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혼인 중 출산자녀, 혼외 관계로 태어나도 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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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19-10-2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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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 결과 혼인 중에 태어난 자식과 아버지의 유전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더라도 법적으로는 친자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또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남편이 동의하여 출생한 자녀의 경우도 법적으로 친생자로 인정된다는 첫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A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유전자 검사에서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자식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혈연관계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자 추정 원칙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는 것은 민법 규정의 문언에 배치된다"면서 "혼인 중 아내가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로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자식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친생자 추정 원칙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인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혈연관계의 존부를 기준으로 그 적용 여부를 달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부가 동거하지 않은 기간에 태어난 자식에 대해서만 민법상 '친생자 추정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36년 전 판례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친생자 추정 원칙을 규정한 민법 844조는 혼인한 아내가 낳은 자식은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하도록 하고,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만 소송을 내 이를 번복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아버지는 유전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된 자식을 상대로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친생 부인(否認)의 소'(친자식 추정을 번복하는 소송)를 제기하지 않으면 더는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또 '인공수정'처럼 다른 사람의 정자로 임신·출산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경우에도 친생자 추정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A씨 부부는 A씨의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자 1993년 다른 사람의 정자를 사용해 인공수정으로 첫째 아이를 낳은 뒤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4년 만에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A씨 부부는 무정자증이 치유된 것으로 생각하고 부부의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하지만 2014년 가정불화로 A씨와 아내가 이혼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둘째 아이가 혼외 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A씨는 이에 두 자녀를 상대로 친자식이 아니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이 시행한 유전자 검사 결과 두 자녀 모두 A씨와 유전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1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두 자녀 모두 "친생추정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친생관계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둘째 아이의 경우처럼 유전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도 친생추정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하면서도 "친생자 관계가 아니라도 법정 양친자 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2심 원심 판결을 유지해 상고기각을 선고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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