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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4-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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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클로이 로봇 라인업
LG 클로이 로봇 라인업[사진=LG전자]

미래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들의 '투자 야성((野性)'이 꿈틀대고 있다. 산업의 중심이 인공지능(AI), 로봇, 친환경 등 첨단기술 집약형으로 이동하면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모방을 통해 빠르게 따라가는 추격자)' 대신 '퍼스트 무버(First Mover·시장 선도자)' 전략이 필수적인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기업들은 미래를 책임질 신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가 예상되는 분야는 물론 연관성이 적은 분야까지 손을 뻗치는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배송, 물류 등 상업용 로봇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한화 800억원)를 투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 본사를 둔 베어로보틱스는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테크 리드로 근무했던 하정우 대표가 2017년 설립한 기업이다.

베어로보틱스는 AI 기반 자율주행 실내 배송로봇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상업용 로봇 소프트웨어의 플랫폼화, 다수의 로봇을 제어하는 군집제어 기술, 클라우드 기반 관제 솔루션 분야 등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는 오랜시간 공항, 호텔, 레스토랑, 병원, 각종 상업용 공간, 박물관, 스마트 물류창고, 골프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로봇 노하우를 쌓으며 상업용 로봇사업의 조기 전력화를 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하드웨어 중심이던 모빌리티 트렌드가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것처럼 미래 상업용 로봇의 패러다임도 AI 기반 소프트웨어 중심 로봇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며 "다양한 공간에서 로봇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AI기반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의 표준화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고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사업은 LG의 미래 성장엔진인 만큼 이번 투자가 '이기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에서는 종합상사로 출발한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회사로 체질을 개선하며 투자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최근 데이터관리기업 '엔코아' 인수를 통해 AI 데이터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는 것을 비롯, 트랙터 무인자동화 기업 '사반토' 투자라운드에 400만 달러(53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사반토는 트랙터의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하는 스타트업으로, 전용 트랙터를 구입해야 하는 타사와 달리 기존 농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트랙터를 자동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차별점을 지녔다.
 
또 지난해에는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미국 친환경 대체가죽 제조 기업 '마이코웍스'에 2000만 달러(267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마이코웍스가 개발한 버섯가죽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출시한 '빅토리아백'에 사용된 것은 물론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 '스텐 스미스 마일로' 운동화 등에도 적용돼 관심을 끌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SK매직, 워커힐, 엔코아 등 기존 사업에 차별화된 AI솔루션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게 올해 주요 목표"라며 "동시에 신사업 육성을 위한 사업형 투자회사로서의 기업 모델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도 중장기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항공모빌리티(UAM), 로봇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미국 앱티브사와 50대 50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모셔널(2020)이, 항공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미국법인 슈퍼널(2021), 로봇사업 부문에서는 '로봇 개'로 알려진 보스톤 다이내믹스(2021)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최근 모셔널에 유상증자를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출자사인 앱티브가 유증을 포기한 상황인 만큼 증자가 진행되면 모셔널 지분의 과반 이상이 현대차그룹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기술 트렌드의 빠른 변화로 기업의 흥망성쇠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면서 "산업간 융복합화에 따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거나 새로운 주력사업을 발굴해 체질을 개선하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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